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영화관 작품설명회 문자통역 미제공은 장애인 차별"
배급사 "속기사 비용 60만원..형평성 어긋나" 항변

(서울=뉴스1) 최동현 기자 = 영화관이 영화감독이나 평론가를 초청해 작품을 해설하는 자리에서 청각장애인을 위한 문자통역을 제공하지 않는 것은 장애인 차별행위에 해당한다는 판단이 나왔다.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는 고도난청 2급청각장애인에게 영화관 작품해설 문자통역 서비스를 거부한 행위는 장애인차별금지법 위반이라며 A영화배급사에 시정을 권고했다고 30일 밝혔다.
인권위에 따르면 보청기구를 사용해도 소리를 듣지 못하는 고도난청 2급 청각장애인 B씨는 지난 4월 A배급사가 주최한 영화 작품설명 프로그램에 참석했다.
B씨는 프로그램 참여 전에 문자통역 서비스를 제공해달라고 A배급사에 요청했지만, '개인형 보청기구와 보조인력 제공, B씨가 섭외한 속기사 동행 외에 다른 편의는 타 고객과의 형평성 문제로 제공할 수 없다'는 답변을 들었다.
하지만 B씨는 보청기를 사용하더라도 소리를 들을 수 없는 고도난청장애인이었기 때문에 A배급사의 제안은 소용없었고, 별도 PPT나 사전에 배포된 활자자료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A배급사는 "B씨를 위해 문자통역 지원을 하려면 시간당 약 20만~30만원 상당의 비용이 소요된다"며 "프로그램 참여요금이 1만6000원인 점을 고려하면, B씨에게 과다한 추가비용을 지원하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났다"고 항변했다.
인권위가 확인한 한국디지털영상속기협회 자료에 따르면 90분여에 걸쳐 진행되는 작품설명 프로그램 문자통역 속기요금은 약 60만원이 예상됐다.
인권위는 B씨의 손을 들어줬다. 인권위는 "헌법 제11조 제1항은 모든 국민이 법 앞에 평등하며 누구든지 정치적·경제적·사회적·문화적 생활 모든 영역에서 차별받지 아니한다고 명시하고 있다"는 원칙을 주목했다.
이어 A배급사가 프로그램을 운영한 영화관의 규모는 1093석으로, '스크린 기준 300석 이상' 영화관에서는 장애인이 문화·예술활동에 참여할 수 있는 정당한 편의를 제공해야 한다고 규정한 장애인차별금지법에도 어긋난다고 보았다.
인권위는 또 "A배급사는 '보유하고 있는 보청기와 보조인력을 제공할 의사가 있다'고 밝혔지만, B씨는 보청기를 사용해도 들을 수 없는 고도난청인이고, 보조인력은 고객 응대나 영화관 동반 등 편의 제공에 그친다"며 "편의제공의무를 다 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dongchoi89@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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