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진의 군 이야기]개봉박두 '기무개혁안'..'송영무식' 급진적 청사진은 흐려지나

박성진 안보전문기자 입력 2018. 7. 31. 21:42 수정 2018. 7. 31. 2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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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국군기무사령부 소속 경비병이 31일 경기 과천 기무사 청사 정문에서 굳은 표정으로 경계근무를 하고 있다. 국방부 특별수사단은 지난 25일 계엄령 검토 문건을 작성한 기무사의 주요 부서를 압수수색해 관련 자료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뉴스

기무개혁위, 이르면 2일 보고 민간인 수장 둔 ‘국방부 외청’과 국방부 산하 축소안 중 ‘저울질’

국방부의 국군기무사령부 개혁위원회(기무개혁위)는 이르면 2일쯤 송영무 국방장관에게 개혁안을 보고할 예정이다. 기무개혁위가 이날 마지막 회의를 열어 개혁안을 확정하면 송 장관은 이를 검토한 뒤 청와대에 개혁안을 보고하는 절차를 밟게 된다. 시민단체 군인권센터가 지난 30일 제기한 기무사의 민간인 사찰, 노무현 전 대통령과 윤광웅 전 국방부 장관 간 통화 감청 의혹이 이번 개혁안에 영향을 줄지 여부도 주목된다.

최현수 국방부 대변인은 지난 30일 “기무개혁위에서 보고서를 작성해 국방부에 주면 국방부에서 그 부분을 검토해 (국방부) 안을 만들어 (청와대에) 보고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문재인 정부가 지난 27일 발표한 ‘국방개혁 2.0’에는 기무사 개혁안이 빠졌다. 혁신적이고 충격적인 기무개혁안을 국방개혁 2.0 발표에 ‘화룡점정’식으로 포함시키려 했던 송 장관의 당초 의지는 계엄문건 파문 등에 말려들면서 좌절된 셈이다. 송 장관은 “장관 자리에 연연하지 않고 국방개혁과 기무사 개혁에 소임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기무개혁위가 만드는 안은 송 장관이 계획했던 기무개혁 청사진과는 거리가 있다는 평가가 일찌감치 나오고 있다. 군 내부에서는 청와대의 기무사 활용 의지가 기무개혁의 수준을 결정할 것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 기무개혁위의 밀실 출범

기무개혁위는 기무사의 ‘정치개입’ ‘민간사찰’ ‘특권의식’ 등 3대 사안의 제도적 근절을 원칙으로 기무사령부령 개정이나 기무사법 제정, 기무사 명칭 변경 등에 대해 논의해왔다. 이는 뒤집어 말하면 민간사찰이 아닌 기무사의 군내 사찰 및 동향 파악은 가능하다는 의미로 읽힌다. 장영달 기무개혁위원장은 “(기무사 개혁안이) 군 통수권자의 군 통수기능을 약화시키는 쪽으로 가서는 곤란하다”고 밝힌 바 있다.

기무개혁위는 6개 분야 14명 위원으로 짜여져 지난 5월25일 출범했다. 그러나 국방부는 기무개혁위 구성원 신분은 물론 위원회 출범 사실조차 공개하지 않았다. 위원회 구성 사실은 더불어민주당 이철희 의원이 7월 초 한 방송 인터뷰에서 언급하면서 처음으로 드러났다. 전체 위원 명단 역시 지난 30일 군인권센터가 기자회견에서 밝히면서 공개됐다.

기무개혁위에는 전·현직 군 간부가 8명이나 포함됐다. 계엄문건 작성 책임자로 논란을 빚어 지난 8일 사퇴한 소강원 기무사 참모장(육군 소장)까지 포함하면 개혁위원 14명 중 9명이 군 출신이다. 여기서도 3명이 전·현직 기무사 간부여서 기무개혁위의 중립성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기무개혁위는 기무개혁을 둘러싸고 송 장관과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이 이견을 보이면서 절충점을 찾기 위해 비공개리에 만들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기무개혁위는 기무사 간판을 내리고 국방부 산하 본부 조직인 ‘국방부 보안·방첩본부’로 축소하거나 민간인을 수장으로 하는 ‘국방부 외청’으로 하는 방안을 놓고 저울질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국방정보청 같은 외청 방안은 조직 설계·설립에 수년이 걸리는 데다, 국회 입법 절차를 거쳐야 한다는 점 등을 감안하면 장기적 권고 형식으로 개혁안에 들어갈 가능성이 제기된다. 일각에선 사령부급 부대로 하되, 국군정보지원사령부로 명칭을 바꿀 것이라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 총론엔 공감, 각론엔 이견

송영무 장관과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은 기무사 개혁 필요성에는 공감대를 이뤘으나, 기무사 축소 수준과 부대 성격을 놓고 일부 의견을 달리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정부 소식통은 “송 장관의 기무사 개혁 구상이 대체로 급진적이고 과감했던 데 반해 조 수석은 비교적 신중한 편이었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청와대와 국방부 관계자 등에 따르면 두 사람은 지난 4월30일 청와대에서 기무사 개혁안 관련 회의를 갖고 서로의 이견을 좁히는 데 주력했다. 이날 회의는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도 참석한 난상토론이었다. 송 장관은 “당시 기무사에 대한 근본적 개혁이 필요하다는 데 동감했고 개혁 방향에 대해서도 같은 입장을 도출할 수 있었다”고 밝힌 바 있다.

기무사 개혁에 군을 관할하는 국가안보실이 아닌 민정수석실이 꾸준히 관여하고 있는 것에 대해 청와대 측은 “기무사는 일종의 군 사정기관이니만큼 민정수석실 소관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송 장관 측은 후보자 시절부터 ‘기무사의 군내 사찰 및 동향 보고 기능 폐지 원칙’을 내세웠고, 지난해 9월에는 지휘관 동향 감시 업무를 맡아온 기무사 1처를 해체했다. 청와대 민정수석실 의중과는 다른 행보로 해석될 수 있는 조치였다.

■ 대령부터 동향 파악

기무개혁위는 기무사가 작성하는 군 간부 신원조회 대상을 과거 ‘중령’에서 장군 진급 대상자들인 ‘대령’으로 높여 동향 파악 대상을 축소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취임 초기에 “장교들이 기무 눈치 보지 않고 군대 생활을 하고, 장교에 대한 평가는 정당한 지휘권과 법적 절차에 의해 지휘관 평정과 법무·감찰 기능에 의해 해야 한다”고 말했던 송 장관 입장과는 사뭇 결이 다르다.

‘대통령 독대 보고’ 금지 신설안 예외조항 마련…현행과 차이 없어 사찰 논란 ‘600 부대’ 해체 안 해

기무개혁위는 기무사령관의 ‘대통령 독대 보고’ 금지 조항을 ‘국군기무사령부령’에 신설하는 방안을 포함시킬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국방장관과 합참의장, 각 군 총장 등 군 수뇌부에 대한 비리 첩보’ ‘청와대 하명(지시) 사항’의 경우에는 대통령 직접 보고를 허용하는 예외조항도 함께 마련할 것으로 알려져 현재 관행과 크게 다를 바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기무사 ‘600 단위’ 부대도 논란의 대상이다. ‘600’이란 숫자로 시작하는 이른바 ‘600 단위(지휘관은 대령) 기무부대’는 전국 광역 시·도 11곳에 설치되어 있고, 근무자만 1000명이 넘는다. 이들 부대는 각 지역 군부대 내에 설치된 기무부대에 대한 지휘·감독과 군 지휘관 등에 대한 임명 전 신원조회, 탈북자 합동심문 참여 등을 맡고 있다.

하지만 이들 부대 업무는 일선 기무부대와 상당 부분 겹쳐 ‘옥상옥’이라는 지적을 받아왔다. 또 각 지역 거점에 있는 600 단위 기무부대는 민간인 사찰이나 서버 해킹 등을 통해 사실상 지역 정보들을 수집하고 이를 윗선에 보고하는 역할을 해왔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송영무 장관은 지역 단위부대를 지휘하는 중간 조직인 600 단위 부대의 해체를 계획했다. 조 수석은 과하다는 입장이었다고 한다. 이에 대해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600 단위 부대 해체는 청와대와 국방부가 이견이 없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기무사는 신원조회와 국정원 등과의 탈북자 합동심문에 600 단위 부대가 여전히 필요하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기무개혁위는 두 부대를 통합하는 방식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가령, 서울을 담당하는 602부대의 경우 수도방위사령부 기무부대와 합쳐 부대장을 두 명에서 한 명으로 줄이는 식이다.

■ 기무사는 어디로

송 장관 “장성 9명에서 2명으로” 개혁위, 5~6명선으로 유지 유력 인력 자체는 상당 부분 축소 불구 “군내 권력기관 위상 유지” 예견

기무개혁위의 그간 움직임에 비춰 보면 기무사 규모는 상당 부분 축소될 것이 확실시된다. 장영달 위원장은 기무사 인원의 20~30% 축소 가능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기무사 장성 숫자도 관심거리다. 송 장관의 처음 계획은 사령관 계급을 중장에서 소장으로, 참모장을 소장에서 준장으로 낮추면서 기무사 장군 수를 9명에서 2명으로 감축하려는 것이었다. 여기에는 군내 권력기관처럼 돼 있는 기무사 장군 수를 줄여 전체 군 장성 수 축소의 시범 케이스로 삼으려는 의도도 있었다. 기무개혁위 분위기는 다른 것으로 전해졌다. 육·해·공군본부 기무부대장을 지금처럼 장성으로 보임해 전체 기무사 장군 수를 5~6명 선으로 줄이는 방안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개혁 2.0’에 따르면 2022년까지 감소하는 장군 정원은 76명이다. 이는 엄밀하게 말하면 부정확한 수치다. 줄어드는 장군 정원은 기무개혁위가 발표할 기무사 장군 수와 연동되기 때문이다.

대다수 군 간부들은 결국 송 장관이 당초 계획했던 기무개혁안은 좌초하고, 기무사는 슬림화를 통해 살아남아 군내 권력기관의 위상을 유지하게 될 것으로 예견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군 고위 관계자는 “기무사의 힘은 동향 파악과 청와대에서 나온다는 것을 군 간부들이 다 알고 있다”고 말했다.

<박성진 안보전문기자 longrive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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