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명 잘못했다가..나도 모르게 내 얼굴이 전 세계 광고에
2012년 어느 날, 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에 사는 당시 26세 대학생 셥넘 칸은 캐나다에 있는 한 친구에게서 이상한 연락을 받았다. 캐나다로의 이민을 홍보하는 신문 광고에 칸의 얼굴이 실렸다는 것이다. 칸은 친구에게서 ‘당신은 이민자라고 말합니다’라는 문구와 함께 자신의 얼굴이 크게 실린 홍보물을 받아보고 깜짝 놀랐다.
그뿐이 아니었다. 칸은 프랑스 데이트 앱(응용프로그램) 광고, 미국 병원 홍보 책자, 인도 책 표지, 중국 음식 광고에도 자신의 사진이 쓰인 걸 알게 됐다. 한국 맥도날드 광고에도 칸의 얼굴 사진이 쓰였다.
어쩌다 이런 일이 일어난 걸까. 발단은 공짜로 사진을 찍어준다는 얘기에 계약서를 제대로 읽어보지도 않고 서명하면서다.
칸은 학생 시절 무료로 얼굴 사진 세 장을 찍었다. 그 과정에서 어떤 문서에 별 생각 없이 서명을 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자신의 이미지에 대한 권리를 양도한다’는 내용의 서약서였다.

칸이 모르는 사이에 그의 사진은 광고 업체 곳곳에 팔려나갔다. 사진을 찍은 사진작가가 상업용으로 사진을 판매하는 웹사이트에 칸의 사진을 올려놓으면서 여기저기에 사진이 쓰인 것이다.
숱한 광고에 나왔지만 칸은 그동안 이를 전혀 몰랐다. 얼마나 많은 국가에 자신의 사진이 유포됐는지는 가늠조차 어렵다.
칸은 지난달 28일 트위터에 자신이 겪은 황당한 이야기를 공유하며 “서명을 할 때는 항상 문서를 꼼꼼히 읽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자신처럼 서명을 잘못해 전 세계에 얼굴이 떠돌아다닐 수 있으니 주의하라는 것이다.
칸이 가장 큰 충격을 받은 것은 자신의 사진이 ‘가짜 사용자 후기’에도 사용됐다는 걸 알았을 때다. 자신이 써보지도 않은 화장품인데, 마치 자신이 화장품을 사용한 후 후기를 쓴 것처럼 광고되고 있었다. 화장품 사용 전·후 비교 사진에 본인의 얼굴이 가짜로 꾸며져 있는 광고도 있었다.

칸의 국적은 광고마다 달라졌다. ‘인도에서 공부하기’라는 책의 표지에 쓰인 사진 속 칸은 인도인, 과외 선생을 소개하는 사이트에선 미국인이 됐다. 캐나다와 우루과이의 이민 장려 홍보물은 칸을 이민자로 둔갑시켰다.
칸은 황당하긴 하지만 결국 자신의 부주의 때문에 생긴 일이라고 했다. 서명을 받는 방식이 잘못됐다고 생각하긴 하지만 자신이 멍청했다는 것이다. 그는 “당시엔 내 사진이 전문 사진가의 포트폴리오를 만드는 데 쓰인다고 설명을 들었다”고 했다.
칸은 “뭔가에 서명해야 할 때 내용이 어렵거나 읽기 귀찮다고 해서 ‘뭔 일 있겠어?’라고 생각하면 안 된다”며 “내가 겪은 일이 당신에게도 일어날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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