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소방관 둘 목숨 앗아간 '마의 수중보' 썰물 땐 2m 낭떠러지

전익진.임명수.박형수 2018. 8. 16.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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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 표지판 있는지 어민도 몰라
올해만 7차례 민간보트 수난사고
서울시 뒤늦게 "상류에 부표 설치"
주민 "민간선박 진입 금지해야"

지난 14일 오후 7시 20분 경기도 김포시 고촌읍 신곡리 신곡수중보 앞 김포대교 아래 한강. 기자는 이곳에 익숙한 어민과 함께 어선을 타고 수중보 앞에 갔다. 12일 오후 소방 수난구조대 보트 전복사고로 소방관 2명이 목숨을 잃은 현장이다. 신곡수중보는 평소 민간인 보트 전복 사고가 잇따르는 ‘수난사고 다발 지역’이다. 김포소방서는 올해 들어서만 7차례나 신곡수중보 일대에서 수난사고가 발생해 구조활동을 벌였다고 밝혔다.

한강 하류 방면에서 바라본 신곡수중보. 강 바닥이 상류 쪽은 높고 하류 쪽은 낮아 썰물 때는 2m에 가까운 낙차가 발생한다. [사진 행주어촌계]
가양대교 하류 선착장에서 8㎞ 정도 한강을 달려 김포대교로 향했다. 방화대교와 행주대교 어디에도 신곡수중보로 접근을 막거나 위험성을 알리는 안내 표지판이 보이지 않았다. 김포대교에 이르자 교각에 ‘충돌 위험 전방 150m 수중보’ ‘위험 전방운항금지’ 등이 적혀 있었다. 현장을 안내한 행주어촌계 소속 어민 김홍석(60)씨는 “어민들조차 김포대교에 수중보 위험 안내 표지판이 있다는 것을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그는 “흐린 날이나 야간에는 조명시설이 없이 표지판이 안 보인다”며 혀를 찼다. 신곡수중보는 1988년 정부가 염수 피해 방지와 용수확보 등의 목적으로 한강 하구를 가로질러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신평동과 김포시 고촌읍 신곡리 구간에 1007m 길이로 설치했다.

김씨는 김포대교 아래 어선 위에서 눈앞에 보이는 하류 쪽 신곡수중보를 가리켰다. 배의 시동을 끄자 물 떨어지는 굉음이 울려 퍼졌다. 그는 “150m 앞 수중보 수면은 썰물 때는 하류가 2m 정도 낮은 상태가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보트와 제트스키, 요트 등이 이를 모른 채 그대로 달렸다가는 곧바로 뒤집어지면서 탑승객들이 소용돌이와 급류에 휩쓸리게 돼 있다”고 했다.

김포대교 교각에 설치된 위험 표지판. [전익진 기자]
이와관련, 서울시 한강사업본부 관계자는 14일 “신곡수중보를 기준으로 한강 상류 500m 혹은 1㎞ 지점 강 가운데에 대형 부표 한두 개를 설치해 위험 지역임을 안내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신곡수중보
일각에서는 이번 조치를 두고 ‘사후약방문’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그간 여러 차례 인명 사고가 발생했지만, 관할이 아니란 이유로 손 놓고 있던 서울시가 온 국민의 관심이 집중되는 사고가 난 후에야 뒤늦게 대책을 마련하고 수습에 나섰다는 게 비판의 요지다. 그간 서울시는 “신곡수중보는 군사 작전지역으로 통제 권한은 국방부에, 소유권은 국토부에 있다. 시는 일부 시설에 대해 관리운영만 할 뿐”이라는 입장을 밝혀왔다.

심화식(64) 한강살리기어민피해비상대책위원장은 “전문적인 안전교육을 받고, 안전장비를 갖춘 채 매뉴얼에 따라 출동한 소방관들도 수난사고를 당할 정도로 신곡수중보는 위험 지역인데 방치되다시피 하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신곡수중보에서의 수난사고를 근본적으로 예방하기 위해서는 김포대교 쪽 한강에는 민간선박 운항을 금지하고, 이에 대한 계도 및 단속도 병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포·고양=전익진·임명수 기자, 박형수 기자 ijj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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