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nance] 유사암 진단비 많이 주는 암보험은-일반암 진단비 50% 육박..최대 2100만원

나건웅 입력 2018. 7. 16.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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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마포구에 사는 주부 이지현 씨(40)는 최근 갑상선암 판정을 받아 절제 수술을 받았다. 입원과 수술에 들어간 비용은 약 200만원. 적지 않은 금액이지만 4년 전 가입했던 진단비 2000만원짜리 암보험이 있었기 때문에 마음을 놓고 있었다. 웬걸. 막상 보험사에서 지급한 진단비는 10%인 200만원에 불과했다. 약관에서 갑상선암을 일반암과 다른 유사암(잠깐용어 참조)으로 분류해놓은 때문이다. 이 씨는 “미리 암보험에 가입해둔 건 다행이지만 생각보다 적은 진단비에 실망스러웠다. 갑상선암 가족력이 있었던 만큼 갑상선암 진단비를 더 챙겨주는 암보험에 가입했어야 했다는 후회가 든다. 약관을 꼼꼼히 챙기지 않았던 게 화근”이라고 말했다.

암이라고 다 같은 암이 아니다. 발병률과 생존율, 입원 기간과 치료비가 천차만별이다. 보험업계에서도 암마다 취급을 달리한다. 대부분 보험상품에서 유사암은 일반암 대비 암 진단비를 훨씬 적게 지급한다. 유사암 진단 확정 시 일반암 10~20% 수준의 진단비를 주는 게 보통이다.

보험료가 비슷하다면 유사암 진단금 지급이 많은 상품을 고르는 게 암보험 선택의 기준이 될 수 있다. 이런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보험업계에서도 저마다 유사암 혜택이 큰 특약과 상품을 마련하는 등 고객 확보에 나서고 있다. 일반암 진단비 70%까지 지급하는 보험도 등장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유사암으로 분류하는 암 종류가 적을수록, 진단금 지급 비율은 높을수록, 감액 기간은 짧을수록 유리하다.

▶유사암 범위부터 살펴야

▷갑상선암 공통…유방암 등은 제각각

우선 유사암 개념과 범위부터 명확히 해야 할 필요가 있다. 보험사마다 유사암을 분류하는 기준이 조금씩 다르기 때문이다.

현재 모든 보험사가 유사암으로 분류하는 암은 4가지다. ‘4대 유사암’이라고 불리는 갑상선암·제자리암·경계성 종양·기타 피부암이다. 업계에서는 흔히 ‘기·제·경·갑’으로 줄여 부른다.

갑상선암은 말 그대로 갑상선에 생긴 암이다. 모든 암 중 여성 암 발병률이 가장 높은 암이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15년 기준 갑상선암 여성 발병률은 10만명당 77.1명으로 유방암(75.1명), 대장암(42.7명) 등을 제치고 발병률 1위를 기록했다. 제자리암은 전이되지 않고 상피 내에 머물러 있는 암을 말한다. 보통 ‘0기암’이라고 부른다. 경계성 종양은 악성인지 양성인지 정확한 구분이 불가능한 종양을, 기타 피부암은 악성 흑색종 피부암을 제외한 모든 피부암을 일컫는다.

이들의 공통점은 수술 시 완치율과 생존율이 높고 다른 암에 비해 치료비가 적게 든다는 점이다. 유사암 진단비가 낮은 이유도 여기 있다고 보험업계는 설명한다. 손해보험업계 관계자는 “유사암은 완치에 필요한 치료비가 일반암보다 적기 때문에 실질적인 치료비에 맞게 가입금액을 정했다. 과거에는 일반암으로 취급했던 갑상선암 역시 완치율과 생존율이 크게 올라가면서 2007년부터 유사암으로 분류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다르게 생각해볼 수도 있다. 의학 기술 발전으로 암검진을 받는 횟수 자체가 빠르게 늘면서 보험사 부담이 급증했기 때문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유사암 분류는 각 사마다 손해율을 낮추기 위한 방편이라는 설명이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과거보다 암검진 기술이 정교해지고 횟수가 늘어나면서 암으로 판명받는 환자 수가 급격히 늘었다. 유사암까지 일반암으로 진단하면 손해율이 급격히 올라간다. 유사암 별도 분류는 다분히 현실적인 이유”라고 설명했다.

높은 손해율 때문일까. 4대 유사암을 넘어 범위를 더 넓게 보는 보험사도 많다. 유방암·자궁암·방광암·전립선암 등 남녀생식기암은 물론 비침습 방광암과 대장점막내암까지 유사암으로 보는 보험사가 늘어났다. 별도의 ‘소액암’ 분류를 따로 하는 보험도 많다. 일반암의 20~40% 수준으로 지급률을 낮게 책정하는 것이다. 이와 달리 아직 4대 유사암을 제외한 모든 암을 일반암으로 보는 회사도 있다.

유사암 범위가 넓을수록 피보험자 입장에서는 당연히 손해다. 보험 가입 전 약관에서 유사암 범위를 꼼꼼히 살펴봐야 하는 이유다. 예를 들어 일반암 가입금액 2000만원 보험을 들고 있는 사람이 유방암으로 판명됐을 경우 A사에서는 2000만원 전액을 지급받지만 B사에서는 200만원밖에 못 받을 수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GA업계 관계자는 “대형 생명보험사일수록 유사암 범위가 넓고 진단비도 적은 경우가 많다. 손해율이 높아지면서 유사암으로 분류하는 암을 하나둘 늘리는 것이다. 이미 자리를 잡고 안정적으로 고객을 확보할 수 있는 대형사 입장에서는 굳이 위험을 감수하고 유사암 혜택을 늘릴 필요를 못 느끼는 것 같다”고 밝혔다.

▶AIG, 최대 2100만원 보장

▷메리츠·DB·한화도 1000만원까지

4대 유사암을 제외한 모든 암을 일반암으로 보는 상품으로 범위를 좁힌다면, 4대 유사암 진단비를 얼마나 지급하는지에 따라 승부가 갈릴 수 있다.

메리츠화재, DB손해보험, 한화손해보험 등에서 판매하는 유사암 진단비 특약과 암보험은 지급률에 초점을 맞췄다. 일반암 가입금액의 50%, 최대 1000만원까지 유사암 진단비를 보장한다. 갑상선암 확진 시 받을 수 있는 금액이 타사 대비 800만원 이상 많은 셈이다. 다만 암 진단비 3000만원 암보험도 유사암 진단비는 50%인 1500만원이 아니라 1000만원까지만 특약 가입이 가능하다.

특약은 암보험은 물론 종합·건강보험에도 추가할 수 있다. 처음에는 프로모션 성격이 강했다. 메리츠화재와 DB손해보험은 해당 특약을 지난 1월에만 한정 판매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유사암에 대한 관심이 커지자 판매 기간이 거듭 연장되고 있다. 고객 유치 경쟁이 점점 치열해지면서 이제는 주요 특약으로 자리 잡는 모습이다. 메리츠화재 관계자는 “유사암 발병률이 높지만 손보업계에서는 손해율 상승을 무릅쓰고 유사암 진단비 혜택을 늘리고 있는 추세다. 기간 한정 판매를 넘어 대세 상품으로 굳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가입 연령이 낮다면 MG손해보험 ‘건강명의4대질병진단보험’을 눈여겨볼 만하다. 30세 미만에 한해 유사암 최대 2000만원까지 가입 가능하다. 무해지환급형인 덕분에 보험료도 저렴한 편이다.

단순 유사암 진단비 보장으로만 놓고 보면 AIG손해보험이 업계 최고다. ‘AIG소문난new암보험’은 4대 유사암 진단비를 보험 가입금액의 70%까지 보장해준다. 일반암 가입금액 한도가 3000만원이므로 최대 2100만원까지 지급받을 수 있는 셈이다. 물론 단점도 있다. 가입 후 1년 안에 유사암 진단을 확정받을 경우 일반암 진단금의 5%로 대폭 줄어든다. 대부분 진단비 특약의 1년 미만 감액 비율은 50%다.

한 손해보험 관계자는 “유사암 진단비를 기준으로 암보험을 절대 비교하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회사·상품·약관마다 연령별 손해율과 보험료가 다르고 기본계약 구성도 천차만별이기 때문이다. 다만 유사암 발병에 대한 우려가 높다면 보험 가입 전 유사암 인정 범위, 지급률, 감액 기간 등은 모두 따져보는 편이 좋다”고 설명했다.

단, 각 보험사 사정과 업계 분위기에 따라 특약 내용은 언제든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은 변수다. 오형덕 리치앤코 상품기획팀장은 “유사암 진단비 외에 암 병력이 있던 사람도 가입할 수 있는 상품이 나오는 등 업계 내 암보험 마케팅 경쟁이 치열하다. 약관 내용이 언제 변경될지 모르기 때문에 요즘처럼 회사마다 경쟁적으로 혜택이 뛰어난 상품을 많이 내놓을 때 보험에 가입하는 것도 실속을 챙길 수 있는 방법”이라고 분석했다.

잠깐용어*유사암 유사암은 생김새는 암을 닮았지만 암에는 있을 수 없는 병변의 성격을 지닌 암이다. 증식 전이가 느리거나 조기암인 경우가 많다. 갑상선암, 제자리암, 경계성 종양, 기타 피부암 등이 대표적이다. 보험사마다 유사암 개념과 범위가 다르다. 유사암과 소액암을 구분하는 보험사도 있다.

[나건웅 기자 wasabi@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967호 (2018.07.18~07.24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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