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는 아는 카메라·메일·전화기 모양 이모티콘..요즘 아이들은 왜 그 모양인지 몰라요
"엄마 이 버튼 모양은 왜 이렇게 생겼어요?"
만 5세 아들을 키우고 있는 직장인 김지현(36)씨는 아이 질문에 당황했다. 아이가 스마트폰에 있는 ‘전화하기’ 버튼의 수화기 모양이 무슨 모양인지를 물어왔기 때문이다. 아이가 전화기를 실제로 본 적이 없어 수화기 모양의 생김새를 몰라 질문한 것이었다.
김씨는 "별 생각이 없었는데 아이가 수화기 모양에 대해 물어봐 조금 놀랐다"며 "스마트폰은 많이 만지게 해줬는데, 친정이나 시댁에도 전화기가 없어 직접 접해본 적이 없다는 생각이 불현듯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인터넷에서 이미지를 찾아서 전화 버튼 모양에 대해 설명해줬다"고 덧붙였다.
아기일 때부터 스마트폰에 익숙한 세대가 등장하면서 애플리케이션(앱) 아이콘이나 컴퓨터 아이콘의 모양이 무엇을 본 뜬 것인지 모르는 아이가 점차 많아졌다. 2000년대 들어서는 전혀 쓰지 않는 ‘플로피디스크’를 많은 프로그램에서 ‘저장하기’ 아이콘으로 사용하는데, 왜 이런 모양을 하고 있는지 모른다는 어린이들과 청소년이 생겨난다는 ‘이야기’의 범위가 스마트폰으로 확장됐다.
애플의 아이폰 첫 모델 정식 출시를 기점으로 삼아 스마트폰이 본격적으로 등장한지는 11년이 됐다. 한국에서는 아이폰이 정식 유통된 시점이 2009년이었다. 국내 사용자들의 스마트폰에 대한 경험도 10년에 가까워졌다. 최근에는 유아부터 어린이까지도 스마트폰 영상을 틀어주거나 게임을 하면서 스마트폰과 태블릿PC에 대한 경험도 늘고있다. 실제로 한국의 19세이하 어린이와 청소년의 스마트폰 보급률은 90%를 넘어섰다.
덕분에 2010년대 생은 한글보다 스마트폰 사용법을 빨리 깨우치는 경우가 많다. 특히 부모가 아이가 소란을 피우지 않도록 어린이용 동영상을 틀어주거나, 부모나 형제가 스마트폰을 조작하는 걸 해보고 싶어하면서 유아와 어린이들이 금새 기기를 조작하기도 한다. 이런 속도 때문에 이모티콘 모양에 대한 ‘원본’을 알기 전에 스마트폰 속 이미지를 먼저 마주하게 된다.
실제로 육아정책연구소가 2008~2013년에 태어난 영·유아 1000명을 조사한 결과 만 2세 영아의 47.9%가 0~2세 시기에 스마트폰을 처음 사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아이들의 절반 가까이가 이미 만 2세 이하일 때 스마트폰을 접하는 셈이다. 1세 이하 영아에서는 30.2%가 1세 이하 시기에 스마트폰을 접한 것으로 조사됐다.
최근 7세 아이에게 한글을 집에서 가르치던 주부 허혜리(34)씨도 김씨와 비슷한 경험이 있다. 한글 ‘카’를 가르치면서 카메라 그림이 나오자 아이가 "스마트폰에 있던 그림이 이거였구나"라고 말했기 때문이다. 카메라는 스마트폰으로 사진 찍는 것 밖에 접해본 적이 없어 이를 알기 전에 스마트폰 기능을 배웠다.
허씨는 "어른들한테는 익숙한 모양이 아이에게는 특별히 의미를 모르는 채로 받아들여졌다는 걸 알게됐다"며 "실제로 아이들은 카메라보다는 스마트폰을 더 빨리 접했다는 것을 생각하면 우리와는 다르겠다는 생각도 했다"고 말했다.
비슷한 사례는 또 있다. 김영재(39)씨는 지난 5월 어버이날을 기념해 유치원에서 카네이션과 편지를 써온 딸 아이가 "메일모양이 편지 봉투 모양인 줄 몰랐다"고 말해 놀랐다. 김씨는 "아이들이 직접 경험하고 배우는 것보다 스마트폰으로 이미지를 먼저 소비한다는 걸 그때 알게됐다"고 말했다.
어른들이 우스운 농담으로 "요즘 애들은 플로피디스크가 왜 저장 버튼인지를 모른다"며 농담처럼 이야기하는 것도 오히려 옛이야기다. 실제로 정보기술(IT) 업계 관계자들은 사용자 인터페이스(UI)와 사용자경험(UX)이 급격하게 변하면서 더 큰 변화가 생겨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최근에는 사진 관련 앱 아이콘은 카메라가 아닌 렌즈 모양으로 변화하고 있다. 또 메일과 비슷하게 편지지 모양이었던 메시지 기능은 대부분 ‘말주머니’ 모양으로 그 모양을 달리했다. 사용자 경험이 변하면서 UI 디자인도 시대를 반영해 변화가 빠르게 일어날 전망이다.
한 IT 업계 관계자는 "이제는 터치 스크린을 넘어 음성 인터페이스로 넘어가는 시기이기 때문에 아이들이 기계를 보면 우선 말을 거는 모습을 목격하게 될 것"이라며 "인공지능(AI) 등 신기술이 생활에 들어올수록 지금 사용하는 많은 이미지나 기능들이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소모될 것"이라고 말했다.
민하영 대구가톨릭대 아동학과 교수는 "스마트폰을 통해 아직 배우지 못한 사물을 인지하는 것은 오히려 아동 발달에 도움이 될 수 있다"며 "다만 아이들이 스마트폰과 같은 기기를 접하는 연령이 점차 낮아지고 있으므로 과잉 의존하지 않도록 스마트 기기 시대에 맞는 교육 방식을 고민하고 부모가 잘 이끌어 줄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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