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채에 의존한 잔치의 끝..'1997년 태국'과 닮은꼴 터키

유희석 기자 2018. 8. 14.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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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채 의존한 성장→ 대외부채 급증→통화가치 급락→외환위기' 같은 길..신흥국으로 위기전염 및 IMF 구제금융도 답습할지 관심

태국은 1997년 외환위기 직전인 1990~1996년만 해도 경제 성장의 황금기를 보냈다. 낮은 물가, 견고한 재정 흑자, 높은 저축률 등에 힘입어 고도성장을 이루면서 외국 자본이 물밀 듯 들어왔다. 하지만 외채에 의존한 급성장과 자만은 독(毒)이 돼 돌아왔다. 태국 은행들은 무분별한 대출을 남발했고, 이는 고스란히 빚으로 쌓였다. 1996년 말 세계 경기가 둔화하고 개혁개방을 이룬 중국이 부상하면서 태국으로 몰리던 외국인투자가 크게 줄었다.

당시 태국은 바트화를 미 달러에 연동한 고정환율제를 시행하고 있었기 때문에 외국인 자금의 유출이 쉬웠다. 바트화를 안정적으로 달러를 바꿀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 결과 태국의 외환보유고는 금세 바닥을 드러냈다. 1996년 12월이 되자 외환보유고가 309억달러(34조9000억원)로 대외부채의 3분의 1에 불과했다.

태국 정부는 결국 1997년 7월 예고 없이 고정환율제를 폐지했다. 이후 바트화 가치가 하루 만에 17% 넘게 떨어지는 등 폭락을 거듭했다. 환율이 요동치자 국제 투기자본은 태국 바트는 물론 필리핀 페소, 인도네시아 루피, 말레이시아 링깃, 한국 원화 등도 공격 대상으로 삼았다. 결국 태국 금융위기는 아시아 외환위기로 번졌고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신흥국들은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 금융을 받는 대신, 강도 높은 구조조정의 고통을 감수해야 했다.

지금 터키의 경제 상황은 1997년 태국과 매우 유사하다. 터키의 대외부채 규모는 4600억달러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55%에 달한다. 태국도 외환위기 당시 GDP 대비 대외부채 규모가 55% 정도였다. 외환보유고가 대외부채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는 점도 닮은꼴이다. 미 달러 대비 통화가치 하락 폭은 터키 리라화가 과거 태국 바트화보다 훨씬 크다. 리라화 가치는 연초 대비 이미 80% 넘게 폭락 중이지만, 1997년 당시 바트화는 50% 정도 폭락했다.

다른 점은 당시 태국이 달러화에 바트화 가치가 연동되는 고정환율제를 운용했지만 터키는 변동환율제를 채택하고 있다는 점이다. 바트화 가치가 달러화 가치에 고정되면서 태국의 외환보유고가 급속한 속도로 줄었지만, 터키는 외화 자금 유출을 막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사용할 수 있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교수도 지난 11일 뉴욕타임스 기고문에서 최근 터키 금융위기가 1998년 아시아를 덮쳤던 외환위기와 유사하다고 진단했다. '21세기 술탄'으로 불리며 강력한 독재 정권을 수립한 레지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 체제하에서는 위기탈출이 쉽지 않아 보인다고도 분석했다.

크루그먼 교수는 "터키 금융위기는 1998년 인도네시아, 태국, 아르헨티나에서 발생했던 위기를 재연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외국 대출기관이 한 국가를 매력적인 투자처로 인식하면, 엄청난 외국자본이 수년간에 걸쳐 유입된다"며 "그러다 어떤 이유로든 해외 대출이 중단되는 일이 발생하면 그동안 쌓아온 외화부채가 경제를 죽음의 소용돌이 속으로 몰고 들어간다"고 분석했다. 개도국은 한번 위기징후가 생기면 자국 화폐 가치 하락으로 이어지고, 외화부채를 갚기 힘들어진다. 그러면 실물경제에 위험이 발발하고 이는 다시 자국 화폐 가치 추락을 부추겨, 빚을 갚기 더 어려워지는 악순환에 빠진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결국 터키가 태국처럼 IMF에 구제 금융을 신청할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영국 가디언과 CNN 등 외신들은 터키가 금융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선택할 방법이 제한적이라며 IMF 구제 금융 지원 가능성을 언급했다. 에르도안 정부가 IMF의 간섭을 피하고자 중국과 러시아 등에 손을 내밀 수 있지만 실제로 도움을 받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라는 것이다. 로이터통신은 "터키는 연평균 2000억달러를 차환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추가 차입이나 준비금을 마련하지 않는 이상 이론적으로 디폴트(채무불이행) 빠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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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희석 기자 heesuk@mt.co.kr, 강기준 기자 standard@mt.co.kr, 구유나 기자 yuna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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