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도 가지고 온 쓰나미..'학교 보건'에서 해답 찾다
[경향신문]
지난 5월 인도네시아 반다 아체 소재 SDN24 초등학교에 들어가자 대열을 맞춰선 학생들이 노래를 부르며 맞았다. 한국 동요 ‘곰 세마리’의 운율에 손씻기 등에 대한 내용을 아이들 눈높이에 맞춰 개사한 가사가 얹혔다.
4학년 담임교사 리다야니는 “건강이나 학교 보건을 위한 노래를 만들어 부르도록 한다. 인도네시아 학교에서 널리 부르고 있는 노래”라고 설명했다. 그는 “아이들이 갑자기 배가 아프거나 한 경우가 있다. 비를 맞은 뒤 씻지 않거나, 날씨가 갑자기 뜨거워졌는데 흙놀이를 하고 씻지 않은 손으로 음식을 먹은 경우에 그렇다”며 “(노래를 통해) 학교 보건이나 개인 위생을 중점적으로 가르치고 있다”고 전했다.
2004년 인도양 쓰나미로 반다 아체는 완전히 파괴됐다. 인도네시아 아체 베사르, 특히 반다 아체는 규모 9.0에 달하는 강진과 해일의 영향을 가장 크고 직접적으로 받은 지역이다. 30년 이상 내전을 벌여와 고립되고 낙후됐던 이 지역에 자연재해까지 더해져, 주민들이 겪는 체감 피해는 더 컸다. 1962년 설립된 이 학교도 예외가 아니었다. 누르힉마 교감은 “당시 지진이 굉장히 강해서 뒷편 건물이 땅 안 쪽으로 들어갔다”고 설명했다. 학교는 여러 국제 기구의 도움을 받아 2006년에야 다시 문을 열 수 있었다.
쓰나미는 질병도 가져왔다. 무너져 방치된 건물, 시체로 인해 기초위생이 제대로 지켜지기 힘들었고 감염병에 취약해졌다. 쓰나미 이전부터 아체는 보건 의료 접근성, 보건 교육 수준이 낮은 편이었다. 특히 학교에서의 보건 교육과 서비스를 기대하기 힘들었다. 보건교사는 있지만 교사의 보건지식이 낮거나 보건실을 제대로 갖추지 않은 학교, 보건실이 있더라도 의약품이 구비되지 않은 학교가 부지기수였다. 이같이 열악한 상황은 쓰나미 이후 더 심화됐다.
한국건강관리협회·코이카는 수년간 복구가 진행됐음에도 여전히 기초적인 보건의료 수준이 낮은 반다 아체 지역 초등학생들의 건강을 증진시키기 위해 2012년 건강관리 사업을 시작했다. SDN24 학교는 1·2차 사업 대상에 선정된 209개 초등학교 중 하나다. 이 학교 누르힉마 교감은 “학생들이 건강에 문제가 없어야 수업에도 더 잘 참여할 수 있다”며 “학교 보건이나 개인 위생이 중요한 이유”라고 사업 의의를 설명했다.
학교 보건실 한켠에는 녹색, 노란색 조끼가 걸려 있었다. ‘꼬마 의사’ 제도다. 꼬마 의사로 지정된 학생은 주변 학생이 몸이 불편하거나 갑자기 아플 경우 보건실로 데려오는 역할, 서툰 학생들을 가르쳐주는 역할 등을 맡는다. 학생들의 자율적인 실천을 유도하는 프로그램 중 하나다. 1·2차 사업을 하는 동안 꼬마 의사 900명을 제외하고도 학생 4300여명이 보건의료 교육을 받았다. 학생들과 별도로 역량강화교육을 받은 교사와 지역보건소 실무자는 282명이다. 보건소에는 또한 손씻기, 금연, 양치하는 방법 같은 개인 위생 교육 포스터가 걸려있다.
이날 학교를 찾은 교육부 직원 마롼 픽리는 “학생들이 연습, 실습에 그치지 않고 자율적으로 이행할 수 있게끔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그는 “사업에 선정된 학교에서 성과를 보이자, 아체 지역 다른 학교에서도 건강관리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싶어 경쟁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한국건강관리협회와 코이카의 이 사업은 지난해 인도양 쓰나미 13주년 추모식에서 현지 학교 보건 발전 공헌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 받아 아체 베사르 지역정부로부터 ‘2017 인도네시아 쓰나미 피해지역 재건 공로상’을 수상했다. 최근 협회는 3차 사업을 진행중이다.
<반다 아체(인도네시아)|김서영 기자 westze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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