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北식당 집단탈북 '기획' 의혹에 진퇴양난

김지훈 2018. 7. 17. 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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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탈북' 입국 다음날 선제적 발표
'기획' 의혹 확산 속 "자유의사" 입장 유지
송환 요구 수용 가능성 여전히 낮아
【서울=뉴시스】김선웅 기자 = 북한에서 집단 탈북한 식당 종업원 13명이 지난 7일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했다. 사진은 국내 모처의 숙소로 향하는 모습이다. 통일부 대변인은 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북한 해외식당서 근무하던 남성 1명과 여성 13명이 귀순했다고 밝혔다. 2016.04.08. (사진=통일부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김지훈 기자 = 2016년 4월의 중국 북한식당 류경식당 종업원 집단탈북 사건이 '기획'됐다는 의혹이 확산되고 있다. 유엔 북한인권 특별보고관까지 이 문제를 예의주시하기 시작했다. 정부는 이들의 신변 처리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내지 못하며 고심만 거듭하고 있다.

◇ 입국 하루 만의 전격 발표

2016년 4월8일 오후 5시. 정부서울청사에서 긴급 브리핑이 열렸다. 연가를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던 통일부 대변인이 카메라 앞에 섰다. 그는 "이들(종업원)은 해외에서 함께 생활하며 한국 드라마와 영화, 인터넷을 통해 북한 당국의 선전이 거짓임을 알게 됐다고 말하고 있다"며 중국의 북한식당에서 남성 지배인 1명과 여성 종업원 12명이 한꺼번에 탈출해 같은달 7일 입국했다고 밝혔다.

당시 정부는 대북 독자제재를 통해 한국인의 해외 북한식당 이용 자제를 권고하고 있던 시점이었다. 이로 인해 해외의 북한식당이 운영이 어려워지면서 상납에 대한 부담이 커졌다는 점도 집단탈북에 영향을 줬을 거라는 게 정부의 공식적인 평가였다.

곧바로 의혹이 제기됐다. 통상적으로 탈북 사건은 북한에 남은 가족들의 신변에 대한 우려 등을 고려해 공개하지 않는다는 게 정부의 원칙이었다. 언론에 의해 알려진 사건에 대해서도 극도로 확인을 꺼려왔던 정부가 "성분이 좋은 사람들이 마음을 합쳐 탈북했다는 것은 의미가 있다"며 선제적으로 공개한 것이었다. 같은달 13일로 예정된 총선을 앞두고 '북풍(北風)'을 노렸다는 비난이 일었으나, 정부는 무반응으로 대응했다.

북한도 공식적으로 대응했다. 정부 발표 나흘 만에 적십자회 중앙위원회 대변인 담화를 통해 "괴뢰정보원(국정원)들이 조작한 전대미문의 집단적인 유인납치행위"라며 "집단납치범죄에 대해 사죄하고, 우리 인원을 전원 즉각 돌려보내라"고 촉구했다.

이에 정부는 통일부 대변인 논평을 통해 "이번 북한식당 종업원의 집단 귀순은 자유의사에 따른 것"이라며 "북한의 억지 주장은 논평할 가치조차 없다"고 일축했다. 더불어 "북한은 주민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 핵, 미사일 개발을 포기하고 민생을 돌아보라"고 훈계했다.

◇ 자취 감춘 종업원들

【서울=뉴시스】북한의 대남선전 매체인 우리민족끼리 TV는 지난 24일 홈페이지에 '집단탈북 사건의 비열한 음모를 까밝힌다' 라는 제목의 동영상을 게재했다. 이 영상에는 탈북한 중국 북한식당 종업원들과 함께 근무한 동료들의 인터뷰가 담겨있다. 이들은 "남한과 결탁한 지배인의 꾀임에 동료들이 속아 넘어갔다"라며 주장했다. 사진은 탈북한 종업원들과 같은 식당에서 일했다는 여성들이 인터뷰를 하는 모습. 2016.04.25. (사진=우리민족끼리 TV 캡쳐) photo@newsis.com

탈북자들은 입국과 동시에 국정원 북한이탈주민보호센터에서 조사를 받게 된다. 입국 경위 등을 조사하며 대공 용의점이 없다고 결론나게 되면 북한이탈주민정착지원사무소(하나원)으로 옮겨져 정착 교육을 받는다. 이 모든 과정은 통상 6개월 정도 소요된다.

그러나 집단탈북한 종업원들은 달랐다. 정부는 지배인과 12명의 종업원을 모두 국정원에서 보호하기로 결정했다. 이들이 외부 노출을 꺼리고 있어 보호가 필요하다는 이유가 컸다. 정부는 그해 8월 이들은 사회로 내보냈다. 그러나 몇 개의 조로 나눠 전국 각지에 흩어져 생활하도록 했으며, 특별 신변 보호도 계속했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은 '자유의사'로 입국했다는 정부의 발표에 의문을 던지며 기획탈북 의혹을 제기하기 시작했다. 이들이 사회로 나온 이후 소재가 파악되지 않고 있다는 점도 의혹의 근거로 삼았다.

북한은 강제납치피해자구출비상대책위원회라는 기구를 통해 '강제결혼' 의혹까지 제기하며 "송환이 이뤄지기 전에는 북남 사이 흩어진 가족, 친척상봉을 비롯한 그 어떤 인도주의협력사업도 있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선전매체에 종업원의 가족까지 동원하며 거듭 송환을 요구했다.

◇지배인·일부 종업원 입 열다

지난 5월 지배인으로 알려진 허강일씨가 입을 열었다. 허씨는 JTBC의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와의 인터뷰에서 집단탈북이 국정원에 의해 기획된 사건이라고 주장했다.

이 방송이 나가자 "자유의사에 따른 탈북"이라는 입장을 일관되게 표명했던 통일부는 "집단탈북 종업원들이 면담을 원치 않아 관련 사실관계 파악에 한계가 있었다"며 모호한 답을 내놓기 시작했다.

허씨와 함께 인터뷰에 응한 일부 종업원들은 한국으로 가는 건지 알지 못한 채 오게 됐으며, 가능하다면 북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입장까지 밝혔다. 그는 최근 또 다른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당시 국정원이 동남아에 식당을 차려주겠다는 제안을 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서울=뉴시스】전진환 기자 = 토마스 오헤아 킨타나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이 10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북한 인권보고서 작성을 위한 방한 결과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18.07.10. amin2@newsis.com

◇ 확산되는 송환 요구…진퇴양난

오헤아 킨타나 유엔 북한인권 특별보고관은 지난 10일 기자회견을 열어 진상 규명을 촉구하며 "남기를 원하든, 다른 결정을 하든 이들(종업원)의 의사 결정이 존중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 또한 일부 종업원과의 면담 내용을 근거로 "이들이 오게 된 경위에 여러 부족한 부분이 있었다는 걸 확인했다"며 기획탈북 의혹에 무게를 실었다.

킨타나 특별보고관은 한국 정부의 법적 절차를 존중한다고 전제하면서도 "이러한 사안은 인도주의적 기초 위에서 해결돼야 바람직하다"며 거듭 한국 정부의 전향적 검토를 촉구했다.

정부는 마땅한 대응 방안이 없는 현실에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백태현 통일부 대변인은 16일 정례브리핑에서 "정부는 기존 기본 입장에 변함이 없다"며 "추가로 더 드릴 말씀이 없다"고 말을 아꼈다. 관련 질문에는 "지배인의 주장에 일일이 답변하는 게 적절치 않은 거 같다"는 등의 답으로 일관했다.

문제는 북한이 남북 정상회담 후속 회담에서도 식당 종업원 집단탈북 문제를 제기할 만큼 사안의 무게가 적지 않을 뿐만 아니라 다른 이슈와 복잡하게 얽혀있다는 데 있다. 남북 관계가 경색될 경우 언제든지 수면위로 떠오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오는 8월 2년 10개월 만에 이산가족 상봉행사가 열리지만, 북한은 식당 종업원 송환을 이 문제와 연계시키고 있다. 북한에 억류된 한국인 석방 문제가 이들의 송환 문제와 연계될 가능성도 크다. 그렇다고 정부가 기존의 원칙을 어기고 이들을 돌려보낼 경우 대북 정책의 근간이 흔들릴 수도 있다. 또한 '인도주의적' 관점에서 희망자만 북으로 돌려보낼 경우 남은 종업원의 북한 가족들의 신변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정부는 한국 국적을 취득한 국민을 '북송'할 근거가 없으며, 한국 국적을 가졌기 때문에 송환 요구를 수용할 수 없다는 원칙을 견지하고 있다. 사안의 복잡성을 감안할 때 여전히 송환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관측이다.

jikime@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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