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녹슬고 먼지 수북.. 도심속 '자전거 무덤'

2018. 8. 17.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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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슬고 먼지 수북.. 도심속 '자전거 무덤'

"흉가 같은 느낌이라서 자전거를 세워놓기 싫네요."

13일 오후 4시경 자전거를 타고 서울 구로구 지하철 7호선 천왕역 옆을 지나던 주민 유모 씨(29·여)는 환승센터 내 자전거 주차장을 그냥 지나쳤다.

본보 취재진이 둘러본 천왕역 환승센터 자전거 주차장은 인적이 드물고 어두워 50m 길이의 동굴처럼 보였다.

역 근처에 자전거를 댄 김모 씨(61)는 "자전거 주차장이 전자식이라 이용하기 어렵고 시간도 오래 걸려서 잘 안 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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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역 자전거주차장 관리 엉망

[동아일보]

16일 서울 구로구 지하철 1호선 개봉역 2번 출구 앞 자전거 주차장에 먼지가 수북이 쌓인 자전거가 빼곡히 주차돼 있다. 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
“흉가 같은 느낌이라서 자전거를 세워놓기 싫네요.”

13일 오후 4시경 자전거를 타고 서울 구로구 지하철 7호선 천왕역 옆을 지나던 주민 유모 씨(29·여)는 환승센터 내 자전거 주차장을 그냥 지나쳤다. 그 대신 인근 상가 안쪽에 자전거를 세웠다. 자전거를 이용해 지하철역을 오간 지 3년이 넘었지만 늘 그렇게 하고 있다고 한다.

본보 취재진이 둘러본 천왕역 환승센터 자전거 주차장은 인적이 드물고 어두워 50m 길이의 동굴처럼 보였다. 총 453대의 자전거를 세워놓을 수 있는 공간에 절반 이상은 비어 있었다. 주차된 자전거 가운데 절반가량은 체인이 빨갛게 녹슬거나 먼지가 수북이 쌓여 있는 등 오랫동안 방치된 흔적이 역력했다.

서울시설공단에서 월 1회씩 확인하는 관리점검표에는 이달에도 점검했다는 표시가 있었다. 방치된 자전거 수는 1, 2대이고 청소나 미관 상태는 ‘양호’라고 적혀 있었다. 실제 상태와는 거리가 멀다.

최근 서울시가 도심 자전거 도로를 만드는 등 자전거 이용 활성화 정책을 펴고 있지만 정작 기존에 있던 자전거 주차시설에 대한 관리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본보 취재진은 서울시설공단과 각 구가 운영 중인 자전거 주차장 19곳 가운데 9곳을 둘러봤다. 이 중 6곳은 방치된 자전거가 많아 미관을 해치고 시민들에게 외면받는 모습이었다. 서울시는 ‘자전거 이용 활성화’ 정책의 하나로 2007년부터 각 구와 협력해 자전거 주차장을 만들었다. 주차장 1곳을 만드는 데 최대 40억 원의 예산이 투입됐다.

지하철 2호선 잠실역 1번 출구 옆 자전거 주차장은 승강기식으로 만들어진 7층 규모다. 하지만 바깥에서는 현재 주차공간이 얼마나 남아있는지 알 수 없었고 일정 규격에 해당하는 자전거만 주차가 가능했다. 퇴근시간대인 오후 6시부터 1시간 동안 지켜봤지만 이 주차장을 이용한 시민은 없었다.

오히려 자전거 주차장 근처의 ‘자전거 주차금지구역’ 표지가 붙어 있는 긴급차량진입로를 따라 불법 주차되거나 방치된 자전거가 50m 넘게 줄을 지어 있었다. 역 근처에 자전거를 댄 김모 씨(61)는 “자전거 주차장이 전자식이라 이용하기 어렵고 시간도 오래 걸려서 잘 안 쓴다”고 말했다.

서울 은평구 지하철 3호선 구파발역 환승센터 인근 주차장 구석에서는 10대 후반으로 보이는 청소년들이 가방을 멘 채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주민 이모 씨(69·여)는 “낮에도 어둡고 음산한 느낌이 든다”며 “도난도 많고 청소년 일탈도 많이 발생하는 장소가 된 것 같다”고 걱정했다.

서울의 한 구 관계는 “자치구에서는 자전거 주차장을 어떻게 운영할지 기준이 명확하지 않고 인력도 부족하다 보니 관리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

한유주 인턴기자 연세대 독어독문학과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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