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에 허덕이는 20대..'청년 파산' 급증, 배경은?

공윤선 2018. 8. 15.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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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데스크] ◀ 앵커 ▶

실업과 신용불량을 겪고 있는 '실신세대' 청년들, 이 청년들을 노리는 불법 대출 실태에 대해서 전해드렸죠?

이런 일이 일어나는 건 청년들의 경제 사정이 계속해서 나빠지고 있기 때문인데요.

심지어 파산을 신청하는 20대가 급증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대법원이 세대별 파산 신청자를 집계해보니까 지난 5년 내내 20대만 유일하게 증가했습니다.

공윤선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서울의 한 옥탑방에서 친구와 함께 살고 있는 25살 수정 씨.

수정 씨는 지난 7월 법원으로부터 파산 선고를 받았습니다.

어느새 2천여만 원으로 불어난 빚을 도저히 감당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시작은 5년 전인 스무 살 때, 아르바이트를 구하는 동안 생활비가 부족해 손을 댄 속칭 '휴대폰깡'이었습니다.

휴대폰 2대를 개통하고 당시 수정 씨가 손에 넣은 돈은 60만 원.

하지만 명의 도용 사기까지 당하면서 갑자기 빚은 900만 원까지 불어났습니다.

[김수정(가명)/파산한 청년] "정말 필요했던 돈이 50만 원, 많으면 100만 원, 그정도였어요. 딱 월세하고 한달 생활할 수 있는… 대출에는 신용이 필요하다고 하지만 20살 바로 생일 지난 사람이 어디서 신용이 나겠으며…"

추심 업체의 독촉 문자와 전화는 끊임없이 이어졌습니다.

"추심만 하는 회사인데, 거기서 '신용도 떨어트립니다', '신용불량자 만들겠습니다' 하는 협박을 해요. (돈을) 무조건 내야죠. 신용불량자 만든다고 하는데"

결국, 연이자가 많게는 480%에 달하는 불법 사채까지 쓰게 됐고 빚은 걷잡을 수 없이 불어나 결국 파산까지 신청하게 된 겁니다.

파산한 20대들이 모두 수정 씨 같은 과정을 겪은 건 아니지만 감당하기 힘든 빚을 졌기 때문임은 분명합니다.

게다가 이런 청년들은 빠르게 늘고 있습니다.

취재해보니 올해 6월까지 법원에 파산을 신청한 20대는 모두 477명이었습니다.

지난해 상반기보다 32.5%나 늘었는데요.

절대적인 숫자가 많은 건 아니지만 그 증가 추이를 살펴보면 놀랍습니다.

지난 2013년 전체 484명이었던 20대 개인파산신청자는 지난해 780명으로 5년 사이 60% 넘게 증가했습니다.

반면 같은 기간 다른 세대들은 15% 가까이 줄었습니다.

유독 20대만 파산 신청이 증가하는 이유는 뭘까.

지난해 30세 미만의 평균부채는 2,385만 원, 지난 2010년에 비해 154%가 증가했습니다.

전체 가구 평균 부채 증가율의 3배에 달할 정도의 급격한 증가입니다.

반면 소득은 줄었습니다.

모든 세대 중 소득이 줄고 있는 건 30세 미만이 유일합니다.

버는 돈은 주는데 빚만 늘고 있는 꼴, 안정적 일자리는 없고 월세 등 생활비가 계속 오르고 있는 탓에 계속 지출이 증가할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신영지(가명)/신용불량 청년] "하루에 진짜 저 혼자 뛰어서 (아르바이트 면접) 7~8군데 가본 적도 많고 그래요. 근데 돌아오는 답변은 아닌 것 같다고…"

이런 상황에서 불법 금융이나 고리의 악성 대출까지 손을 대면 파산이나 신용불량으로 이어지기 십상입니다.

[금태섭/국회 법사위원회 의원] "직장을 제대로 잡지 못하기 때문에 낮은 금리의 안정적인 대출을 받지 못하고 고금리 대부업체에서 대출을 받는다는가 이것을 갚기 위해서 또 다른, 조금 더 고금리 고금리로 가다 보니까…"

정부에서 운영 중인 청년 지원 제도를 이용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지적이 있을 텐데요.

그래서 살펴봤습니다.

보시는 것처럼 한국장학재단에서 지원하는 대학생 학자금과 생활비 대출 지원제도가 있습니다.

하지만 대학이나 대학원 재학 중이 아니면 대상이 아니고요.

햇살론이라는 것도 있습니다.

청년과 대학생에게 학업과 구직에 필요한 생활비 등을 대출해 주는 건데요.

금리는 연 4~5% 정도로 비교적 좋지만, 햇살론 역시 석 달 이상 월급을 받고 있어야 지원이 가능했습니다.

결국 대학생도 아니고, 아직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청년이라면 공공의 지원을 받는 것 역시 매우 어려운 상황이었습니다.

실제로 미취업 청년의 경우 금융 채무 연체 문제가 심각했는데요.

신용회복위원회에 자료를 요청해 살펴본 결과 채무 조정 과정을 밟은 미취업 청년의 숫자가 지난해 급격히 증가했고 대학생의 18배에 이를 정도로 훨씬 많았습니다.

정부 지원의 사각지대인 거죠.

문제는 대학 진학률이 68%까지 낮아지고 취업난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이 같은 사각지대는 계속 커질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그래서, 자금 지원 제도를 보완하고 미취업 청년들을 전문적, 통합적으로 관리할 기관이 필요합니다.

지난해 전국 최초로 문을 연 광주청년드림은행.

빚에 허덕이는 청년들에게 전문 상담은 물론 빌린 돈의 이자와 생활비로 쓰라고 80만 원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지난 6개월여 동안 130여 명이 찾았습니다.

[전지나(가명)/신용불량 대학생] "'(빚이) 내 탓이다' 다 그런 생각 때문에 힘들었거든요. 어디서도 도움은 주지 않고. 그런데 (상담 뒤에) '같이 해결해 나갈 수 있는 문제였구나' 이런 생각을 하면선 진짜 희망이 보였어요."

당장 빚을 해결하기보단 갚을 수 있겠다는 희망을 주는 게 목표입니다.

사회에 나서기도 전에 좌절하는 청년들의 현실,

"그냥 왜 이러고 살지? 그냥 막막한 거밖에 없죠. 꼭 이렇게 살아야 되나 이렇게 생각도 하고…"

더 세심하게 도울 방법을 찾을 필요가 있습니다.

MBC뉴스 공윤선입니다.

공윤선 기자 (ksun@m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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