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산 Dream] '아산 축구왕'의 마지막 꿈

조남기 2018. 7. 30.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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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산 Dream] '아산 축구왕'의 마지막 꿈



(베스트 일레븐)

아산시에는 오래 전부터 ‘준비된 인물’이 있었다. 아산 무궁화 FC의 ‘무급 대표이사’ 박성관 대표이사다. 돈을 쓸 적이 더 많은 박 대표이사는 사비를 들여 아산 시내 유스팀을 창단할 정도로 축구를 향한 열정이 대단한 남자다. 아산의 대표이사 직함에 이렇게 적합한 인물이 또 있을까 싶다.

그에게서 많은 이야기를 듣고 왔다. 박 대표이사는 아산이 잘 되는 이유와, 군·경팀 이슈에 관한 견해, 나아가 아산의 미래 등 다양한 주제에 대해 막힘없이 혹은 거침없이 자신의 의견을 피력했다. 아산시의 축구를 위해 이미 많은 것을 해냈지만, 박 대표이사의 꿈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때로는 괴롭고 힘들지만, 아산에 축구를 사랑하는 이들이 살아 숨 쉰다는 믿음 아래 힘 닿는 데까지 해보려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그가 축구를 업으로 삼고 있는 지금 이 순간을 매우 행복해한다는 점이다.

‘아산 축구왕’의 지난 이야기, 그리고 현재와 미래에 대한 이야기다.


-. 팀 성적이 좋습니다. 상반기는 아산이 1위였습니다

“감회가 남달라요. 정말 행복하고요. 시민 구단을 창단하면 5~10년은 고생해야 중·상위권으로 올라가는데…. 물론 우리는 군·경 팀이기에 운이 좋은 부분도 있습니다. 그래도 훌륭한 선수들을 받기 위해서 나름대로 노력했습니다. 지금은 구단도, 경찰도, 시도, 선수들도, 모두가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요. 여러 박자가 잘 맞아 떨어진 거죠. 상주 상무보다 아산이 낫다는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은 욕심도 있습니다(웃음).”

-. 아산을 운영하는 나름의 비결도 있을까요?

“제가 할 수 있는 건 말보다 관심입니다. 원정 경기를 따라 다니고, 기업 구단처럼 열심히 지원을 해주는 것들이죠. 아산은 한 달에 한 번 정도는 회식도 합니다. 다른 클럽은 그렇게 많지 않다고 들었어요. 이런 식으로 구단에서 지원을 잘해주다 보니까, 선수들도 ‘잘해야겠다’라는 생각을 하는 거 같아요. 팀 내 분위기들도 잘 만들어졌습니다. 79기(이재안·박형순·한의권·이으뜸·이창용)들이 제대하면서 모범적인 행동을 했고, 지금 있는 선수들도 고참들이 멋져 보였는지 열심히 하자며 힘을 모으고 있습니다.”

-. 조금 어려운 질문입니다. 군·경팀의 K리그 내 필요성은 어떻게 보시나요?

“제가 대표이사라서 그런 게 아니라, 한국 축구계 전체의 승강제가 성사되기 전까지는 있어야 하지 않나 싶습니다. 지금은 팀 숫자가 많지 않거든요. 그래서 향후 5년에서 10년은 상주나 아산 같은 팀도 필요합니다. 또 다른 이유도 있습니다. 우리도 20명, 상주도 20명 정도, 그래서 연간 40명 정도. 이런 선수들이 군대에 와서 운동을 하는 혜택을 받습니다. 이런 제도가 당장 사라지면 어렵습니다. 예를 들어 주세종이가 상주나 아산에 못 들어가고 일반 군인이 됐다. 심각한 겁니다. 지금은 상주나 아산 같은 팀이 있기 때문에 21개월 동안 복무를 하며 몸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군·경 팀 나름대로는 좋은 일을 하는 중이라고 생각합니다.”

-. 그렇다면 장기적 관점에서는 군·경팀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보시나요?

“솔직히 한국 축구계 전체의 승강제가 완비되면 없어야 된다고는 생각합니다. 리그 흥행 차원이죠. 대한민국 축구를 위해서는 그런 면이 낫다고 봅니다. 그러나 아까도 말했듯, 지금은 팀 수가 너무 없고, 많은 인재들도 여기저기 있으니, 당장 폐지한다는 건 너무 빠릅니다. ‘있어야 한다’와 ‘없어야 한다’에 대한 생각이 모두 다르겠지만, 제 생각은 ‘앞으로도 최소 5년은 있어야 한다’입니다.”

-. 군·경팀의 1부리그 승격을 막자는 의견도 있습니다

“그러면 목표가 없어지는 거 같습니다. 선수랑 구단 모두가 동기부여를 잃을 거 같아요. 올해 아산은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시민 혈세를 낭비하며 저런 선수들 왜 지원해주냐’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선수들도 그 점을 잘 알고 정말 열심히 하고 있어요. 제대를 시키지 않고 계속 같이하고 싶을 정도입니다. 고마운 마음이 큽니다.”

“아산은 지난 시즌 K리그2에서 유료 관중 비율 1등(68%)을 했습니다. 매 경기마다 2,055명(평균 관중)이라는 팬이 생겼고, 지금도 서포터가 한 분씩 늘어나고 있습니다. 아산이 축구하는 학교는 없었어도, 충청남도에서는 나름 축구의 메카였습니다. 도민체전하면 자주 우승하는 지역이고, 축구 동호인들도 참 많습니다. 그래서 군·경팀이든, 시민 구단이든 관여하지 않고, 축구를 즐기고 응원하러 오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그러니 ‘군·경팀 없애야 한다’라고만 생각하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아산도 그렇고, 상주도 마찬가지고, 우리는 군대에 가야 하는 선수들을 좋은 몸으로 유지시켜 원 소속 구단으로 돌려보내는 역할을 합니다. 좋은 의미로 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


-. 아산이 유스 팀도 활발하게 운영하고 있습니다

“초등학교는 10년 정도, 중학교는 제가 만들어서 5년 차가 됐습니다. 전국 대회 준우승도 한 번 했고요. 그러면서 올해부터는 U-18도 있습니다. 19명이 들어왔는데, 2·3학년은 아직 없고, 1학년만 있어요. 아직까지는 이름이 알려지지 않았으니 좋은 선수들이 오고 있지는 않습니다. 그래도 생각보다는 잘합니다(웃음). 현재 주말리그에 참가하고 있는데, 다른 K리그 산하 클럽은 3학년이 나오지만 아산은 1학년입니다. 솔직히 처음에는 7-0, 8-0으로 깨질 줄 알았는데, 또 그렇지는 않더라고요. 내년되면 더 좋아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앞으로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우리도 시민 구단 창단을 해야 합니다. 그날을 대비해 선수들을 잘 길러서 우리 아산에 보탬이 되는 선수로 키우고 싶습니다. 나아가서는 월드컵도 내보내고, 주세종 같은 선수도 만들고, 그런 게 꿈입니다. 큰 꿈이죠(웃음).”

-. 아산의 5~10년 청사진은 무엇인가요?

“경기를 보고 집에 가서 누워 있으면 머릿속에 앞날 그림만 그리고 있습니다. 의경 폐지 문제도 있고, 이게 언제까지 갈까, 올해 1위하면 내년에 1부리그에 가는데, 그렇다면 1부리그에서 최대한 관심을 끌어 관중 수를 늘리고 빠른 시일에 시민 구단으로 전향했으면 좋겠다 같은 생각들이죠. 대략 3~5년 후에는 시민 구단을 창단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구단도 그런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고, 그날을 위해 예산도 열심히 아끼고 있습니다. 올해 연말에는 U-18 기숙사를 하나 지을 계획입니다. 넉넉하지는 않지만, 최대한 만들어볼 생각입니다. 아직 구체화된 논의는 없지만, 우리 구단부터 먼저 그렇게 되도록 만들어가는 과정 속에 있습니다.”

“FA컵 안산 그리너스 전에서 이기면(인터뷰 당시 FA컵 치르기 직전) 홈에서 전북 현대랑 붙습니다. 그날 많은 기대를 하고 있습니다. 어떤 마케팅을 하고 관중들은 얼마나 올지 같은 것들이죠. 전용구장 계획도 있습니다. 작년에 예산을 타둔 게 있는데, 호화스럽지는 않아도 7천석 규모로 건설할 예산을 보유했습니다. 시에서 아직 확답이 온 건 아니지만, 어느 정도 긍정적이라고 봅니다. 한국에서 가장 젊은 구단, 우리는 프런트도, 감독도, 대표이사도 어립니다. K리그 구단 대표자 회의가도 제가 제일 막내거든요. 아산에 ‘젊은 축구단’을 만드는 게 목표입니다. 여기까지가 그려둔 밑그림이에요.”

-. 대표직을 무급으로 수행하고, 사비도 쓴다고 들었습니다. 이유는 무엇일까요?

“태양의 후예 드라마 있죠? 제가 군대를 공수부대였던 707 대 테러부대를 나왔습니다. 거기를 들어갔는데 축구를 못 하면 혼나더라고요(웃음). 거기서 축구를 배워서 5년 생활을 하고 아산에 내려왔는데, 이후 조기 축구에 가입하게 됐습니다. 그 시간 속에서 ‘축구가 이런 메리트가 있구나’라는 생각을 했죠. 그러면서 새벽 5시에 일어나서 매일같이 축구를 가게 됐고, 그러다보니 축구로 무언가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 과정 속에서 아산축구협회 부회장을 하게 됐고, 그러고 보니 아산은 왜 유스 팀이 없을까라는 고민도 생기더라고요. 그때부터 ‘만들어보려고’ 노력을 했습니다. 근데 부회장으로는 한계가 있는 거예요. ‘그럼 회장이 되야겠다’라는 목표를 세워 그렇게 했고, 이후 초등학교 팀, 중학교 팀, 여성 축구단을 만들었습니다. 돈이 모자라니 제 돈도 썼죠. 연에 1억씩은 썼어요.”

“이렇게 하면서 아산까지 오게 됐습니다. 그리고 이제 꿈이었던 U-18 창단까지 마쳤죠. 저도 고집이 좀 있습니다. 하다가 안 되면 될 때까지 밀어붙이는 성격이에요. ‘무라도 잘라야지’ 하는 심정이 컸는데, 그 마음 덕분에 여기까지 왔습니다. 물론 스트레스도 많고 구단 운영이 복잡한 건 사실이에요. 그래도 뿌듯한 게 더 많아서 행복합니다. 구단에서 월급을 받는 것도 아니고, 지금도 쓰고 있지만, 행복이 더 좋으니까…. 지금도 축구가 좋고 참 행복합니다. 마지막 꿈이요? 있죠. 아산도 시민 구단을 창단하는 것. 그게 나의 마지막 꿈입니다.”

글=조남기 기자(jonamu@soccerbest11.co.kr)
사진=아산 무궁화 FC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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