김학범 감독은 왜 조현우를 기용하지 않았을까 [MD포커스]

[마이데일리 = 여동은 기자] 골키퍼 송범근의 실책에 한국 축구가 벼랑끝에 몰렸다.

한국 U-23 축구대표팀은 지난 17일 인도네시아 자와바랏주 반둥의 시 잘락 하루팟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말레이시아와의 E조 조별리그 2차전에서 어이없게도 1-2, 충격패를 당했다. 한국은 FIFA 랭킹 57위, 말레이시아는 171위였다.

특히 전반 초반 골키퍼 송범근의 실책에 가까운 플레이가 화를 불렀다. 전반 5분 상대 골키퍼의 골킥이 페널티지역 코앞으로 날아와 높이 튀어 올랐다. 송범근이 뛰어나와 잡으려했지만 발이 얽히면서 넘어지고 말았다.

이에 말레이시아의 라시드 무하마드 사파위는 이를 놓치지 않고 볼을 잡아 그대로 비어있는 골대를 가볍게 차 넣었다.

전반에만 2골을 헌납한 한국은 후반 손흥민을 투입하며 반전을 노렸지만 말레이시아의 지키기 축구에 후반 43분 황의조의 1골 만회에 그쳤다.

경기 후 김학범 감독은 "나의 판단 착오였다"며 패배를 자인했고, 손흥민은 "창피한 패배"라며 고개를 떨궜다.

이 대목에서 여러 의문이 남는다. 김학범 감독의 판단착오는 뭐였을까. 와일드 카드로 뽑은 GK 조현우를 기용하지 않은 것을 뜻할까. 아니면 손흥민을 선발 출장 시키지 않은 것을 후회하는 것일까.

김학범 호는 여러 난관을 무릅쓰고 2018 러시아월드컵에서 맹활약했던 조현우와 손흥민을 와일드카드로 뽑았다. 손흥민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개막전을 뛰고 먼 길을 왔기때문에 지난 15일 바레인(113위)와 1차전에는 벤치에 앉혔다. 하지만 조현우는 바레인전에 출전했다.

말레이시아는 E조에서 FIFA랭킹 171위로 최약체다. 김학범 감독은 말레이시아를 상대로 당연히 대승을 예상, 조현우와 손흥민을 벤치를 지키게 했을 것으로 추측된다. 그나마 바레인은 한국이 껄끄럽게 생각하는 중동국가여서 약간의 경계심이 있었겠지만 동남아 국가인 말레이이아전은 일말의 경계심마저 내동댕이쳤다. 결과는 1-2 패배로 '반둥참사'로 불리는 굴욕을 맛보게 됐다.

더욱이 안타까운 것은 3차전 키르기즈스탄(92위)를 이겨도 자력 1위는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상대가 약체라 하더라도 최선을 다하는 것이 스포츠 정신이고 당연지사인데 왜 경계의 끊을 놓았는지 의문이다.

"약체와의 경기에서 골키퍼에게 공이 많이 오지 않는 상황을 염두에 두고 연습했다" 이는 말레이시아전을 앞두고 송범근이 했던 말로 전해지고 있다. 무슨 상황을 염두에 두고 연습했던 걸까. 마침 2022 카타르월드컵까지 한국 축구를 이끌어갈 새 감독으로 포트투갈 출신 파울루 벤투 감독의 선임이 발표되는 날 '반둥 참사'의 굴욕을 맛봐 더욱 씁쓸하다. 한국은 더이상 '아시아의 호랑이'가 아니다.

한편 한국은 오는 20일 오후 9시(한국시간) 키르키즈스탄(92위)와 E조 조별리그 3차전을 갖는다.

[사진=반둥(인도네시아) 곽경훈 기자]-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