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 고민 해결한 LA다저스, 또 다른 고민거리는?

김승훈 입력 2018. 8. 18.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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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LB] 다저스는 연패 탈출, 최근 불펜의 방화는 여전히 숙제로 남아

[오마이뉴스 김승훈 기자]

코리안 몬스터의 완벽한 복귀전이었다. 류현진은 8월 16일(이하 한국 시각) 미국 캘리포니아 주 로스앤젤레스 다저스 스타디움에서 열렸던 라이벌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의 홈 경기에 선발로 등판하여 자신의 건재함을 완벽하게 과시했다.

무려 105일 동안의 공백이 있었지만, 류현진의 구위는 완벽했다. 1회에 브랜든 벨트를 상대할 때 파울 선에 맞은 공이 행운의 인정 2루타가 된 것과 5회에 2타자 연속 안타를 맞는 사이까지 12명의 타자들은 모두 범타로 처리했다. 특히 3회에는 아웃 카운트 3개를 모두 삼진으로 잡아내는 압도적인 모습을 보였다.

5회에도 2타자에게 연속 안타를 맞긴 했지만, 류현진은 2타자 연속 삼진을 통해 위기를 극복하고 6회를 또 삼자범퇴 이닝으로 마무리했다. 6회까지 89구를 던진 류현진은 7회부터 마운드를 불펜에 맡기고 경기를 마쳤다. 당초 3차례의 재활 등판 이후 메이저리그에 복귀하기로 되어 있었던 류현진은 마무리투수 켄리 잰슨이 심장 부정맥 증세로 부상자 명단에 오르면서 팀내 투수 운영이 어려워지자 재활 등판을 2경기만 치르고 메이저리그에 복귀했기 때문이었다.

몸 건강한 류현진, 구위와 경기 운영 모두 완벽

역시 류현진은 '몸이 건강하다면' 자신이 어떠한 모습인지를 확실하게 보여줬다. 1회와 5회에 두 차례 득점권 출루를 허용했음에도 불구하고 류현진의 투구는 그리 큰 위기감을 느끼지 않는 모습이었다. 이 날의 주심이었던 스튜 스워터 심판은 스트라이크 존 바깥쪽 판정에 후한 모습이었고, 이에 류현진은 스트라이크 존의 양 옆을 적극적으로 이용했다.

자이언츠의 베테랑 외야수 헌터 펜스는 건강했던 시절 류현진의 경기에서 결정적인 순간에 안타를 기록하며 류현진을 자주 괴롭힌 적이 있었다. 그러나 최근에 들어와서는 잦은 부상으로 인해 포지션을 변경하는 등 예전 같지 않은 모습이었다.

펜스는 이 날도 선발로 출전하여 류현진을 상대로 2번째 타석에서 안타를 날렸다. 하지만 류현진은 5회 1사 1,2루 위기에서 2타자 연속 삼진을 날리며 펜스의 안타에 흔들리지 않는 모습이었다. 6이닝 동안 류현진이 던진 공은 89구에 불과했으며 피안타는 3개에 불과했고, 사사구는 하나도 없었다.

류현진은 당초 3차례의 재활 경기를 치른 뒤 메이저리그에 복귀할 예정이었지만, 잰슨의 이탈에 따른 다저스 불펜의 긴급 상황으로 인하여 2경기만 치르고 메이저리그 선발 로테이션에 복귀했다. 그리고 다저스의 데이브 로버츠 감독이 류현진의 조기 복귀를 결정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류현진의 경기 운영 능력이 이미 다저스에서 검증을 끝냈기 때문이다.

다만 류현진의 경기 운영 능력이 큰 효과를 보인다는 것에는 전제 조건이 따른다. 류현진이 부상을 당하지 않는다는 경우에 한정해서다. 류현진이 풀 타임을 소화했던 2013년에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주긴 했지만, 2013년을 제외하고는 매년 부상자 명단에 다녀왔기 때문이었다.

▲ 류현진, 105일 만에 '완벽한 복귀전' 류현진(LA 다저스)이 지난 15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의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메이저리그(MLB)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의 홈경기에 선발등판해 투구하고 있다. 류현진은 105일 만의 복귀전에서 6이닝 동안 삼진 6개를 뽑으며 3안타 무실점으로 깔끔하게 막았다.
ⓒ AP/연합뉴스
올 겨울 FA 선발 자원 품귀 현상, 기회 많은 류현진

류현진은 2015년을 통째로 쉬고 2016년 1경기 등판에 그쳤다. 2017년 25경기(24선발) 5승 9패 평균 자책점 3.77을 기록했는데, 재활 후 첫 풀 타임 시즌인 점을 감안하면 나쁘지 않은 성적이었다. 올 시즌의 경우도 사타구니 내전근 부상으로 100일 이상을 결장한 게 아쉬울 뿐이다.

부상 이전까지 6경기 선발 등판에서 3승 무패 평균 자책점 2.12를 기록했던 류현진은 복귀전에서 승패를 기록하진 못했으나 6이닝 무실점을 추가하며 시즌 평균 자책점은 1.77까지 떨어뜨렸다. 류현진이 메이저리그에서 시즌 도중 1점 대 평균 자책점을 기록한 시기는 2013년 메이저리그 데뷔전(당시 1자책 패전) 이후 처음이다. 풀 타임 1점 대는 2010년 한화 이글스 시절 한 차례 기록한 적이 있었다.

올 시즌이 끝나면 FA 시장에 나올 예정인 선발투수들로는 류현진을 포함하여 찰리 모튼(휴스턴 애스트로스 12승 3패 2.88)과 댈러스 카이클(휴스턴 애스트로스 9승 9패 3.43, 2015 AL 사이 영 상), 패트릭 코빈(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10승 4패 3.18), 지오 곤잘레스(워싱턴 내셔널스 7승 9패 4.12) 등이 상위권 선수로 분류된다. 이들에 대해서는 소속 팀이 퀄리파잉 오퍼를 걸어 재계약 또는 드래프트 지명권 1장 보상 등을 노릴 가능성이 크다.

선발투수 시장 흐름에 변수를 가져올 선수로는 다저스의 에이스 클레이튼 커쇼가 있다. 2014년부터 다저스와의 7년 2억 1500만 달러 계약이 적용되고 있는 커쇼는 5번째 시즌이 끝나는 올 겨울 옵트 아웃을 행사할 수 있다. 단일 시즌 300탈삼진을 달성한 2015년까지만 해도 옵트 아웃은 확실해보였지만, 이후 매년 허리 부상 때문에 고전하고 있는 커쇼가 올 겨울 옵트 아웃을 실행할지는 아직 확실하지 않다.

그래도 예년에 비해 선발투수 FA 시장에서 커쇼나 류현진 이외 뛰어난 경쟁력을 갖춘 투수가 많지 않은 편이다. 카이클은 2015년 아메리칸리그 사이 영 상을 수상한 이력을, 곤잘레스는 2012년에 20승을 달성한 이력 한 가지씩만 플러스 요소를 갖고 있다. 모튼은 풀 타임 선발로 30경기 이상 등판한 적이 한 번도 없으며, 올 시즌 FA로이드 효과를 보고 있는 코빈은 200이닝을 넘긴 적이 2013년뿐이다.

류현진도 부상 이력으로 인하여 이들 경쟁자보다 우위에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올해만 해도 부상으로 100일 이상을 비우면서 다른 경쟁 선수들에 비해 출전한 경기 자체가 적다. 하지만 류현진은 건강하게 던졌을 때 다른 경쟁자들에 비해 훨씬 안정적인 투구를 보였고, 올 시즌도 현재까지 무패 기록에 1점 대 평균 자책점 기록을 만들 수 있었다.

정상적으로 로테이션을 지킨다면 류현진은 앞으로 정규 시즌 7~8경기에 더 선발로 등판할 수 있다. 그리고 남은 경기들은 시즌 순위를 결정하는 데 가장 중요한 시기에 등판하는 경기들이 되었다. 류현진이 정규 시즌과 포스트 시즌에서 내구성만 유지한다면 1~2점대 평균 자책점으로 시즌을 마칠 수 있는 만큼 타이밍만 놓치지 않는다면 류현진의 진로가 좀 더 명확하게 보일 수도 있다.

류현진과 커쇼의 공통점, '건강하면' 최고의 투수

1987년생 류현진과 1988년생 커쇼는 각각 KBO리그와 메이저리그를 대표하는 최고의 왼손 투수였다. 류현진은 2006년에 KBO리그 신인상과 MVP 동시 수상을, 커쇼는 2014년에 내셔널리그 MVP를 포함하여 3번의 내셔널리그 사이 영 상을 수상했다.

그러나 두 정상급 왼손 투수들은 투수 최고 영예의 상을 거머쥔 이후로 크고 작은 부상에 시달렸다. 그 동안의 투구로 과부하가 걸렸던 류현진은 2015년 어깨 수술 이후 2017년을 제외하고 풀 타임 정규 시즌을 치르지 못하고 있으며, 커쇼도 2014년부터 허리와 관련된 여러 부위에 부상을 달고 있다.

특히 커쇼는 300탈삼진 시즌을 만들었던 2015년 빠른 공의 평균 구속이 93.6마일이었지만, 2016년 93.1마일, 2017년 92.7마일로 구속이 점점 떨어졌다. 2018년 커쇼의 빠른 공은 평균 구속 91마일까지 떨어졌다. 9이닝 당 탈삼진이 8.9개에 불과하지만 평균 자책점에 있어서는 2.47로 커쇼의 평균 성적보다는 미치지 못하지만 여전히 리그 상위권 수준의 투수다.

커쇼는 빠른 공의 속도가 조금씩 떨어지고 있지만 투구의 패턴이나 방향 등 조금씩 자신의 투구를 변화하면서 경쟁하고 있다. 류현진 역시 어깨 수술로 인해 빠른 공의 비중이 줄고 기존의 체인지업, 커브, 슬라이더 조합에 투심 패스트볼이나 컷 패스트볼 등 다른 구종들을 조합하며 변화를 시도해왔다.

올 시즌 남은 경기에서 다저스의 선발 로테이션을 이끌어야 하는 선수들이 류현진과 커쇼다. 두 선수 모두 부상으로 인하여 전반기의 많은 부분을 놓쳤고, 그러는 동안 다저스는 로스 스트리플링, 워커 뷸러 등 젊은 유망주들로 그 빈 자리를 메워 왔다.

커쇼와 류현진이 돌아오면서 일본인 선발투수 마에다 겐타가 불펜으로 이동하면서까지 그들에게 자리를 마련한 이유는 다저스 선발진에 그들의 힘이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비록 부상 때문에 쉬었지만, 그들이 비축하고 있던 힘은 그 동안 지친 다저스 선발진에게 어느 정도 여유를 줄 수 있게 된 것이다. 뷸러와 스트리플링 등 젊은 유망주들의 이닝 조절도 커쇼와 류현진이 복귀했기 때문에 가능해진 시나리오였다.

연패는 끊었는데... 잰슨 없는 불펜은 어떻게?

류현진이 조기 복귀하게 된 배경에는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마무리투수 잰슨의 심장 이상 때문이었다. 부정맥으로 인하여 일단 한 달 정도는 실전에서 볼 수 없게 된 잰슨은 다행히 불펜 세션을 재개하면서 다저스 수뇌부를 어느 정도 안심시켰다.

하지만 잰슨이 빠진 당장은 불펜의 공백을 누군가는 메워야 한다. 다저스가 16일 경기에서 간신히 5연패를 끊기는 했지만, 그 승리도 리드를 지키지 못한 채 연장 승부까지 가서 간신히 얻어낸 승리였기 때문이다. 이 날만 해도 8회에 등판했던 케일럽 퍼거슨이 앤드류 매커친에게 3점 홈런을 허용하며 블론 세이브를 저지르고 말았다.

다저스는 16일 경기까지 무려 8경기 연속 불펜의 방화 때문에 연패까지 경험했다. 거의 매 경기 다른 선수들이 골고루 불을 지르는 바람에 매일매일 불안 속에 경기를 펼쳐야 했다. 9일 커쇼 선발 경기에서는 타선이 커쇼의 패전을 면해줬지만, 불펜 때문에 패했다. 11일 경기에서는 잭 로스컵이, 12일에는 J.T. 샤고아가 불을 질렀다. 13일에는 딜런 플로로가 실점을, 14일에는 스캇 알렉산더가 그리고 15일 경기에서는 선발 등판 후 3일을 쉬었던 마에다가 불을 질렀다.

다저스는 트레이드 마감 시한에 유격수 매니 마차도를 데려오는 데 유망주 5명(볼티모어 오리올스)을, 2루수 브라이언 도저를 데려오는 데 유망주 3명(미네소타 트윈스)을 내줬다. 이 때문에 수준급 구원투수를 데려오는 데 과감한 투자를 할 수 없었다. 사치세를 피하기 위해서는 반대 급부로 최상위권 유망주를 내줬어야 했는데, 다저스는 미래를 위해 그러한 선택은 하지 않았다.

결국 다저스가 트레이드 시장에서 데려왔던 선수는 2011년에 46세이브를 기록했던 존 액스포드였다(통산 144세이브). 그러나 액스포드는 이적 이후 첫 등판에서 휴스턴 애스트로스를 상대로 아웃 카운트를 하나 잡는 데 무려 6점이나 내 주는 대형 방화를 저지르고 말았다. 이후 액스포드는 2경기에서 3이닝 무실점을 기록했지만, 이후 부상자 명단에 올라가면서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지금 당장만 봐서는 돌파구가 딱히 보이진 않는다. 그나마 다저스가 다음 일정인 시애틀 매리너스 원정 경기를 위해 이동하는 17일에 경기가 없다는 점이 선수단 전원에 하루 휴식을 안겨준 것이 다행스러운 요소다. 최근 5연패 경기 중에서 투수들의 무덤인 쿠어스 필드 원정 경기가 있었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다만 다음 상대 팀인 매리너스가 예년과 달리 만만치 않다. 21세기에 들어와서 만년 하위권이었던 매리너스는 올 시즌 아메리칸리그 와일드 카드에 도전하고 있을 정도로 순위가 많이 향상되었고, 부진에 빠진 에이스 펠릭스 에르난데스를 일시적으로 불펜으로 보냈을 정도로 순위 경쟁에 열을 올리고 있다.

다저스는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디백스)에 17일 경기까지 2경기 차 뒤진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3위에 있으며 내셔널리그 와일드 카드 경쟁에서도 5위에 있는데, 아직까지 포스트 시즌 진출 가능성은 높은 편이다. 그리고 경쟁에서 힘을 보태기 위해서는 잰슨이 돌아올 때까지 불펜이 정상적인 모습을 되찾아야 한다. 18일부터 다시 가을야구를 위해 레이스에 뛰어들 다저스가 어떠한 경기력을 보여줄지 지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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