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내 자식인데, 아빠는 출생신고를 못한다고?" 사실은..
[편집자주] 출생부터 사망까지 모든 과정이 등록·관리되는 나라가 한국이다. '요람에서 무덤까지' 이어지는 이같은 관리체계는 교육과 의료, 복지 등 다양한 시스템과 맞물려 운용된다. 그럼에도 이같은 시스템에 편입되지 못한 채 '버려진' 이들이 있다. 이름하여 '유령 국민'이다.

#A씨는 B씨과 여섯달을 만나다 헤어졌다. 성격 차이 때문이었다. 약 1년반이 지난 어느 날, A씨는 B씨로부터 갑자기 연락을 받고나갔다가 깜짝 놀랐다. 한 아이를 안고 나온 B씨는헤어진 후A씨의 아이를 낳았다며 잠시만 아이를 맡아달라고 했다. 그 후 B씨는 연락이 두절됐다. 아이는 출생신고조차 돼 있지 않았다.유전자 검사를 통해 아이가 자신의 딸인 것을 확인한 A씨는 출생신고를 하기로 했다.그런데 문제가 있었다. A씨는 아이의 엄마인 B씨에 대해 이름 말곤 아는 게 없었다.과연 B씨는 딸의 출생신고를 할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2015년 11월18일까진 불가능했지만, 그 이후엔 가능해졌다. 이른바 '사랑이법'으로 불리는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시행되면서다.
그전까지 미혼부는 생모의 이름, 주민등록기준지, 주민등록번호 등 인적사항을 모르면 아이의 출생신고를 할 수 없었다. 출생신고는 원칙적으로 생모가 하게 돼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출생신고를 하지 않으면 아이는 대한민국 국민으로 인정받을 수 없고, 교육과 의료 등 기본적인 복지서비스도 받을 수 없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생모의 인적사항을 모르는 미혼부들은 편법을 동원하기도 했다. 아이를 고아원에 맡긴 뒤 고아원에서 출생신고를 하면 다시 입양하는 등의 방법이다.
그러나 사랑이법 시행으로 지금은 유전자 검사서가 있으면 생모의 인적사항을 몰라도 생부가 직접 출생신고를 할 수 있게 됐다. 출생신고를 원하는 미혼부는 가정법원에 '친생자 출생신고확인'을 신청하면 된다.
가정법원이 ‘모의 성명·등록기준지 및 주민등록번호를 알 수 없는 경우에 해당함을 확인한다’라고 결정해주면 미혼부는 이에 따라 출생신고를 할 수 있다. 2015년 11월 사랑이법 시행 이후 지난 6월까지 331명이 이런 절차를 밟아 아이의 출생신고를 마쳤다.
사랑이법도 시행 초기 진통이 없지 않았다. 사랑이법은 '모의 성명·등록기준지 및 주민등록번호를 알 수 없는 경우' 생부의 출생신고를 허용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아빠가 아이 엄마의 이름조차 모른다는 것은 생각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생부가 생모의 이름 등을 안다는 이유로 법원이 출생신고확인 결정을 내리지 않는 경우가 있었다.
그러나 2016년 의정부지법이 2심 재판에서 새로운 판결을 내리면서 사정이 달라졌다. 의정부지법은 “이 법에서 '모의 성명·등록기준지·주민등록번호를 알 수 없는 경우'라 함은 인적사항을 전부 또는 일부를 알 수 없어 친모를 특정하지 못해 생부 혼자 출생신고를 못 하는 경우를 의미한다고 해석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이에 따라 생부가 생모의 이름 등 인적사항을 부분적으로 아는 경우에도 아이의 출생신고를 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일각에선 사랑이법에 대해 악용 우려를 제기한다. 사실혼 관계에서 여성이 자신의 이름으로 아이를 낳았다는 기록을 남기지 않기 위해서 서로 합의 아래 이런 절차를 거쳐 출생신고를 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다. 그럼에도 역기능보다 순기능이 크다는 게 법조계의 일반적 시각이다.
가사 사건을 주로 다루는 황수철 변호사(제이씨앤파트너스 법률사무소)는 "출생신고는 아이뿐 아니라 아이 부모를 위해서도 꼭 필요한 절차"라며 "아이들을 복지시스템 안에서 보호하기 위해 사랑이법과 같은 제도는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송민경 (변호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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