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AS] 반올림과 삼성의 합의, 우리에겐 '황유미법'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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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4일 긴 싸움이 중요한 성과를 하나 만들어냈습니다. '반올림'(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과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장에서의 백혈병 등 질환 발병과 관련한 문제 해결을 위한 조정위원회'(조정위)가 10년 넘게 이어져 온 분쟁을 끝내기로 합의한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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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년 만에 결실 이뤘지만 정부책임은 제외돼
반도체 노동자 건강 보호하는 개정안 논의해야




지난 24일 긴 싸움이 중요한 성과를 하나 만들어냈습니다. ‘반올림’(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과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장에서의 백혈병 등 질환 발병과 관련한 문제 해결을 위한 조정위원회’(조정위)가 10년 넘게 이어져 온 분쟁을 끝내기로 합의한 겁니다.
2007년 삼성전자 반도체공장에서 일하던 황유미씨가 급성 백혈병에 걸려 세상을 떠난 지 11년 만입니다. 조정위는 최종 중재안에 △새로운 질병 보상 방안 △반올림 피해자 보상안 △삼성전자 쪽의 사과 △재발방지 및 사회공헌 등을 약속했습니다. 김선식 삼성전자 전무는 이 자리에서 “(직업병 문제의) 완전한 문제 해결을 눈앞에 둔 것에 큰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이번 중재합의는 삼성이 전향적인 모습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늦었지만 한 발 나아간 결정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삼성의 변화만으로 반도체 노동자들, 더 나아가 유해화학물질을 일상적으로 다루는 일선 노동자들의 직업병 문제가 모두 해결될 수 있는 걸까요? ‘반올림’ 변호사로서 피해자들과 여러 소송을 함께 해 온 임자운 변호사는 “문제의 해결을 어느 기업에만 맡겨서는 안 된다”라고 강조합니다. (▶관련기사 : [토요판] 임자운의 반도체 소송기)
“많은 직업병 피해자들이 삼성과 같은, 때로는 삼성보다 더 큰 책임을 정부에 묻고 있다. 정부가 삼성의 안전보건 관리 문제를 방치하지 않았다면, 직업병 피해를 호소하는 노동자들의 작업 환경을 더 성실하게 조사했다면, 삼성의 영업비밀 주장을 무조건적으로 보호해주지 않았다면, 상황은 지금과 많이 달랐을 것이다. 단언컨대 대한민국 정부는 반도체 직업병 참사의 ‘공동 가해자’였다.”
-‘반도체 노동자들의 삶과 건강을 지키는 ‘황유미법’을 만들자’
실제로 소송 과정 면면을 들여다보면, 누구보다 삼성을 적극적으로 비호하고 피해자들의 싸움을 어렵게 만든 주체는 다름 아닌 정부였습니다.
“삼성은 1심 판결이 원고 승소로 나오자 오로지 그것을 뒤집기 위한 자체 검증을 실시했고, (근로복지)공단은 그러한 검증 결과가 법원에 제출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줬다. 삼성은 2014년 5월 기자회견을 통해 더 이상 산재소송에 관여하지 않겠다고 약속했었다. 영화 <또 하나의 약속> 개봉 등으로 여론이 한창 좋지 않을 때였다. 그런데 시간이 좀 지나고 재판 결과가 뜻대로 되지 않자, 은근슬쩍 다시 소송에 개입한 것이다. 다른 사건에서도 그랬다. 매번 근로복지공단의 적극적인 협조가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노동자의 산재보상을 가로막기 위해 삼성과 정부는 이처럼 서로 도왔다.”
-‘삼성이 잡아뗀 반도체 접착제, 검색만 해도 자료가 쏟아졌다’
“이를테면 고용노동부가 2013년 삼성반도체 공장에 대해 작성한 ‘특별감독 보고서’와 ‘안전보건 진단 보고서’라는 것이 있다. 정부가 처음으로 삼성반도체 공장의 관리 실태 전반을 점검한 결과인데, 그 공장에서 직업병 피해를 입은 노동자들은 그 내용을 알 수 없었다. 정부가 이를 은폐했기 때문이다.”
“나는 법원에 좀 더 강제성 있는 증거조사를 요청했고, 그에 따라 법원은 고용노동부에 보고서 제출을 ‘명령’하기에 이르렀다. 그러자 고용노동부는 더 놀라운 태도를 보였다. 법원이 보고서 제출을 ‘요청’(문서송부촉탁)할 때는 ‘삼성의 영업비밀’ 운운하며 직접 제출을 거부하더니, 법원이 보고서 제출을 ‘명령’(문서제출명령)하자 ‘관할 지방고용노동관서가 제출 여부와 범위를 판단할 사안’이라며 책임 회피에 나선 것이다.”
-“보고서는 회사 영업비밀”…삼성 위해 발벗고 뛴 노동부
지난해 8월 대법원은 반도체 노동자 소송에서 “직업병 연구가 부족하고 영업비밀로 감추어진 정보가 많으며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한 법령상 규제, 안전대책 등이 불충분하므로 산재보험제도가 이처럼 불확실한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첨단산업 분야 노동자들을 보호할 필요가 있다”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기업 차원의 피해자 보상을 넘어 다시는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하려면 어떤 제도가 필요할까요? 또 어떤 방안이 논의되고 있을까요? 20대 국회에 발의된 관련 법 개정안 등을 통해 살펴봤습니다.

■ 기업의 ‘영업비밀’ 핑계를 막아라
“반도체 제조업은 ‘전자’ 산업이라기보다는 ‘화학’ 산업에 가깝다. 반도체 칩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수백종의 화학물질이 투입된다. 2016년 연구 자료에 따르면 국내 반도체 사업장 11곳에서 평균 216종의 화학제품을 쓴다. 이들은 총 545종의 성분 물질로 구성되어 있는데, 그중 25.9%가 발암성·생식독성·생식세포변이원성(CMR) 물질이다. 그나마 공개된 성분 물질들이 그렇다는 얘기다.”
-‘반도체 노동자들의 삶과 건강을 지키는 ‘황유미법’을 만들자’
먼저 반도체 노동자들이 다루는 유해화학물질을 제대로 관리, 감독하는 일이 필요할 겁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발암성물질 관리체계 개선방안’ 보고서(2010년)에서 한국은 발암성물질이 통합적으로 관리되지 않고 발암성물질 목록과 분류체계가 없으며, 해당 물질에 대해 최신 정보가 제공되지 않는다고 지적했습니다. 특히 발암성물질 관리부처와 법령이 환경부의 ‘화학물질관리법’과 고용노동부의 ‘산업안전보건법’으로 나뉘어있어 공동관리가 원활히 이뤄지지 않는다고 짚었습니다.
현재 국회에는 유해화학물질 취급과 구매 이력 등을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유해화학물질취급관리시스템’을 구축·운영(박주민 의원)하고 화학물질 안전관리에 대한 정보를 지방자치단체가 실시간으로 공유할 수 있도록 하는(한정애 의원) ‘화학물질관리법’ 개정안이 계류 중입니다.
“(재판 과정에서) 그렇게 업무와 질병의 관련성을 입증하고자 했지만 쉽지 않았다. 피해자들의 업무에 은폐된 부분이 많았기 때문이다. 소송에서 삼성은 법원의 요청에도 불구하고 해당 사업장에 대한 ‘가스누출 감지 시스템 작동 내역’, ‘작업환경 측정 보고서’, ‘안전보건 진단 보고서’를 끝내 제출하지 않았다.”
-“우리가 이겼어요”…웃음 잃었던 미선씨의 환호가 들렸다
유해화학물질을 직접 다루는 노동자의 안전을 보호하는 내용은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에 담겨있습니다. 유해화학물질을 사용하는 작업을 할 때 노동자에게 사전에 정보를 제공하도록 하는 이학재 의원의 개정안이 대표적입니다.
긴 시간 피해자들의 자료 공개 요구에 ‘은폐’로 일관한 삼성의 사례가 반복되지 않도록 하는 개정안도 발의돼 있습니다. ‘영업비밀’을 이유로 물질안전보건자료의 일부 내용을 기재하지 않을 때 사전 승인을 받도록 하는 개정안(강병원·김영주 의원)과 노동자의 건강을 해칠 우려가 있는 화학물질은 기업의 ‘비공개 대상’에서 제외하는 개정안(송옥주 의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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