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콩국수 면발이 왜 이렇게 굵어?"..회장님 지적에 조리사 해고

【양주=뉴시스】배성윤 기자 =유명 호텔 및 골프장 회장의 '콩국수 면발 갑질'로 골프장 조리사가 해고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지난 23일 레이크우드 컨트리클럽(CC) 조리원으로 일해오던 A(여·58)씨는 회사로부터 구체적인 설명도 듣지 못한 채 '더 이상 같이 일할 수 없게 됐다'는 통보와 함께 즉각 사직서를 제출하라는 요구를 받았다.
회사 측은 다만 A씨가 (문제를 일으키지 않고) 사직서를 제출하면 실업수당을 받을 수 있도록 '권고사직'으로 처리, 일종의 혜택을 제공하겠다고 제안했다.
레이크우드CC가 A씨에게 사직을 요구한 이유는 '회장님께 제공했던 콩국수의 면발' 때문.
A씨의 설명은 이렇다.
"지난 19일 오전 11시쯤 르 메르디앙 서울(옛 리츠칼튼 호텔) L(68) 회장(레이크우드CC 실소유주)이 그늘집에서 콩국수를 주문했다. 그 때 콩국수 면발이 문제가 됐었다."
레이크우드CC 주방에는 마침 콩국수에 쓰이는 중면(소면용 보다 굵기가 다소 굵은 것)이 떨어져 중면보다 굵은 면으로 콩국수를 만들었다.
A씨는 "회장님이 저를 불러 '국수 면발이 왜 이렇게 굵으냐'며 지적을 하시더군요. 그 때는 그냥 잔소리 한번 들었다고 여겼습니다."
그렇게 끝날 것 같았던 '콩국수 면발 질책'은 며칠 후 레이크우드CC가 식음료 용역계약을 맺고있는 신세계푸드 측에 공문을 보내 정식으로 문제를 제기하면서 '권고사직'으로까지 이어졌다.
레이크우드CC는 신세계푸드에 클럽하우스 레스토랑과 그늘집 등 식음료에 대한 위탁 운영을 맡겼다. 신세계푸드는 이 가운데 조리 분야를 용역업체에 하청을 줬던 것.
A씨의 신분은 이 용역업체의 직원.

레이크우드CC의 한 관계자는 "콩국수 면발과 관련된 회장님의 문제점 지적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며 "영업에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차원에서 신세계푸드에게 (적절한) 조치를 바란다는 공문을 보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세계푸드 측도 "A씨는 분명 잘못했고, 해고가 아니라 A씨 스스로 사직서를 낸 것"이라고 주장했다.
레이크우드CC 실소유주인 L회장은 뉴시스와의 전화통화에서 "(당시) 콩국수 면이 왜 바뀌었냐는 말을 했다"며 "(A씨 사직과 관련해) 우리 골프장 직원이 아니기 때문에 내가 (사직을 요구)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반면 레이크우드CC 종사자들은 이번 사안과 관련, "콩국수 면발 때문에 해고됐다는 이야기가 쫙 퍼져있다"며 "파리목숨도 아니고 이런 (해고) 행태가 말이 되느냐"고 목소리를 높이면서도 혹시 모를 불이익을 우려하는 분위기였다.
느닷없는 해고를 당한 A씨는 '그저 황당하다'는 입장이다.
A씨는 "면 종류가 조금 다르다고 해고까지 할 수 있는 것이냐"며 "사직서를 받은 관계자들로부터 '위에서 시키는 일이라 어쩔 수 없다'는 말을 들었다"고 전했다.
그는 "(우리) 집이 이사할 때도 제대로 챙기지 못하면서까지 열심히 근무했는데 이런 결과를 맞게 되니 너무 억울해서 밤잠조차 오지 않는다"고 하소연했다.
shinybae@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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