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맥주 '4캔=1만원' 그대로..국내 맥주업계 실망감
김동연, 종량세 전환 신중론..수제맥주도 판로확대 기회놓쳐
■ 주세법 개정 사실상 불발

하지만 최근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언론 인터뷰에서 맥주 세제 전환에 신중한 태도를 보이면서 종량세로 개편이 확실시되던 데서 방향이 급변했다. 이에 따라 오는 30일께 발표할 예정인 내년도 세재개편안에서 관련 내용이 빠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김 부총리는 인터뷰에서 "맥주 종량세 전환은 조세 형평 측면과 함께 소비자 후생 측면도 모두 봐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와 관련해 기재부 관계자는 "종량세 전환을 영원히 하지 않겠다는 게 아니라, 당장 내년에 전환하기에는 시기적으로 고려할 부분이 많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정부의 하반기 경제정책 주요 목표 중 하나가 내수와 밀접한 소비를 늘리는 것인데 소비자 사이에서 인기가 많은 수입맥주 가격이 오르면 자칫 내수 부담 요인만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반영된 것이다.
앞서 정부는 국내 맥주업계의 의견을 반영한 국세청의 건의를 받아 맥주에 한해 주세법을 종가세에서 종량세로 전환하는 것을 검토해왔다. 국산 맥주는 제조비용과 판매관리비, 이윤 등을 더한 출고가에 72% 주세를 매기고, 여기에 교육세(30%)와 총 부가가치세(10%)를 더해 가격이 정해진다. 반면 수입 맥주는 임의로 신고한 수입가격을 과세표준으로 해서 세금을 정한 뒤 추후에 이윤을 붙여 판매하는 구조다. 이로 인해 국산 맥주에 비해 세금이 적고 제품가격 책정 폭이 넓어진다. 한국주류산업협회는 수입맥주와 국내 생산맥주의 판매가격이 같더라도 종가세 체제에서는 세금 차이가 최대 20%에 달한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종량세 개편을 기대했던 국산 맥주 및 수제맥주업체들은 현행 종가세가 유지될 것이라는 전망에 대해 실망감이 역력하다. 전체 맥주시장에서 20%에 육박하는 수입맥주 판매비중을 낮추려면 이원화된 세금체계를 바꿔 저가의 수입맥주 가격을 높일 필요가 있었는데 물거품이 됐기 때문이다. 한 국산맥주 업체 관계자는 "1000개가 넘는 수입맥주 브랜드가 범람하면서 국산맥주 시장이 판로가 줄었는데 그 원인이 국산과 수입산을 차별하는 세금체계 때문"이라면서 "이번에는 고쳐질 것으로 기대했는데 현상유지가 된다면 국내 맥주산업 발전에도 악영향을 줄 것"이라고 지적했다. 주세 전문가인 정철 서울벤처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맥주 세제개편 논의는 상대적으로 혜택을 받아온 수입맥주 가격을 끌어올리려는 차원이 아니다"면서 "그동안 종가세를 고집해 국산맥주와 수입맥주에 달리 부과됐던 과세체계를 일원화하자는 것"이라고 밝혔다. 주류업계는 맥주 종량세가 도입되면 △저가 수입맥주 가격 상승 △고가 수입맥주 가격 하락 △국산 수제맥주 가격 하락 △일반맥주 동일가격 유지 등의 현상이 나타날 것으로 기대했다.
특히 맥주 판매시장의 1% 남짓한 중소 수제맥주 업체들은 종량세 개편에 대한 기대가 컸다.
그동안 비싸서 찾지 않았던 국산 수제맥주 가격이 내려가 소비자 선택권이 넓어질 수 있다는 기대도 많았다. 실제 한국수제맥주협회에 따르면 마트와 편의점에서 파는 일부 수제맥주 가격은 지금보다 최대 27%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분석자료를 내기도 했다. 캔으로 된 500㎖ 수제맥주에 붙는 종량세를 ℓ당 843원으로 상정할 경우 주세는 그 절반인 421.5원을 내는 데 그치고, 여기에 붙는 교육세, 부가세도 그만큼 추가로 낮아진다는 것이다. 수제맥주 업체 관계자는 "종량세 개편으로 수제맥주도 '4캔에 1만원' 하는 묶음 상품도 나올 수 있다"면서 "업체들은 마케팅 차원에서 특정기간 한정 프로모션 형태로 운영해볼 수 있지만 종가세가 유지되면 이러한 계획들이 물거품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현재 마트나 편의점 등에서 판매 중인 국산 수제맥주는 플래티넘에일, 제주위트에일, 행복충전주, 광화문 등 10여 종으로 가격은 4000원대 중반(500㎖ 캔 기준)이다. 문혁기 제주맥주 대표는 "세제 개편이 이뤄지면 고급 맥주를 찾는 소비자들의 진입장벽이 낮아질 것이란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김병호 기자 / 이유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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