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음낚시는 '물의 배타성' 때문에 가능

기자 2018. 8. 3.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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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은 액체, 고체, 기체라는 세 가지 상 이외에 액체와 고체의 중간 상태인 배타 구역이 있다며 물에 대한 새로운 설명을 시도한다. 동아시아 제공

■ 물의 과학-물의 궁극적 실체를 밝히는 과학여행 / 제럴드 폴락 지음, 김홍표 옮김 동아시아

물에 얼음·물·수증기 외에

액체와 고체 중간 형태인

‘배타구역’이라는 개념 도입

물 분자의 ‘상호작용’ 분석

마르고 닳도록 외웠다. 물은 ‘액체(물), 고체(얼음), 기체(수증기)’ 상태로 존재한다고. 뭐, 대단한 시험 문제가 나오지는 않았다. 기본 중에 기본이어서 선생님은 그저 외우라고 했을 터. 시험에 나오지 않지만, 지구 표면의 70%가 물이듯 인간의 몸도 70%가 물이라고, 이 얼마나 신비로운 일이냐고 목소리를 높이는 사람도 주변에 많았다.

그런데 정작, 그렇게 많은 물이 우리 주변과 몸속에 존재하는데도, 우리는 물에 대해 잘 모른다. 물을 칭찬하면 좋은 결정으로 변한다는 사이비 과학에 현혹되는 이유도 물을 제대로 모르기 때문이다.

우리가 물에 대해 모르는 이유는 뭘까. 워싱턴대 생물공학과 제럴드 폴락 교수의 ‘물의 과학’은 ‘물을 연구하는 과학자가 거의 없고, 물이 신비로운 어떤 특성을 가진 것 같다는 견해가 팽배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저자의 주장에 따르면 물은 액체, 고체, 기체라는 세 가지 상(phase) 외에 배타 구역(exclusion zone·EZ)이라는 상 하나를 더 가지고 있다. 이른바 ‘액체-결정’ 상태, 즉 액체와 고체의 중간 상태의 물은 ‘사회적’으로 행동하면서 다른 입자의 접근을 불허한다. 그래서 배타 구역이라 명명한 것이다. 저자의 물 실험 방식, 그 결과로 나온 논문들은 주류 과학계로부터 완벽하게 검증되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기존 통념에 갇힌 독자와 과학자들이 물의 새로운 속성을 찾을 수만 있다면 이러한 시도는 적잖은 시사점을 준다.

액체와 고체의 중간, 즉 얼음처럼 딱딱하지 않으며 마치 점성이 높은 액체처럼 “행동”하는 배타 구역 상태의 물의 극적인 사례는 육아 필수품 기저귀이다. 때를 놓치면 기저귀에 몇 차례나 소변을 볼 수도 있는데, 액체 상태로 보관된다면 그 부피가 엄청나게 커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기저귀는 무게만 다소 증가할 뿐 부피 자체는 좀처럼 커지지 않는다. 레스토랑에서 내오는, 물을 부으면 부피가 몇 곱절 커지는 물수건도 이런 사례 중 하나다.

얼음낚시를 즐기는 사람들이라면 물의 배타 구역 성질에 감사해야 할지도 모른다. 물이 얼음이 되기 위해서는 여러 개의 물 분자가 결정을 이뤄야 하는데, 육각형 결정을 이루는 과정에서 부피가 늘고 밀도는 낮아진다.

최근 연구 결과에 따르면 물은 얼면서 9% 정도 부피가 증가한다. 만약 물이 어는점에서 밀도가 가장 높아지면 강과 호수는 바닥부터 언다. 이를 배타 구역 방식으로 설명하면 이렇다.

“호수 표면의 배타 구역은 제자리에서 움직이지 않으면서 상대적으로 안정한 배타 구역 덮개를 형성”하는데, 이 배타 구역 덮개는 아래쪽 따뜻한 물로부터 꽤 많은 적외선을 받고 위쪽 찬 공기로 일부 방출한다. 이때 빠져나온 양성자에 의해 호수 상층부부터 얼음이 얼기 시작한다. 미묘하게 어려운 설명이 거듭되지만, 호수가 표면부터 언다니 얼마나 다행인가. 얼음낚시꾼들은 손맛을 즐길 수 있어 좋고, 장삼이사(張三李四)는 강과 바다에서 안정적으로 식량을 공급받을 수 있으니, 이보다 좋을 수는 없다.

배타 구역의 힘은 이집트 피라미드 건설의 원동력이기도 했다. 채석장에서 거대한 화강암 판을 잘랐던 이집트인들의 묘책은 갈라진 바위틈에 나무쐐기를 대고 그 부위에 물을 붓는 것이었다. 한껏 물을 머금은, 즉 배타 구역을 형성한 나무는 “자라나는 배타 구역이 제공하는 압력, 특히 양성자 방출에 의한 반발력은 바위를 잘라내기에 충분”했다. 보통 얼음 표면에 얇은 물의 막이 있어 스케이트를 탈 수 있다고 알고 있지만, 그것만이 다는 아니다. 저자에 따르면 스케이트가 내리누르면서 발생한 양성자 때문에 얼음지치기도 가능하다.

‘물의 과학’의 미덕 중에 미덕은 저자의 말처럼 “난해함을 적극적으로 피했다는 점”이다. 별다른 수식 없이 저자는 자기주장을 일목요연하게 제시한다. 물론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과학적으로 증명되지 않은 것도 있다. 저자도 이 부분을 피해가지 않는다. 그는 서문에서 “추론에 불과한 것들도 많다”면서도 역으로 “따로 설명할 수 없는 것들을 설명하려고 애를 썼다는 점”만큼은 분명히 한다. 환언하자면, 기존 통념이 아닌 세상을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려고 노력했다는 것이다. 물의 전혀 다른 이면을 알려준 ‘물의 과학’이 훗날 어떻게 자리매김할지, 관심의 끈을 놓지 않으려 한다. 504쪽, 2만8000원.

장동석 출판평론가 / ‘뉴 필로소퍼’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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