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체온 40도의 새가 폭염을 피하는 방법

2018. 8. 15.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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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 노정래의 동물원 탐험
각기 특별한 행동으로 여름 더위를 식히는 동물들
펭귄·북극곰, 동물원 여건 안 되면 키우지 말아야

[한겨레]

열대 조류인 토코투칸는 덩치에 비해 부리가 크다. 부리에는 혈관이 그물망처럼 깔려있어 체온을 떨어뜨린다. 존 핸슨/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폭염이 지칠 줄 모르고 계속되고 있다. 올해엔 비까지 안 와 지난 한달 전국의 누적 평균 강수량은 32.9㎜로 지난 30년간 평균 273㎜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하다. 이렇게 푹푹 찌는 더위에 사람들은 피서하러 가거나 시원한 물, 선풍기와 에어컨으로 이겨낸다. 동물은 어떻게 극복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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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끼리가 귀를 팔랑거리는 이유

동물은 항온동물과 변온동물로 나뉜다. 조류와 포유류 등은 항온동물로 체내 온도가 항상 일정한 온도로 유지된다. 더울 땐 땀을 흘리거나 열을 발산해 체온을 낮추고, 추울 땐 섭취한 음식물에서 열을 얻는다. 곰 같은 야생동물은 추운 겨울에 체온을 끌어 올릴 만큼 먹이가 충분하지 않아 아예 포기하고 겨울잠을 잔다.

개구리, 뱀, 붕어 등은 변온동물로 체온이 주위의 온도에 따라 변한다. 그렇다고 주위 온도에 무한정 맞춰지진 않는다. 보통 대기 온도가 섭씨 5~10도에서부터 35~40도인 지역으로 변온동물의 분포가 제한된다. 폭염이 계속되면 여름잠을 자면서 더위를 피한다. 더위보다 겨울이 문제다. 체온이 급격히 내려가면 신진대사가 활발하게 이뤄지지 않아 땅속으로 파고 들어가 겨울잠을 잔다. 곰의 겨울잠은 짧고 얕지만, 변온동물은 신진대사가 활발하게 일어날 수 있을 만큼 기온이 올라가는 봄까지 깊은 잠에 빠진다.

사람은 땀을 흘려 체온을 낮춘다. 땀이 증발하면서 열을 빼앗아가 체온이 떨어지는 원리다. 동물도 그럴까? 야생동물은 사람과 다르다. 새, 호랑이, 코끼리 등이 사람처럼 땀을 줄줄 흘린다면 순식간에 탈진돼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것이다. 사람처럼 즉시 수분을 보충할 수 없어 죽을 수도 있어서 그렇게 진화하지 않았다. 야생동물은 열을 발산시켜 체온을 낮추는 쪽으로 진화했다.

코끼리가 귀를 팔랑거리면 혈액 온도가 낮아지고, 이 혈액이 온몸으로 돌면서 체온이 떨어진다. 보츠와나 초베국립공원의 아프리카코끼리. 클립아트코리아 제공

코끼리는 체온이 올라가면 귀를 팔랑거린다. 귀에는 수많은 혈관이 뻗어있다. 몸의 열기를 담은 혈액이 귀에 있는 혈관을 따라 지나가는 과정에 귀를 팔랑거리면 혈액 온도가 낮아진다. 이 혈액이 다시 온몸으로 돌면서 자연스럽게 체온이 낮아진다. 이런 식으로 체온을 13도가량 낮출 수 있다. 피부도 한몫한다. 코끼리 피부는 자잘한 잔주름과 손금처럼 골이 파여 매끄럽지 못하다. 늙어서 주름이 생긴 게 아니다. 어린 코끼리도 주름이 많다. 사실 주름이 더위를 피하게 해 준다. 주름으로 생긴 틈에 남아 있는 습기가 증발하면서 열을 빼앗아 체온을 낮춘다. 몸에서 나는 열을 최고 75%까지 조절하는 비결이 여기에 있다. 이런 신체적인 구조 덕택에 기온이 48도까지 치솟아도 버틴다. 더위엔 뭐니 뭐니 해도 샤워가 제일이고 뙤약볕에 안 나가는 게 좋다. 물 밖으로 코와 입만 내놓고 온몸을 물에 담가 쉬거나, 일출 전과 일몰 무렵에 먹이를 먹는 습관이 코끼리가 더위를 피하는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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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발을 핥는 캥거루, 헉헉거리는 개

앞발을 핥는 캥거루를 본 적이 있을 것이다. 덥지 않을 때 앞발을 핥는 것은 깨끗하게 하려는 것이고, 더울 땐 더위를 피하려는 독특한 행동이다. 캥거루 앞발에 특별히 혈관이 많이 지나간다. 체온이 올라가면 캥거루는 앞발이 촉촉하게 젖을 때까지 혀로 핥는다. 앞발에 묻은 침이 증발하면서 체온을 빼앗아 자연스럽게 체온이 낮아진다.

개, 돼지는 더울 때 입을 벌리려고 혀를 밖으로 쭉 빼 헉헉거린다. 땀 대신 열기를 품은 촉촉한 숨을 내뱉고, 따뜻한 혀를 시원한 공기와 접촉해서 체온을 낮추려는 행동이다. 코끼리가 귀를 팔랑거리는 것과 같은 이치다. 사막에 서식하는 동물은 아무리 더워도 입 밖으로 수분이 함유된 공기를 내보내지 않는다. 뜨거운 체온만 식힌다. 물이 귀해 체내에 있는 수분을 한 방울이라도 빼앗기지 않아야 살 수 있어서 그렇게 진화했다.

캥거루가 덥지 않을 때 앞발을 핥는 것은 깨끗하게 하려는 것이고, 더울 땐 더위를 피하려는 독특한 행동이다. 클립아트코리아 제공

새들의 체온은 섭씨 40℃ 정도로 다른 종보다 높다. 기온이 높아지거나 날갯짓을 빨리해서 체온이 더 올라가면 다양한 방법으로 떨어뜨린다. 새들은 사람처럼 땀을 흘리거나 개처럼 헉헉대지도 않는다. 호흡 속도가 빨라 정상적으로 숨만 쉬어도 자연스럽게 체온이 내려간다. 털이 없는 부위인 발, 다리와 눈 주위의 살갗을 통해서도 열을 발산시킨다. 증가한 체온을 빨리 떨어뜨려야 하는 종의 눈 주위는 도톰한 살로 둘러싸여 있다. 열대 조류인 토코투칸(Toco Toucan)처럼 덩치에 비해 부리가 매우 큰 종도 있다. 이 부리에 수많은 혈관이 그물망처럼 깔려있다. 체온이 올라가면 부리에 뻗어있는 혈관으로 혈액이 흘러가게 한다. 혈관을 타고 지나가는 동안에 공기와 접촉하면서 식혀진 혈액이 다시 몸으로 들어가면 체온이 떨어진다. 그러다 정상 체온이 유지되면 혈액을 부리로 보내지 않는 식으로 더위를 피한다.

새들도 햇볕이 따가운 한낮에는 쓸데없이 돌아다니지 않고 쉰다. 참새, 박새처럼 작은 새나 노래하는 새들은 반복해서 머리를 물속에 처박거나 날개를 퍼덕거려 체온을 떨어트리기도 한다. 물에서 사는 물새도 평소보다 자맥질을 자주 해서 물속에 몸을 담근다. 평소에 새들은 날개를 옆구리에 딱 붙이고 앉아 있지만, 더울 땐 날개를 몸에서 약간 떼 그 사이로 공기가 흐르게 해서 체온을 낮추기도 한다. 더위가 닥치기 전에 시원한 곳으로 떠나는 철새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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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극곰은 여건 안 되면 키우지 말라

야생에서 더위를 이렇게 피한다는 얘기다. 서식지와 생태 환경이 다른 동물원에 있는 놈들은 조금 다르다. 하지만 동물원에서 행동풍부화라는 프로그램으로 서식지와 비슷한 여건을 만들어 주고 있어, 더울 때 스스로 그늘을 찾거나 목욕하거나 선선한 바람이 부는 곳으로 가거나 선택할 곳이 많다. 그럴지라도 조상 대대로 추운 곳에 살아서 지글지글 끓는 여름을 견뎌내기 힘든 펭귄과 북극곰을 우리나라에서 기르는 것이 적합한지 생각해 볼 일이다. 이놈들을 데리고 있으려면 서식지처럼 살기 좋게 제대로 해주든지, 그렇게 못 해주면 아예 기르지 말아야 한다.

지난 2013년 1월 경기 용인의 에버랜드 동물원에서 북극곰이 먹이를 바라보고 있다. 동물복지적인 문제가 제기됨에 따라 에버랜드는 올해 11월 북극곰 ‘통키’를 영국 요크셔동물원으로 이주시키기로 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북극곰을 기르기 적합하지 않다며 외국으로 보내기로 한 우리나라 동물원도 있다. 멋진 결정이다. 살얼음이 얼 만큼 시원한 물에서 펭귄이 생활하게 하는 동물원도 있다. 멸종위기종을 서식지처럼 맞춰줘서인지 번식도 했다. 우리나라 동물원도 동물이 서식지에서 사는 것처럼 지내게 도운 지 오래됐고, 동물원의 사회적 역할 변화의 물결이 친 지도 꽤 됐다. 이젠 전시 위주의 동물원은 접고, 종보전센터로서의 기능을 하기 위해 앞으로 쭉쭉 나갈 것이다.

노정래 전 서울동물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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