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들은 왜 유튜브에 빠졌는가.."풍부하고 진솔 신바람, 나도 유튜버"

안승진 2018. 8. 6. 0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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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세계-유튜브에 빠진 시니어①] 디지털격차는 과제로

“이거 엄청 재밌네, 얘야 와서 좀 봐봐.”

자영업을 하는 박모(61)씨는 주말을 맞아 찾아온 딸들에게 휴대폰을 들이밀었다. 휴대폰에서는 한 유튜버의 품바 공연 영상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박씨가 유튜브를 처음 접한 건 지난달 일을 하다 손가락을 다치면서다. 병원에 입원한 박씨는 적적한 마음에 유튜브를 보기 시작한 거다. 한달째인 박씨는 한 유튜버에 푹 빠져있다.

박씨는 식사할 때도 휴대폰을 세워놓고 노래를 흥얼거렸다. 딸들은 이런 박씨의 모습이 신기하기만 했다. 하루 16시간씩 일하며 평생을 일에 치여 ‘자기 삶’이 없었던 아버지였다.

유튜브가 장·노년층의 삶의 모습을 바꾸고 있다. 수많은 이들이 출근길 지하철에서 유튜브를 보고 있다. 메신저를 통해 유튜브 링크를 공유하고, 직접 유튜브 제작에 나서는 장·노년층도 적지 않다. 바야흐로 장·노년층에서도 유투브 전성시대가 활짝 열리고 있다.


◆장·노년층 삶으로 들어온 유튜브

직장인 이모(53)씨는 지난달 휴대폰 요금이 10만원 가까이 나왔다. 유튜브를 알게 되면서다. 출근길 휴대폰으로 지난 예능프로 주요 장면이나 공연 영상을 보다 보니 데이터 요금이 금세 불어났다. 갑자기 늘어난 요금에 깜짝 놀란 이씨는 휴대폰 대리점을 찾아갔고 결국 유튜브를 보기 위해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로 변경했다. 이씨는 “아직 스마트폰에 익숙하지 않은데 아들이 유튜브를 알려줘 출퇴근길마다 보게 됐다”며 “쉽게 보고 싶은 영상을 찾을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출근길 지하철에서 유튜브를 보는 장·노년층의 모습은 이젠 새로워 보이지 않는다. 앱 분석업체 ‘와이즈앱’의 지난 4월 연령별 앱 사용시간 조사결과에 따르면 50대가 가장 많이 사용하는 앱은 유튜브였다.

이들은 메신저를 통해 유튜브 링크를 보내며 7080에 인기를 끌었던 음악들을 공유하거나 품바, 판소리 공연을 즐긴다. 장년층이 직접 유튜브 제작에 나서기도 한다. 이들은 친근하고 정겨운 분위기를 앞세워 인기를 끌고 있다. 50대의 유튜브 사용시간은 총 51억분에 달했다. 이는 10대(76억분), 20대(53억분)의 사용시간보다 낮지만 30대(42억분), 40대(38억분)를 훌쩍 뛰어넘는 수치다.

◆꽃보다 청춘 “유튜브 속 7080음악 인기”

5060세대에서 높은 인기를 얻고 있는 유튜브 콘텐츠는 음악과 공연이다. 트로트, 품바, 판소리 등 공연 장면을 담은 유튜브 영상은 수십만 조회 수를 기록하고 있다. 7080음악을 모아놓은 한 채널은 400만 조회수를 돌파할 정도로 인기를 얻고 있었다. TV에서 자주 접하기 힘든 음악을 취향대로 골라 들을 수 있다는 점은 장년층을 유튜브 세계로 끌어당기고 있다.

지난 5월 한국인터넷기업협회가 발표한 ‘모바일 이용행태 보고서’(지난 3월 기준·만15세 이상 1000명 설문조사)에 따르면 50대의 57.5%가 음악을 감상할 때 유튜브를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15~18세(47,5%), 20대(27.8%), 30대(34.4%), 40대(51.1%)와 비교해 가장 높은 수치다. 유튜브는 소비자가 별다른 비용을 지급하지 않고 광고시청만으로 음악을 들을 수 있기 때문에 복잡한 회원가입이나 결제를 꺼려하는 장년층이 특히 선호하는 서비스가 됐다.

그러다 보니 트로트 가수들도 음원발표와 함께 유튜브 채널을 만드는데 열을 올리고 있다. 이들은 뮤직비디오를 만들거나 공연영상을 편집해 올리고 있고 직접 노래 강좌를 올리기도 한다. 팬들 사이에선 트로트 스타 직캠(팬들이 직접 캠코더로 찍은 영상)까지 등장했다. 공연장이 아니고서 쉽게 접할 수 없는 판소리, 품바(각설이) 등 영상도 장년층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특히 품바 가수 버드리는 유튜브 공연 영상을 통해 장년 팬들을 매료하며 스타덤에 올랐다. 버드리의 공연 영상 조회 수는 400만회를 넘길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버드리 측 관계자는 “17년 가량 품바 공연을 해왔는데 4년 전 유튜브에 영상이 올라가고부터 인기가 높아졌다”며 “하고 싶은 말을 거침없이 하는 게 품바의 매력”이라고 말했다.
유튜브 스타 박막례 할머니. 출처=인스타그램
◆수십명 구독자 거느린 “내가 실버 유튜브 스타”

직접 유튜브 콘텐츠 제작에 나선 실버세대도 있다. 박막례(72) 할머니는 지난해 손녀와 함께 촬영한 여행 영상이 유튜브에 올라 인기를 끌자 본격적으로 유튜브 제작에 나섰다. 박 할머니의 찰진 욕과 친근한 말투는 많은 누리꾼들을 매료시켰고 현재 50만명의 구독자를 거느린 인기 유튜버가 됐다. 박 할머니의 화장법, 일상, 패션, 음식 등은 매회 화제가 되고 있다.

박 할머니는 지난 5월 방송통신위원회와 영상 인터뷰에서 “언니 셋이 모두 치매가 와 나도 조심하기 위해 손녀와 여행영상을 찍은 것이 재밌다고 입소문이 났다”며 “식당에서 일만 할 줄 알았는데 인생이 빈대떡 뒤집듯 뒤집어 졌다”고 유튜버가 된 소감을 밝혔다.
먹방 방송 유튜버 김영원 할머니. 출처=유튜브

한식 요리를 주제로 한 조성자(61) 할머니의 ‘심방골주부’도 구독자 10만명을 넘기며 인기를 끄는 중이다. 할머니가 손수 요리법을 소개하는 데 조리하는 소리가 은은하게 퍼지며 시청자의 눈과 귀를 사로잡는다. 김영원(81) 할머니의 먹방(먹는방송) 영상 ‘TV영원씨’도 구독자 15만명을 넘겨 인기를 끌고 있다. 누리꾼들은 먹방을 통해 할머니와 정겨운 추억들을 떠올리며 응원의 댓글을 남기는 중이다.
서울 강남 시니어플라자, 성북 실버 IT센터 등 지자체가 나서 실버세대의 영상 제작을 지원하기도 한다. 이들은 동네주민과 함께 영상 촬영부터 기획, 편집을 스스로 배우며 인생의 2막을 즐기고 있다.
서울 금천구 전산교육장에서 열린 ‘2016 금천구 어르신 스마트 과거시험’. 출처=서울 금천구

◆“국민의 58.3% 수준에 불과”…장·노년층 디지털격차 과제로

유튜브가 빠르게 장년층에 확산하며 인기를 끌고 있지만 소득과 지역에 따라 장년층의 디지털정보격차가 크다는 지적도 있다. 동영상 콘텐츠의 확산으로 점차 데이터 사용량이 커지는 상황에서 인터넷을 사용하는데 부담을 느끼는 장년층이 적지않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정보화진흥원이 지난 2월 발표한 ‘2017 디지털정보격차 실태조사’에 따르면 일반국민 대비 장노년층의 디지털정보화 수준은 58.3%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장노년층의 PC, 모바일 등 디지털 정보 이용역량이 일반인 평균의 절반수준에 불과하다는 뜻이다.

정부는 노인 대상 통신요금 할인 혜택 확대를 통신사에 압박하고 있다. 이에 따라 13일부터 하위 70% 65세 이상 노인은 최대 월 1만1000원의 이동통신요금을 감면받는다. 과기부는 이번 감면으로 인해 총 174만명의 노인에게 연 1898억원의 통신비 절감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승진 기자 prod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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