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서 찾아낸 최초 태극기 도안
1882년 5월 태극기 제작 당시의 모습을 담은 현존 최고(最古)의 태극기 도안이 미국에서 발견됐다.
이태진(75·사진) 서울대 명예교수는 최근 미국 워싱턴 국회도서관 소장 슈펠트 문서 박스(The Papers of Robert W. Shufeldt Subject File, Box 24) 속 '한국 조약 항목(Korean Treaty Items) 1881~82'에 들어 있는 태극기 그림을 발견하고 13일 본지에 공개했다. 미국 해군 제독 슈펠트(1822~1895)는 1882년 5월 조미(朝·美) 수호통상조약(한·미조약) 당시 미국 측 전권대사였다.
종이에 펜으로 그리고 채색한 가로 17㎝, 세로 8.5㎝ 크기의 이 태극기는 청·적색 태극 무늬와 검은색 4괘(卦) 등 현재 태극기와 같은 원형을 갖추고 있지만, 태극의 형태와 괘의 좌우 위치는 차이가 있다. 그림 위에는 '코리아(Corea)', 아래에는 '깃발(Ensign)'이란 글씨가 적혀 있다. 이 태극기는 1882년 7월 미국 해군부 항해국이 출간한 '해양국가들의 깃발(Flags of Maritime Nations)'에 실린 태극기와 같은 형태로 이 태극기의 원(原)도안으로 보인다.
이태진 교수는 "태극기 그림엔 작성 날짜가 없지만 이 도안이 들어 있는 항목이 1882년 조·미 수호통상조약이며 바로 뒤에 있는 문서는 같은 해 6월 11일 작성된 것으로 그 이전 자료가 분명하다"고 했다. 슈펠트는 1882년 5월 이후 다시 조선을 방문한 일이 없다.
김원모 단국대 명예교수는 "1882년 5월 22일 제물포에서 열린 조·미 수호통상조약 당시 역관 이응준이 만들어 게양했다는 조선 국기가 태극기였음이 확실해졌다"며 "이것이 최초의 태극기 모습"이라고 했고, 이태진 교수도 동의했다. 조약 당시 미국 관리가 조선 국기를 보고 그린 이 태극기 도안은 그해 9월 수신사로 일본에 파견됐던 박영효가 그려 일본 숙소에 게양한 태극기보다 4개월 이상 앞선 것이다.
◇조·미 조약 당시 이응준이 제작
오랫동안 태극기는 박영효가 만든 것으로 알려졌으나 2004년 미국 해군부 발간 '해양국가들의 깃발'의 존재가 알려지면서 기존 설의 전면 수정이 불가피해졌다〈조선일보 2004년 1월 27일자 A11면〉. 출간일이 1882년 7월 19일로 '박영효 태극기'보다 2개월 앞선 이 책의 태극기는 현재의 태극기처럼 청·적 태극 주위에 4괘를 갖춘 모습이다.
학자들은 이 태극기가 1882년 5월 조·미 수호통상조약 당시 성조기와 함께 내걸렸다는 조선 국기인 것으로 추정했지만 확실한 근거는 없었다.
김원모 교수가 발굴한 슈펠트의 '조선 개항 체결사'에는 슈펠트가 조선 대표인 신헌과 김홍집에게 '조선이 청나라의 황룡기를 사용한다면 속국임을 인정하는 것이므로 국기를 새로 만들어 게양하는 것이 좋겠다'고 권했다는 기록이 있다. 조선 측은 미국 군함 스와타라(Swatara)호 안에서 급하게 국기를 만들었으며, 제작자는 김홍집의 명을 받은 역관 이응준(1832~?)이었다. 슈펠트는 이 조선 국기가 5월 22일 조약 당시 성조기와 함께 펄럭였다고 기록했으나 국기의 형태에 대해선 지금까지 명확한 자료가 없었다.
◇1883년 3월 국기로 정식 반포
최초의 태극기가 1882년 5월 이응준이 만든 것이라면 이해 9월 박영효는 '이응준 태극기'를 모본으로 삼아 국기를 만들면서 괘의 좌우를 바꾼 것이 된다. 박영효 태극기는 1882년 11월 1일 일본 외교관 요시다 기요나리가 주일 영국 공사에게 보낸 문서에 실린 '조선 국기'와 비슷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1883년 3월 6일 조선 정부는 태극기를 국기로 정식 반포했다.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실물 태극기는 1884년 미국 공사 수행원이던 주이가 입수한 '주이 태극기'다.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실물 태극기는 '데니 태극기'다. 고종이 1890년 미국 외교관 오언 데니에게 하사한 것으로 국립중앙박물관에서 19일까지 전시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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