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증-진술 다르다" 지적에 당황한 드루킹, 김경수 앞 횡설수설
![[제작 이태호] 사진합성, 일러스트](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1808/11/yonhap/20180811101334008sinb.jpg)
(서울=연합뉴스) 방현덕 기자 = "이것은 제가 작성한 문건이 아닙니다. 저는 이런 문건을 본 적이 없습니다."
지난 10일 새벽. '드루킹' 김동원씨의 다급한 목소리가 허익범 특별검사팀 영상녹화조사실에 울려 퍼졌다. 자신의 진술이 스스로 쓴 문건의 내용과 배치되자 당황한 나머지 횡설수설하는 모습을 보인 것이다.
11일 사정 당국에 따르면 특검이 지난 9일 오후 10시 30분부터 이튿날 오전 2시까지 진행한 김 지사와 드루킹의 대질신문에서는 이처럼 드루킹이 논리적 허점을 드러내거나 진술을 번복하는 장면이 수차례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대질 조사에서 드루킹은 "김 지사에게 오사카 총영사 청탁을 어떤 식으로 했느냐"는 특검의 질문에 "김 지사가 아닌 그의 보좌관 한모씨에게 전달했다"고 답했다. 청탁 시점도 기존에 알려진 2017년 6월 7일보다 늦다고 설명했다.
그러자 특검은 드루킹이 그해 12월 14일 작성한 문건을 제시하며 설명을 요구했다. 문건에는 "6월 7일 의원회관에서 '바둑이'를 만나 오사카 총영사직을 요구했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바둑이는 드루킹 일당이 김 지사를 칭하는 은어다.
이 문건을 읽은 드루킹은 자신의 직전 진술과 상반되는 내용이 나오자 한동안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고 한다. "처음 보는 문건"이라며 잡아떼기도 했다. 그는 한참이 지나서야 "제가 문건에 잘못 기재했다"고 입장을 정리했다. 사실상 진술과 문건 양쪽의 신빙성을 모두 흔든 것이다.
제목이 없는 A4 용지 한 장 분량의 이 문건에는 드루킹이 김 지사에게 오사카 총영사 자리를 청탁한 경과가 담겼다. 일본이 2018년 침몰하기 때문에 오사카 총영사를 통해 재일교포와 일본 기업을 북한 개성공단으로 이주시키자는 계획 등도 적혔다.

드루킹은 2016년 11월 9일 김 지사가 참석한 가운데 댓글조작 프로그램 '킹크랩' 시연회를 한 뒤 김 지사로부터 회식비 100만원을 받았다는 기존 진술 역시 답변을 거부하는 식으로 사실상 번복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 측은 "김 지사에게 100만원을 받은 사실이 있느냐"고 거듭 캐물었지만 드루킹은 끝까지 침묵을 지켰다. 특검은 그간 이 돈을 김 지사의 격려금이자 댓글조작 '공모 의사'를 확실히 보여주는 핵심 단서로 여겼다. 김 지사는 "100만원을 준 사실이 없다"고 진술했다.
다만, 특검은 드루킹의 진술에 의존하는 수사는 하지 않는다는 방침이다. 그간 확보한 물증으로도 김 지사의 혐의를 입증하는 데 충분하다는 것이다. 특검은 대질 조사 내용을 면밀히 분석한 뒤 조만간 김 지사의 신병처리 방향을 결정할 계획이다.
bangh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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