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창수의 '나라살림을 제대로 바꾸는 법']금융소득종합과세 뒤엎은 기재부의 '수상한 저항'

입력 2018. 8. 15.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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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현금지급기에서 5만원권이 인출되고 있다./연합뉴스
특위의 권고안을 기재부가 뒤엎고 정부의 세법개정안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특위의 금융소득종합과세 강화방안은 정부의 세법개정안에 흔적조차 남지 않았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정부 세법개정안이 발표되었다. 논의를 거쳐 국회에서 확정되면 ‘안’이라는 꼬리표를 떼고 세법이 되어 직접적으로 국민의 삶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그런데 정부 세법개정안에 포함이 안 된 중요한 사항이 있다. 바로 금융소득종합과세 강화다.

금융소득종합과세 강화방안은 대통령 직속 조세개혁특별위원회에서(이하 특위) 공식적으로 발표한 세제개편 권고안에 포함된 방안이다. 전문가들과 언론은 특위의 권고안은 정부의 세법개정안에 포함될 것으로 예측했다. 이는 특위가 꼭 대통령 직속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그 특위 위원에 기획재정부 세제실장도 포함되었기 때문이다. 정부의 세제 방향을 총책임지는 기획재정부 세제실장이 포함된 특위가 만든 권고안을 정부가 (정확히 말하면 기재부가) 뒤집을 일은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게 실제로 일어났다. 특위의 권고안을 기재부가 뒤엎었으며, 결국 정부의 세법개정안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특위의 권고안 중 가장 논란이 많았던 것은 종합부동산세(종부세)였다. 기획재정부는 특위의 종부세 강화방안을 다소 완화하기는 했지만 이를 넣었다. 그런데 특위의 금융소득종합과세 강화방안은 정부의 세법개정안에 흔적조차 남지 않았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종부세보다 더 무서운 금융소득과세

사실 고소득·고자산가에게는 종부세 강화보다는 금융소득종합과세 강화가 더 무섭다. 그리고 그것 때문에 고소득자의 강력한 저항(그러나 잘 보이지는 않았던)에 부딪혀서 정부 방안에는 누락된 게 아닐까? 도대체 금융소득종합과세가 무엇이길래 기재부는 기재부 세제실장이 포함된 대통령 직속 특위의 권고안을 정면에서 거부한 것일까?

금융소득종합과세는 말 그대로 금융소득을 종합하여 과세하는 제도다. 우리나라 소득세는 종합과세가 원칙이다. 내가 번 소득은 모두 종합하여 누진과세한다는 뜻이다. 소득세는 누진과세가 된다. 누진과세는 적은 소득에는 적은 세율, 높은 소득엔 높은 세율이 적용된다는 뜻이다. 그런데 누진과세를 하고자 한다면 종합과세를 할 수밖에 없다.

내가 근로소득에서 100만원을 벌고, 사업소득에서 100만원, 기타소득에서 100만원을 번다면 나의 총소득은 300만원이다. 즉, 300만원이라는 총소득에 해당하는 세율을 적용해서 과세된다. 100만원에 해당되는 세율이 아니라 각각의 소득을 ‘종합’한 금액에 해당하는 세율을 적용해야 누진과세의 원칙이 적용된다. 이건 사회적 합의를 이룬 누진과세의 대원칙이다.

그러나 모든 원칙에는 예외가 있다고, 여기에도 예외가 있다. 바로 금융소득이다. 금융소득은 통장 등에서 발생하는 이자나 배당 소득인데 통장에서 몇백 원, 또는 몇천 원이 발생한다고 종합소득 신고를 해야 할까? 그러기엔 너무 많은 행정비용이 든다. 그래서 이자와 배당 같은 금융소득은 그냥 다른 소득과 종합하지 않고 분리해서 과세하기로 했다. 종합할 수 없으니 누진과세가 불가하여 14%(지방세까지 15.4%)로 단일세율로 과세한다.

그런데 이렇게 단일세율로 분리해서 과세하다 보니 문제가 생겼다. 자산이 수십억 원이 넘는 부자들의 금융수익에 14% 세율로 과세된다면 누진과세 원칙이 심각하게 침해받게 된다. 그래서 만들어진 것이 금융소득종합과세제도다. 일정금액 이상의 금융소득은 다시 원칙대로 종합과세를 하자는 제도다. 정리하자면 원칙은 모든 소득을 종합하여 누진하는 것이 소득세의 대원칙이지만 행정상 편의를 위해 이자소득은 종합하지 않고 분리하여 과세하기로 했다.

금융자산이 얼마면 이자만 2000만원?

그런데 이는 자산가에 지나친 특혜로 작용할 수 있기에 금융자산가의 금융소득은 다시 종합하여 과세해야 한다는 사회적 요구로 탄생한 것이 금융소득종합과세다. 여기까지는 사회적 합의를 이루었다. 그런데 문제는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고 금융소득종합과세의 기준금액을 정하는 것이 사회적 논란거리가 됐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가운데)이 지난 달 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왼쪽),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과 함께 종합부동산세 개편안 브리핑을 하고 있다./김창길 기자
현재 금융소득종합과세 기준 소득금액은 2000만원이다. 2000만원이라면 그리 큰 부자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그러나 다시 말하지만 2000만원은 금융자산 기준이 아니라 금융소득 기준이다. 이자만 2000만원이 발생하려면 금융자산은 얼마여야 할까? 정기예금 금리 2.5%로 따지면 금융자산이 8억원은 있어야 2000만원의 이자수익이 발생한다.

그런데 금융자산이 8억원 있다고 이를 모두 이자 또는 배당이 발생하는 금융상품에만 투자를 할까? 포트폴리오 투자라는 원칙이 있다. 쉽게 말하면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지 않는다는 뜻이다. 내가 자산이 8억원 있을 때 8억원을 모두 이자와 배당이 발생하는 금융상품에 ‘몰빵’해서 투자하는 사람은 현실에는 거의 존재하기 어렵다. 상당수는 부동산, 또는 주식에 투자한다. 또는 장기보험 상품 같은 무조건 분리과세하는 상품도 많이 있다. 또한, 우리나라 부자들은 금융자산보다는 부동산자산을 선호한다. 약 8대 2 정도의 비중으로 부동산투자를 선호한다.

즉, 2000만원의 금융소득이 있으려면 일반적인 예금이나 채권만 약 8억원 정도를 보유해야 한다. 그리고 주식이나 분리과세 상품 투자금액도 상당수 보유하게 된다. 또한 이보다 훨씬 큰 금액의 부동산 자산을 보유하고 있게 된다. 결국, 2000만원 초과 금융소득 종합과세 해당자의 자산은 8억원이 아니라 최소 30억~40억원이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바꿔 말하면 자산이 30억~40억원 정도인 자산가의 소득에 누진과세하지 않고 보통 중산층 직장인들의 한계소득세율과 비슷한 정도의 14% 과세만 하게 되면 소득세 누진과세 원칙이 깨지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특위는 현재 2000만원 기준금액을 1000만원으로 낮추는 방안을 권고했으나 기재부의 정부 세법개정안에는 누락되어 있다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비록 정부안에는 빠져 있지만 의원입법 형식으로라도 국회에서 적극적으로 논의되기를 기대해본다.

<정창수 나라살림연구소 소장,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객원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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