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미 국가' 카타르는 왜 터키를 돕는다고 하나

김우영 기자 2018. 8. 18.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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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의 외교·통상 갈등으로 위기를 겪고 있는 터키에 중동의 자원 부국 카타르가 구원투수로 떠올랐다. 타밈 빈 하마드 알 타니 카타르 국왕은 15일(터키 현지 시각) 터키에 150억달러(약 17조원) 규모의 직접투자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타밈 국왕의 이날 발표는 터키 앙카라에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을 만난 후 나왔다. 카타르는 이 자금을 터키의 경제 프로젝트와 금융시장, 은행 예금에 투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카타르가 터키에 투자한다고 밝힌 150억달러는 2016년과 2017년 터키가 유치한 외국인직접투자(FDI) 133억달러와 108억달러를 훌쩍 뛰어넘는 규모다.

타밈 국왕은 터키를 ‘형제’라고 불렀다. 그는 트위터에 "우리는 무슬림 세계의 문제를 함께 다루고 카타르와 함께 해온 터키의 형제들을 지지한다"고 썼다.

카타르는 중동 지역에서 미국의 핵심 우방 중 한 곳이다. 카타르는 1991년 걸프전 이후 미국과 군사협약을 맺었고 카타르에는 중동에서 가장 큰 미군 시설 중 하나인 ‘알우데이드 공군기지’가 들어섰다. 이곳은 미군이 아프가니스탄·이라크·시리아·예멘을 대상으로 군사 작전을 펼치는 전략적 요충지로 꼽힌다.

그런데 카타르는 왜 터키를 돕겠다고 나섰을까. 공교롭게도 카타르가 터키 투자를 발표한 날은 터키가 미국산 제품에 맞보복 관세를 부과한다고 밝힌 날이다.

타밈 빈 하마드 알 타니(오른쪽) 카타르 국왕이 2018년 8월 15일 터키 수도 앙카라를 방문해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과 인사를 하고 있다. /카타르 국왕 트위터

◇ ‘단교 고립’ 카타르, 터키에서 지원 받아

우선 최근 중동에서 외교적 고립 상태인 카타르가 보폭을 넓히기 위해 터키에 손을 내밀었을 수 있다. 카타르는 지난해 6월 사우디아라비아 주도로 중동 국가들로부터 무더기 단교를 당했다.

이란과 친하게 지낸다는 게 가장 큰 이유였다. 이슬람 수니파의 종주국인 사우디는 카타르가 시아파의 대표국 이란과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는 점을 문제 삼았다.

단교로 하늘·땅·바다 통행이 봉쇄되고 식료품과 생필품 수입이 막혔을 때 카타르를 도운 나라가 터키다. 터키는 단교 선언 48시간도 채 안 돼 비행기에 우유와 요거트 등을 실어 카타르로 보냈다. 단교 후 지난해 9월까지 4개월간 터키의 카타르 수출은 90% 증가했다.

반면 당시 미국은 사실상 사우디의 손을 들어줬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카타르가 테러 단체를 지원해 왔으며 테러 지원을 중단해야 한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카타르와 이란의 관계도 지적했다.

타밈 국왕이 올해 4월 미국을 방문해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기도 했으나, 미국은 카타르의 단교 사태 해결에는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카타르의 터키 투자 결정에 미국을 향한 카타르의 불만이 작용했을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타밈 빈 하마드 알 타니(왼쪽) 카타르 국왕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2018년 4월 11일 미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에 앞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백악관

◇ 군사 협력 강화…카타르, 터키 쿠데타 때 특수부대 파병도

터키는 카타르와의 군사 협력도 강화했다. 터키는 2015년 카타르에 타리크 이븐 지야드 기지를 만들고 군대를 파병했다. 카타르가 지난해 단교를 당한 직후 터키는 장갑차 등을 추가로 보냈다. 이 기지는 군인 50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규모다.

카타르 주재 터키 대사는 올해 1월 터키가 카타르에 육군 외에 공군과 해군도 배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우디는 카타르 내 터키 군사기지 폐쇄를 단교 해제를 위한 13가지 조건 중 하나로 내걸었다.

카타르와 터키는 이집트의 이슬람 근본주의 단체 ‘무슬림형제단’을 지원하고 있기도 하다. 카타르는 2013년 사우디 등 걸프협력회의(GCC) 회원국과 ‘무슬림형제단’에 대한 지원을 끊는 내용의 비밀 협약을 맺었지만, 카타르는 이를 지키지 않고 ‘무슬림형제단’과 계속 관계를 유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슬람 근본주의자인 에르도안 대통령도 ‘무슬림형제단’에 우호적인 입장을 밝혀 왔다.

2016년 7월 터키에서 쿠데타 시도가 있었을 때 카타르는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의 요청에 따라 터키에 특수부대 요원 150명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터키 정부는 당시 타밈 카타르 국왕이 외국 정상 중 가장 먼저 에르도안 대통령에게 전화를 해 지지 의사를 전했다고 밝혔다.

2022년 월드컵을 개최를 앞둔 카타르에는 터키 기업들이 2017년 기준 116억 달러 규모의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은 월드컵 경기가 열릴 칼리파 국제경기장. /CNN

◇ 카타르 월드컵 개최 앞두고 경협 가속

카타르와 터키의 경제적 교류도 활발하다. 지난해 5월 카타르 상공회의소에 따르면, 카타르의 2022년 월드컵 개최를 앞두고 터키 기업들은 카타르에서 116억달러 규모의 관련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당시 기준 카타르의 터키 투자액은 200억달러를 넘어섰다.

카타르 정부에 따르면, 2015년 이후 두 나라의 교역량은 44억달러가 넘는다. 카타르의 주요 수출품은 천연가스와 원유인데, 이를 제외한 카타르산 제품을 가장 많이 수입하는 국가가 터키다.

워싱턴포스트는 "최근 몇 년간 카타르와 터키의 관계가 더 가까워졌지만, 카타르가 여전히 단교 사태를 겪는 상황에서 카타르가 터키에 얼마나 큰 도움을 더 줄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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