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Why] 웃지마시오! 지금 보시는 이 옷은 전세계를 휩쓰는.. '아재 패션'입니다

이혜운 기자 2018. 8. 18.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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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묘부터 런던까지, 10대부터 50대까지, 정장과 작업복 사이 '아저씨 스타일' 유행
디자이너 키코

'세계 최고의 거리(Best street in the world).'불가리아 출신 디자이너 키코 코스타디노프(Kostadinov)는 최근 이런 문구와 함께 서울 동묘 인근 황학동 도깨비 시장에서 촬영한 한국 중·장년 남성들의 패션을 인스타그램에 올렸다. 야구 모자를 쓰고 느슨한 배바지를 입거나, 실용적인 팔토시나 조끼를 착용한 모습이었다. 그가 비슷한 시기 올린 인스타그램 스토리(사진과 동영상을 24시간만 공유하는 기능)에는 더 많은 사진이 올라왔다. 빨간색 오토바이 헬멧을 쓰고 노란색 운동복 상의를 입은 후 전대를 착용하거나, 파란색 등산복 바지 밑에 투박한 운동화를 신은 사진들이었다. 이 사진들엔 4000개에 가까운 하트(좋아요)가 달렸다. 팔로어들은 "동묘 아재룩에 반한 키코" "갑자기 패피(패션피플)로 수직 상승한 동묘 아재"라며 열광했다.

'아빠 신발' 유행시킨 디자이너

센트럴 세인트 마틴을 졸업한 코스타디노프는 지난 6월 열린 2019 봄·여름 런던패션위크에서 가장 주목받은 스타다. 지난 2월엔 아식스와 손잡고 출시한 운동화가 완판 대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그런 그가 '동묘 아재 패션'에 반한 이유는 무엇일까.

코스타디노프의 작업을 보면 동묘 아재 패션과 상당 부분 유사성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가 디자인한 아식스 운동화에 대한 별명은 '대디 슈즈(아빠 신발)'. 뭉뚝하고 투박한 선과 색은 왠지 창고 속 아빠의 오래된 등산화 중 있을 법한 디자인이다.

이런 철학은 당시 촬영한 일본 남성 패션 매거진 '뎀 매거진' 화보에도 나타난다. 화보 속 모델은 50대 이상의 중년 남성. 코스타디노프의 운동화를 신고 정장인지 작업복인지 헷갈리는 옷을 입고 팔토시와 고무장갑을 낀 채 일하는 모습이다.

그가 이번 런던패션위크에서 선보인 의상도 비슷하다. 모델들은 운동복 위에 품이 넉넉한 체크무늬 재킷을 입거나, 주황색 작업복 위에 남색 반바지를 입고 있다. 운동복과 작업복, 정장 사이의 경계에 있는 옷들이다. 패션 전문가들은 이런 그의 정체성을 어릴 적 가정환경에서 찾는다. 아버지는 건설 현장 노동자였고, 어머니는 청소부와 보육 일을 했었다. 뉴욕타임스는 "코스타디노프의 작품들은 고된 일을 했던 그의 부모님에게서 영감을 받은 것들이 많다"고 분석했다.

1.갈색 깔맞춤 -지난 15일 서울 종로구 동묘역 인근에서 만난 장년 남성. 옆으로 메는 크로스백과 카고 팬츠(주머니가 여러 개 달린 헐렁한 바지), 가죽 샌들을 비슷한 색깔로 통일하고 남색 양말로 포인트를 줬다. 2.패션의 완성은 망사양말 -투박한 아빠 운동화도 망사 양말을 매치하면 트렌디해진다. 옷에 포인트가 되는 양말 선택은 과감하게. 색은 검은색을 골라 과하지 않게 연출했다./이태경 기자 3.팔토시가 포인트 -지난 2월 키코 코스타디노프가 일본 스포츠 브랜드 아식스와 함께 작업한 화보. 가죽 벨트를 착용한 정장 바지 밑 운동화와 반팔 셔츠 위 팔토시는 동묘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패션이다./코스타디노프 인스타그램

글로벌 트렌드는 '아재 패션'

올해 글로벌 패션 트렌드 역시 '대디 패션', 즉 '아재 패션'인 것도 동묘가 패션 거리로 주목받는 이유다. 미국의 경제 전문 매체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최근 1970~80년대에서 온 듯한 아빠 스타일이 멋진 스타일로 주목받고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 라이프스타일 웹진 퓨어와우는 '대디 패션'을 완성하기 위한 아이템으로 ▲하와이안 셔츠 ▲뭉뚝한 운동화 ▲아빠 청바지 ▲야구 모자 ▲추리닝 등을 꼽았다.

지난 15일 방문한 동묘 벼룩시장에서 종종 볼 수 있는 아이템이었다. 뭉뚝한 운동화와 추리닝은 등산화와 등산복으로 대체되기도 했고, 엉덩이 가방(패니 팩·fanny pack)은 전대 등으로 불리지만, 동묘 패션 그대로 런던패션위크에 올려도 어색하지 않을 듯했다.

이런 현상은 최근 트렌드가 남의 시선을 신경 안 쓰는 스트리트 패션이라는 점도 반영된다. 발렌시아가, 수프림 등으로 이어지는 기존 패션을 비트는 매력이 동묘까지 이어진다는 것이다. 동묘 거리에서 옷을 고르던 이두훈(62)씨는 "옷을 고를 땐 편하고 실용적인 것이 우선"이라며 "남의 눈은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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