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유율 축구의 몰락, '학범슨'도 주목하는 이유
2018 러시아 월드컵을 통해 드러난 흐름 중 하나는 한 동안 세계 축구의 패러다임을 지배해왔던 ‘점유율 축구’의 몰락이다. 짧은 패스를 바탕으로 점유율을 지배해왔던 스페인과 독일 등 점유율에 바탕을 둔 팀들은 이번 대회에서 모두 몰락했다. 스페인은 16강에서 1000회가 넘는 패스를 기록하고도 러시아에 덜미가 잡혔고, 독일은 아예 조별리그를 통과하지도 못했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한국 축구 사상 첫 아시안게임 2연패에 도전하는 김학범 한국 남자 23세 이하(U-23) 축구 대표팀 감독도 러시아 월드컵에서 드러난 이 흐름에 주목하고 있다. 김 감독은 지난 16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아시안게임 대표팀 명단을 발표하면서 “월드컵에서도 그랬지만 이제 점유율 축구의 시대는 지났다”고 강조했다.
월드컵에서 점유율 위주의 팀을 상대할 때 나온 전략의 핵심은 빠른 스피드를 이용한 역습이었다. 단단한 수비를 바탕으로, 강한 압박을 통해 상대의 볼 흐름을 원활하게 하지 못하게 만들고 빠른 선수들을 적극 기용해 상대 측면을 집요하게 공략하는 패턴이 주를 이뤘다. 당장 결승전만 보더라도 점유율에서는 화려한 중원을 자랑하는 크로아티아가 61대39로 앞섰으나 결과는 프랑스의 4-2 승리였다.
한국은 이번 대회에서 유력한 금메달 후보다. 손흥민(토트넘), 황희찬(잘츠부르크), 이승우(베로나)와 조현우(대구 FC) 등 월드컵에서 뛴 주요 선수들을 불러모으며 전력을 끌어올렸다. 상대팀의 견제가 심할 것은 당연하다. 조별리그에서 만날 팀들 대부분이 한국보다 몇 수 아래일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이들이 한국을 상대할 때 쓸 전략은 역습밖에 없다. 김 감독이 점유율 축구의 시대는 갔다고 말하며 경계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김 감독은 “역대 아시안게임을 돌이켜보면. 우리가 공격이 안 돼서 진적은 있어도 실점이 많아서 진 적은 없다”며 “우리가 줄기차게 공격하다 상대 역습 한 번에 무너지는 일이 일어나서는 안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조현우를 뽑은 것도 그 때문이다. 상대 역습에 당해 패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골키퍼가 한 골을 막는 것은 곧 우리가 득점하는 것과 다를게 없다. 조현우가 월드컵에서 펼친 활약을 본 뒤 선발해도 문제가 없겠다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한국은 상대 역습에 어떻게 대비를 해야 할까. 이민성 코치는 전방부터의 압박이 그 답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이 코치는 “김 감독님이 요구하는 스리백은 공격적인 스리백이다. 발이 빠른 김민재(전북 현대)와 황현수(FC 서울)가 수비에 들어가있지만, 그래도 공격수들이 앞에서 최대한 압박을 가해 상대 역습을 끊을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은용 기자 plaimsto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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