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경영 복귀' 멍석 깔아준 경제수장
[경향신문] ㆍ창업자 자서전 거론하며 경제 발전 역할 당부…일각 “정부 관계 설정 너무 서둘러”
경제정책을 현장에서 이끄는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만남은 이 부회장이 공개적으로 국내 경영 일선에 복귀하는 의미도 품고 있다. 김 부총리가 한국 경제 상황을 전환기로 매김하고 삼성과 이 부회장의 역할 확대를 직접 당부하고 나선 것부터 상징적이다.
김 부총리는 6일 경기 평택시 삼성전자 반도체공장을 찾아간 자리에서 <호암자전>을 거론했다. 이는 이 부회장의 할아버지인 삼성 창업자 이병철 회장(1987년 작고)의 자서전이다. 삼성이 다시 한국 경제 부활에 힘을 쏟고, 그 과정에 이 부회장의 적극적 역할을 주문한 셈이다. 자연스레 이 부회장이 국내 경영의 전면에 나서는 데 정부가 손을 잡아준 모양새가 됐다. 앞서 지난달 9일 인도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이 부회장을 면담한 이후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이래 껄끄러웠던 삼성과 정부의 관계도 누그러지는 모습이다. 김 부총리는 “삼성은 우리 경제의 대표주자”라며 “우리 경제의 패러다임 전환기에 삼성이 가장 중요하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최근 최저임금 인상, 주 52시간제 시행에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다툼 등으로 청년 일자리가 줄어드는 등 경제상황이 좋지 않은 가운데 나온 이날 회동을 두고 여러 뒷말이 나온다. 특히 최근 최저임금 인상 여파로 당장 청년 일자리가 감소하자 정부가 다급한 불부터 끄려고 재벌 손부터 잡겠다는 입장으로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조만간 삼성은 약 100조원대 투자, 고용 관련 계획을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회장은 이날 “삼성만이 할 수 있는 기술 개발과 사회에 도움이 되는 가치 창출을 열심히 해서 일자리를 많이 만들겠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기업의 본분을 잊지 않고 젊은이들이 꿈을 가질 수 있도록, 그리고 국민이 자부심을 느끼는 회사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와 삼성의 관계 설정에 대해 걱정하는 목소리도 적잖다. 재벌개혁론자인 박상인 서울대 교수는 “이번 만남은 무엇보다 이 부회장이 경영일선에 공개적으로 복귀하는 데 힘을 실어준 격이 됐다”고 비평했다. 박 교수는 “소득주도성장이 비판받자 혁신성장으로 방향을 틀어서 6개월 안에 성과를 보려고 너무 서두르는 경향이 있다”며 “재벌을 만나 투자, 일자리 창출을 요청하는 방식으로 경제를 살리겠다는 건 지난 이명박·박근혜 정부와 본질적으로 뭐가 다르냐”고 지적했다.
<전병역 기자 junb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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