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최고 인기게임 '갓 오브 워'(1) 방대한 신화세계

이경혁 2018. 7. 25.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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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의 법칙-94]

◆2018년 최고 인기작품, '갓 오브 워'

대형 타이틀이 쏟아진 2018년 신작 게임 중에서도 상당한 지지를 모으고 있는 게임으로는 플레이스테이션으로 출시된 '갓 오브 워'를 꼽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적지않은 해외 리뷰에서 만점으로 평가하는 경우도 속출했고, 국내에서는 이용자가 상대적으로 한정적인 플레이스테이션 독점작임에도 수많은 이용자가 찬사를 보내는 형국이다.

'갓 오브 워'는 그리스 신화를 배경으로 한 전작에서 스파르타의 군인으로 태어나 살아가던 주인공 크레토스가 전쟁의 신이 된 뒤 올림포스 신들을 모두 없애버려 세계의 파국을 부르며 끝나는 것 같던 이야기의 다음 편을 다룬 게임이다. 알 수 없는 이유로 그리스 전쟁의 신은 북유럽으로 흘러왔고, 배경에 따라 이번 작품에서 전쟁의 신이 상대하는 대상 또한 북유럽 신화의 신들이 되었다.

쉽사리 연결해 생각하기 어려울 서로 다른 두 지역의 신화를 이어나간 액션 어드벤처 게임 '갓 오브 워'의 이야기를 당분간 다뤄보고자 한다. '갓 오브 워'는 비록 북유럽 신화라는 새로운 무대에서 펼쳐질 이야기의 서장일 뿐이지만, 그 서장으로부터 이미 다음에 이어질 새로운 이야기들에 대한 벅찬 기대를 완성한 상태다. 상당한 기대를 만들어 낸 수작에 대해 할 이야기는 아무래도 적은 편은 아니다.

◆광활한 북유럽 신화의 세계를 효율적으로 표현해 낸 게임 속 세계

'갓 오브 워'가 새롭게 배경으로 선택한 세계는 북유럽 신화다. 그리스 신화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덜 대중적인 북유럽 신화는 특유의 광활함과 라그나로크(신들의 운명으로 불리는 최후의 전쟁)라는 비장한 결말 덕택에 애니메이션이나 게임 등 여러 서브컬처 전반에서 폭넓게 인용되고 있어 마냥 낯선 신화로만 치부하기도 어려운 이야기다. 특히 최근 들어서는 마블의 영화 시리즈 등에서도 차용되면서 더 이상 그리스 신화에 비해 인지도가 낮다고만은 말하기 어려운 정도에 이르고 있다.

플레이어는 북유럽 신화의 한복판을 직접 헤치고 다니며 신들을 만나야 하기에, 그 배경 무대는 상당히 또렷하게 게임 안에 표현되어야 한다. 그런데 북유럽 신화 속 세계는 무려 아홉 개의 각기 다른 세계로 나뉘어 있고, 각각의 넓이 또한 쉽게 가늠하기 어려운 광대함을 자랑한다. 그냥 전승 속의 신화를 게임 속 배경으로 그려넣기에는 자칫 공허한 설원만 남거나 엉성하고 허전해보일 수 있겠지만, '갓 오브 워'는 이러한 신화의 배경을 납득 가능한 무대 설계를 통해 매우 제한적이면서도 동시에 매우 효율적인 방식으로 재현해 낸다.

차갑고 광활한 북유럽 신화의 무대는 현 세대 게임기의 그래픽 기능을 자랑스럽게 활용하는 게임 속에서 빛나는 매력을 뿜는 공간으로 재현된다.

방대한 신화 속 세계는 게임 안에서 무척 단촐해 보일 수 있는 구조로 표현된다. 9개의 세계 중 사실상 중심이라 할 수 있는 미드가르드는 거대한 호수로 게임 안에 자리한다. 호수의 중앙에는 호숫가의 여러 신전으로 이어질 수 있는 회전하는 거대한 다리가 놓여 있고, 플레이어는 각 세계로 이동할 수 있는 룬을 얻으면 다리를 회전시켜 새로운 세계로 넘어가는 포털을 열 수 있다. 이를 통해 플레이어는 니플하임, 무스펠하임, 요툰하임 등 신화 속 여러 다른 세계로 여행을 떠날 수 있게 된다.

단지 보트 한 척으로 오갈 만한 수준의 작은 호수는 그러나 깊이라는 개념을 통해 표면적 이상의 플레이 영역으로 거듭난다. 북유럽 신화에 등장하는 요르문간드는 미드가르드 세계 전체를 둘러싸고 앉는 거대한 뱀인데, 요르문간드는 '갓 오브 워'의 미드가르드 호수 안에 몸을 숨기고 있다가 주인공 일행과 조우하면서 조금씩 거대한 몸을 호수 밖으로 빼내기 시작한다.

세계를 덮는 크기의 뱀이 호수에서 몸을 빼내어 산에 올리면서 호수의 물 깊이가 낮아지고, 이를 통해 게임은 조금씩 수면 아래 감춰져 있던 요소들을 서사 진행에 맞춰 드러낸다. 갈 수 없는 곳에 갈 수 있게 되고, 새로운 길과 퍼즐이 열리면서 게임 속 미드가르드는 단지 지도상에 펼쳐진 넓이 이상의 활동이 이루어지는 영역이 될 수 있었다.

이러한 게임의 배경 설계는 광대한 신화 세계를 재현하는 데 있어 결코 모자람이 없는 결과를 낳았다. 무의미하게 넓은 세계를 디자인하기보다는 호수라는 은유를 재현하고 세계를 둘러싼 요르문간드를 호숫가에 앉힘으로써 호수는 그 자체로 미드가르드에 대한 충분한 재현이 되는 것이다. 동시에 제한된 넓이의 영역을 뱀의 움직임에 따라 낮아지는 호수의 수위로 조절하면서 방대함의 의미는 넓이가 아닌 깊이로 새롭게 그려질 수 있었다. 이렇게 확보된 미드가르드의 공간은 호수의 중심에 놓인 거대한 다리와 포털에 연계되며 또 다른 세계로 넘어갈 수 있는 중심지로서의 의미를 드러냈고, 미드가르드 외의 세계들은 게임의 이야기 진행에 불필요한 부분들을 배제하고 짧게 그려냈지만 서사 진행에서 불필요한 여행의 가능성을 제한해 버림으로써 넓을 이유를 제거하는 방식을 통해 게임 진행에서 부족함이 느껴지지 않는 결과를 그려냈다. 신화의 설정이 제한된 게임의 공간 안에 효율적이면서도 동시에 원작의 메타포를 놓치지 않는 형태로 재현된 것이다.

미드가르드를 둘러싼 거대한 뱀 요르문간드는 게임 안에서 미드가르드 호수를 둘러싸는 형태로 묘사된다. 뱀이 몸을 드러내면서 낮아지는 호수의 수위를 통해 게임은 다음 이야기를 진행시켜 나간다.

◆호숫가의 가족 이야기, 신화의 무대로 나래를 펴다

물론 게임 속 신화의 세계를 드넓고 방대하게 그릴 수도 있었겠지만, '갓 오브 워'는 불필요한 확장 대신 오밀조밀한 게임 디자인으로 신화 속 세계를 압축적인 은유의 형태로 그려냈다. 이는 나름의 이유 덕분인데, 게임이 다루는 여정 자체가 세계를 방대하게 모험하는 이야기가 아니기 때문이다.

'갓 오브 워'의 이야기 구성은 매우 단순하다. 주인공 크레토스의 아내인 페이는 게임 시작 시점에서 사망한 상태이고, 유언으로 자신의 화장한 유해를 세계에서 가장 높은 곳에 뿌려달라는 부탁을 남긴다. 크레토스는 아들을 잠시 집에 두고 아내의 유언을 받들기 위해 미드가르드의 정상에 다녀오려고 하지만, 갑작스러운 습격을 받고 위험하다는 판단 하에 아들 아트레우스와 함께 세계의 가장 높은 곳에 다녀오는 여정을 시작한다.

세계를 구원한다거나, 사방에서 신음하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듣고 도와준다거나 하는 이야기가 아닌 사랑하는 가족의 마지막 부탁을 받드는 개인적인 이야기는 넓은 무대보다 좀더 오밀조밀한 공간에서 빛을 발한다. 마치 한 가족이 슬픔을 딛고 뒷산을 오르는 듯한 게임의 무대는 그러나 이야기를 진행하면 할수록 좀더 새로운 의미를 열어내기 시작한다. 그리고 이를 통해 게임은 북유럽 신화라는 오래된 이야기에 새로운 해석을 덧씌우기 시작한다. (다음편에 이어집니다)

[이경혁 게임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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