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영홈쇼핑은 'Made in Korea' 만 팔면 안 되나요

송진식 기자 입력 2018. 8. 12. 09:46 수정 2018. 8. 12.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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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소비자는 찬성, 보수층은 반대… 일자리 창출에 판로 확대 기대감

공영홈쇼핑인 ‘아임쇼핑’에서 쇼호스트가 국산 반찬상품을 소개하고 있다. / 아임쇼핑 화면캡처

공영홈쇼핑인 ‘아임쇼핑’이 8월 1일 앞으로는 국산 제품만 팔겠다는 취지의 ‘메이드 인 코리아(Made in Korea)’ 시대를 선언한 뒤 형평성 문제를 놓고 논란이 뜨겁다. 인건비나 원가절감 차원에서 해외에서 제품을 생산해 오거나 원료를 들여오는 국내 업체들에 대한 차별이라는 것이다. 자유한국당과 보수언론들은 논의를 주도한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업계 의견을 충분히 듣지 않고 정책을 강행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공영홈쇼핑은 국내 중소기업과 농어민의 판로를 지원하고, 건전한 유통질서를 확립하기 위해 2015년 출범했다. 하지만 개국 이후 3년간 외산품 과다 판매, 중소기업에 대한 갑질 등 숱한 논란을 낳았다. 정부가 올 1월 공영홈쇼핑을 공공기관으로 전환시키고 국산 상품만 취급하겠다며 초강수를 둔 배경이다. 의류업계 등은 공영홈쇼핑의 조치가 침체된 국내 산업의 부흥에 일정 부분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국산 선호도가 높은 식품, 가구, 유아용품 등을 찾는 소비자들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정상화 과정 단계 밟는 공영홈쇼핑 TV홈쇼핑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에 비유되는 사업이다. 이른바 ‘대박 상품’이 나올 경우 홈쇼핑이나 판매업체나 모두 돈방석에 앉게 된다. 신규 홈쇼핑 사업자가 선정될 때마다 유통시장이 들썩였다. 홈쇼핑 허가를 남발할 경우 특혜 시비가 불거질 수 있고, 유통질서에도 악영향을 주는 탓에 정부는 홈쇼핑 사업자 수를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다. 국내에는 현재 공영홈쇼핑을 포함해 7개의 홈쇼핑이 운영 중이다.

2015년 정부가 좀처럼 내주지 않는 새 홈쇼핑을 만들어 ‘공영홈쇼핑’으로 출범시킨 데는 이유가 있었다. 민간 사업자가 운영하는 기존 6개 홈쇼핑의 경우 이윤 극대화에 초점을 맞추다보니 국내 중소기업이나 농어민들은 홈쇼핑이라는 막강한 판로를 이용할 기회가 거의 없었던 것이다. 이들 홈쇼핑 중에는 중소기업중앙회가 운영하는 ‘홈앤쇼핑’도 있지만 여전히 영세한 중소업체 등에는 문턱이 높았다. 공영홈쇼핑은 판매자가 홈쇼핑에 지급하는 판매수수료율도 기존 업체들보다 10%가량 낮은 23%로 잡았다.

공영홈쇼핑은 이처럼 공익적인 취지로 출범했음에도 제구실을 못한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 가격경쟁력이 떨어지는 국산 제품들은 중국과 동남아 등지에서 들여온 외산 제품에 밀려났다. 공영홈쇼핑 설립 첫해인 2015년 9월 열린 국정감사에서는 공영홈쇼핑의 판매 제품 중 20%가 외산 제품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상황은 갈수록 악화돼 지난해에는 공영홈쇼핑에서 판매되는 공산품의 거의 절반이 해외에서 주문자생산방식(OEM) 등을 통해 들여온 제품들로 채워졌다.

이에 더해 공영홈쇼핑이 거래업체에 과도한 수수료를 부과하는 등 갑질을 한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주요 주주인 농협의 상품을 대거 판매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지난해 국감까지 매년 공영홈쇼핑 문제는 동네북 신세였다.

논란이 지속되자 정부는 올 1월 공영홈쇼핑을 공공기관으로 전환했다. 3월에는 주요 협력업체들과 간담회를 열고 앞으로는 국산 제품만 팔겠다는 의향을 전달했다. 홈쇼핑 업계는 공영홈쇼핑의 국산 판매정책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한국TV홈쇼핑협회 관계자는 “국산만 팔게 되면 아무래도 공공성이 강화돼 국내 생산업체들이 도움을 받게 될 것”이라며 “공영홈쇼핑의 판매 경험을 토대로 다른 민간 홈쇼핑 진출 등의 발판도 마련할 수 있다”고 밝혔다.

공영홈쇼핑은 일단 판매 중인 해외 OEM 상품들은 연말까지 재고를 소진할 기회를 주고, 해당 업체들 중 생산처를 국내로 이전하는 경우 지원에 나서기로 했다. 자유한국당 등이 문제삼는 부분이 바로 이 지점이다. OEM 물건을 팔던 업체들이 하루아침에 갈 곳을 잃었다는 것이다. 지난해 기준 공영홈쇼핑에서 OEM 방식으로 판매된 제품은 전체 1700여 품목 중 20% 정도인 340개 내외로 추정된다.

의류업계 등 국내 생산거점 부활 기대 공영홈쇼핑이 국산 판매만 선언하면서 이들 340개 품목을 팔던 업체는 정말 판로가 막히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는 게 홈쇼핑 업계의 의견이다. 한 홈쇼핑 업체 관계자는 “공영홈쇼핑에서 OEM 판매는 주로 제품 생산자와 홈쇼핑을 연결하는 유통업체인 ‘벤더’들이 맡는다”며 “벤더들은 어느 정도 규모도 있고, 다른 민간 홈쇼핑과도 거래가 되는 곳들이어서 크게 어려움을 겪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영홈쇼핑은 논란이 됐던 해외 원료 가공상품의 경우 ‘호주산 스테이크’ 등과 같이 원료를 단순 가공한 상품들에 한해서만 판매를 중단한다는 방침이다.

국산 판매정책의 효과도 나타나고 있다. 공영홈쇼핑에서 ‘바네사리찌’라는 독자 의류 브랜드로 옷을 판매 중인 인덱스FNC는 국산 정책에 호응해 바네사리찌의 전 상품을 국내 생산으로 돌리기로 했다. 인덱스FNC 관계자는 “국내 이전으로 생산원가가 다소 상승할 수는 있겠지만 국산 제품을 선호하는 소비자층도 있고, 공영홈쇼핑을 통해 판로를 꾸준히 유지하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인덱스FNC의 생산라인 이전으로 국내 의류 생산업체들은 중견 거래처를 한 곳 더 확보할 수 있게 됐다. 대기업들이 생산기지를 중국, 베트남 등 해외로 이전하면서 의류 생산업체들의 상황은 갈수록 열악해져 가고 있다. 한국의류산업협회가 발간한 ‘2017년 봉제업체 실태조사 보고서’를 보면 전국 5410개 업체 중 20인 미만의 영세업체 비중이 95.6%에 달했고, 이 중에서도 종사자 5인 미만의 가족생계형 업체 비중이 72%를 차지했다. 국내 의류산업의 임금수준도 월평균 215만원으로 제조업 평균(246만원)의 87% 수준에 머물렀다.

보고서는 “1980년대 후반 이후 업체들이 생산기지를 해외로 이전한 게 일차적인 원인”이라며 “낮은 급여로 젊은층의 신규 인력도 확충이 안돼 20~30대 의류업체 종사자 비중이 전체의 11%에 그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 인덱스FNC의 경우 생산라인을 국내로 이전키로 하고 협력사를 찾는 데 상당히 애를 먹었다. 과거에 거래하던 수도권 인근 업체들은 모두 사라져 부산 지역까지 내려가 수소문한 끝에 협력사를 찾았다는 후문이다.

공영홈쇼핑 관계자는 “기존 해외 OEM 기업이 국내 생산제품을 판매할 경우 결제대금 선지급, 수수료 우대 등도 적극 검토할 계획”이라며 “생산공장이 국내로 돌아오면 관련 중소하청업체들에도 일자리가 생기고 판로가 늘어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국산을 자주 구매하는 소비자들의 반응도 긍정적이다. 주부 ㄱ씨는 “아이에게 입힐 옷이나 먹일 식료품, 기타 유아용품 등을 고를 때 국산을 먼저 찾게 된다”며 “공영홈쇼핑에서 국산 제품만을 판다면 안심하고 구매할 수 있으니 좋을 것 같다”고 밝혔다.

<송진식 기자 truej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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