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강제개종은 범죄다
강제개종은 정신을 말살하는 역사적 범죄다. 한 인간이 지닌 신념은 자신의 의사에 반해 타의에 의해 절대 바뀌어서는 안 된다. 특히 불법적 물리력을 동원해 인간의 사상과 종교 등 정신적 신념을 바꾸려는 시도는 문명 체계가 갖춰진 현대사회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강제개종 피해자들의 모임인 강제개종피해인권연대 조사 결과 올 상반기에만 96명의 피해자가 확인됐다. 매년 100~150명의 피해자가 발생하는 데 비해 올해 피해자의 숫자가 급증한 셈이다.
구씨의 사망사건 이후 피해자들은 청와대와 문화체육관광부, 사법당국에 대책을 호소했다. 하지만 관련 기관에서는 여전히 기성교단의 강력한 영향력을 의식해 ‘종교의 자유’를 명시한 헌법규정을 들어 종교문제에 끼어들 수 없다는 어처구니없는 답변만 내놓고 있다.
정치적, 사회적 영향력을 가진 장로교 등 기성교단에만 종교의 자유가 있고 소수교단에 속한 피해자들에게는 종교의 자유가 없는 것인가? 더욱 큰 문제는 이러한 강제개종이 납치·감금·폭행 등을 동반하는 엄연한 불법행위란 점이다. 종교 교단 간 문제가 아니라 대한민국 국민이 타인에 의해 신체적 위해를 당하고 심지어 목숨까지 잃는 사태가 현실로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이렇듯 엄연한 위헌·위법적 강제개종에 대해 국내에서 대규모 시위가 일어났고 이는 해외로까지 번지고 있지만 국내 교계 내에서는 ‘이단’ 신자를 회유한다는 명목으로 묵인되고 있다. 관계당국 역시 국민의 목숨까지 빼앗는 강제개종을 종교문제로 치부하며 애써 외면하고 있다.
국내와 달리 해외에서는 구씨의 사망으로 알려진 강제개종의 반인권적 행태에 대한 규탄이 줄을 잇고 있다. 미국 내 3대 방송인 NBC, CBS(Columbia Broadcasting System), ABC를 비롯한 221개 미국 언론이 ‘대한민국, 평창 동계올림픽 기간 대규모 인권운동(South Korea: The Olympic Games Amid Large-Scale Human Rights Protests)’이란 제목으로 구지인씨 강제개종 사망사건과 이를 계기로 국내외에서 진행 중인 대규모 인권운동을 보도했다.
이와 관련해 이스라엘 엘리아스 차쿠르 가톨릭 명예 대주교는 “강제적이고 폭력적인 방법을 동원해 종교를 강제적으로 바꾸는 강제개종은 있어서는 안 될 사회 범죄”라고 규정했다. 그는 “소수 종교 종단에서 신앙생활을 하는 사람을 타깃으로 삼아 이단이라는 말로 종교에 대해 무지한 가족구성원에게 불안감을 주고, 종용하여 사람을 죽음에까지 이르게 한 이 사건은 종교인을 떠나 사람으로서 용서도, 용납할 수도 없는 일”이라고 규탄했다.
차쿠르 대주교가 “이런 행위는 수백 년 전 스위스 제네바에서 일어났던, 종교의 이름으로 개종을 강요하고 수많은 사람을 죽인 존 칼뱅의 범죄와 같은 모양”이라고 강조한 데 대해 대한민국 정부는 귀를 기울여야 한다. 강제개종은 종교문제가 아니라 인간의 정신을 말살하는 엄연한 역사적 범죄이다.
최지혜 강제개종피해인권연대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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