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진 팬 방치·안전요원과 충돌.. '아슬아슬' 아이돌 공연

진행요원들 사고 관객 못봐
가수가 발견해 도움 요청도
스탠딩석 특히 폭염에 취약
관행적 촬영에 강압적 대응
“스마트폰 뺏기고 죄인 취급”
유독 민감한 탓에 팬들 불만
“우리도 11만 원 낸 관객이에요.”
최근 아이돌 그룹 콘서트가 부쩍 늘어나면서 주최 측과 팬 사이의 불협화음과 안전사고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국가 재난으로 여겨질 만큼 폭염이 지속되고 있고, 또 아이돌 콘서트의 주요 관객이 나이 어린 여중·고생이 대부분이라는 점에서 팬 서비스 전반에 대한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난 10∼12일 큐브엔터테인먼트 소속 인기 아이돌 비투비 콘서트 ‘비투비 타임-디스 이즈 어스(This is Us)’가 열린 서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도 이러한 문제점이 노출됐다.
14일 각종 SNS에 따르면, 10일 공연에서 주최 측이 탈진한 관객을 미처 발견하지 못하고 잠시 방치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스탠딩석의 밀집된 환경에서 한 관객이 탈진해 쓰러지자 주변 사람들이 야광봉을 흔들어 경고 사인을 보냈으나 소용이 없었다. 결국 무대 위에서 공연 중이던 멤버 정일훈이 발견, 공연을 일시 정지하고 도움을 요청했다. 네티즌은 정일훈의 행동을 칭찬하면서도 “한동안 진행요원들이 아무도 오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12일 공연에도 실신하는 관객이 속출했다. 총 1만여 석 중 절반 정도가 스탠딩석으로 배정돼 열악한 환경을 부채질했다. 에어컨이 가동된다고 하지만 좁은 공간에서 움직이다 보니 금세 열기가 끓어올랐다. 고온에 수분 부족, 장시간 서 있기 등으로 무리가 있었다. 다양한 콘서트를 유치해온 관계자는 “현장 진행요원들에게 가이드 라인을 공지하면서 가장 먼저 강조하는 게 안전사고”라며 “그에 관한 매뉴얼이 따로 있는 건 아니지만 만일에 대비해 구급차, 의무실, 응급요원들을 대기시키고 있다. 그날 그날의 기온과 무대 사정도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스탠딩석은 아무리 주의를 기울여도 관객에게 불친절한 자리다. 스탠딩석은 지정석이 아니어서 앞자리를 차지하기 위해서는 빨리 입장해야 한다. 이 때문에 공연 시작 3∼4시간 전부터 무리하게 줄을 서서 기다리는 일이 많다. 최근의 폭염에서는 이런 입장 대기만으로도 쉽게 탈진할 수 있다. 보다 섬세한 관객 안내가 요구되는 것이다. 각종 콘서트를 진행해온 국내 기획사 관계자는 “이런 더위에서는 특히 팬 입장 시 동선과 속도 등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한다”고 말했다.
아티스트의 기념사진을 찍으려는 관객과 이를 막으려는 주최 측과의 신경전도 때론 위험천만한 충돌이나 안전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지난 6월 열린 한 아이돌 공연에서는 적지 않은 관객이 불법 촬영으로 중도 퇴장했다. 상업적 목적으로 고성능 카메라를 가져와 촬영하다 적발됐기 때문이다. 초상권에 민감한 아이돌 콘서트에선 ‘촬영 불허’가 예매 시 사전 공지된다. 이를 어길 경우 중도에 퇴장 조치될 수도 있음을 알려주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대다수 팬이 가지고 있는 휴대전화를 이용한 촬영이다. 원칙적으로 휴대전화 카메라 촬영도 금지되지만, 이를 물리적으로 적발하기가 어렵고 강압할 경우 오히려 부작용이 발생해 적당히 눈감아 주는 게 관행. 하지만 일부 아이돌 콘서트에선 심각한 분위기가 연출되기도 한다. 한 네티즌은 “단지 기념촬영이었는데 내 스마트폰을 빼앗고 죄인처럼 취급했다”며 “나도 피땀 흘려 모은 돈으로 티켓을 사서 입장한 관객인데 이런 대접을 받으면 몹시 불쾌하다”고 고발했다.
이에 대해 보안 관계자들은 “오히려 해외 아티스트는 촬영에 덜 민감한데 국내 아이돌은 유독 민감한 경우가 많다. 이에 따라 보안업체들도 촬영의 잣대를 엄격하게 들이댈 때가 있다”며 “그러나 그 과정에서 관객의 기분을 상하게 하거나, 불필요한 신체 접촉이 없도록 각별히 신경 쓰고 있다”고 설명했다.
관객의 안내와 안전을 관리하는 진행요원들의 숫자도 공연장마다 사정이 다르다. 지난달 말 내한공연한 미국의 인기 래퍼 켄드릭 라마의 공연엔 2만 명이 입장하는 데 500명 넘는 진행요원이 투입됐다. 12일 끝난 국내 최고 일렉트로닉댄스뮤직(EDM) 축제 인천 펜타포트 록페스티벌에도 600명 이상이 동원됐다. 그러나 일부 아이돌 공연에선 경험과 인력이 부족한 업체가 진행을 맡아 문제가 되기도 한다. 또 다른 보안 관계자는 “뭐라 딱 잘라 말할 수는 없지만, 관객 1만 명당 적어도 100명 이상의 진행요원이 필요하다. 관객 응대에 있어 숙련된 스킬을 가진 업체가 진행하느냐 아니냐에 따라 공연의 품질 자체가 달라질 수도 있다”고 밝혔다.
국내 메이저 기획사 관계자는 “아티스트의 초상권을 지키려는 주최 측과 이들을 한 발짝이라도 더 가까이서 보려는 관객의 욕심이 종종 충돌과 사고로 이어지곤 한다”면서 “서로의 입장을 배려하는 자세가 필요하겠지만, 아티스트와 공연이 존재하는 이유가 곧 관객이므로 무엇보다 관객이 우선이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김인구 기자 clark@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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