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하철 임산부 배려석엔 왜 '곰돌이'가 없을까

전준우 기자 2018. 7. 15.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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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년남성이 분홍색 임산부 배려석에 앉아 서류를 들여다보고 있다.

시행 3년째인 서울지하철 핑크색 임산부 배려석이 여전히 '무용지물'이라는 비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서울지하철 1~8호선을 운영하는 서울교통공사는 2013년12월부터 전동차 내 중앙좌석 7석 중 2석을 임산부 배려석으로 지정하고, 총 7140석을 운영하고 있다.

이용객들은 "인형을 치우고 앉기 민망해 자연스럽게 자리를 비워두게 된다"며 서울지하철에도 적용하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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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지하철·공항철도 시도에 "작은 배려" 호평
서울지하철 전면 시행 어려워.."위생·안전 문제"
공항철도 임산부 배려석에 설치된 캐릭터 인형.© News1

(서울=뉴스1) 전준우 기자 = #12일 퇴근길 서울지하철 2호선 안. 중년남성이 분홍색 임산부 배려석에 앉아 서류를 들여다보고 있다. 반대편 임산부 배려석에는 여대생이 앉아 스마트폰에 열중하고 있다. 임산부가 탑승해도 마음 편히 앉을 자리는 이미 다 찼다.

#임산부 김모씨는 인천에 볼 일이 있어 공항철도를 탔다가 작은 배려에 감동받았다. 임산부 배려석에 캐릭터 인형이 앉아 있어 다른 승객이 쉽게 앉지 못하고 비어 있었다. 김씨는 인형을 무릎에 앉히고 핑크 자리에 앉아 목적지까지 편히 이동할 수 있었다.

시행 3년째인 서울지하철 핑크색 임산부 배려석이 여전히 '무용지물'이라는 비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대전지하철과 서울공항철도가 임산부 배려석에 인형을 놓아 자리 비워두기를 유도하면서 이용객들의 호평을 받는 것과 대조적이다.

서울지하철 1~8호선을 운영하는 서울교통공사는 2013년12월부터 전동차 내 중앙좌석 7석 중 2석을 임산부 배려석으로 지정하고, 총 7140석을 운영하고 있다. 교통약자인 임산부 배려 문화를 확산하기 위해 2015년부터 좌석을 눈에 확 띄는 핑크색 디자인으로 바꿨다.

서울 지하철 7호선에서 한 시민이 임산부석에 앉아 있다. /뉴스1 © News1 임준현 인턴기자

하지만 현장에서는 기대했던 만큼 실효성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앉아있다가 임산부가 오면 양보해주면 되는 것 아니냐"며 일단 앉고 보는 승객이 대부분이다.

겉으로 티가 많이 나지 않는 임신 6개월 이전의 임산부들은 말도 꺼내지 못하고, 힘겹게 서서 갈 때가 많다. "임산부 배려석에 일반승객이 앉아있다" "임산부 배려석 안내방송을 해달라' 등 지하철 승객들의 민원도 끊이지 않는다. 관련 민원은 지난해 12월 1236건에서 올해 5월27일 기준 4674건으로 늘었다.

'임산부 배려석 비워두기' 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지방에서는 다양한 방법을 시도하고 있다. 대전도시철도는 지난해 11월 지하철 내 임산부 배려석에 '테디베어' 곰 인형을 설치하며 높은 호응을 얻었다.

이달 초에는 공항철도가 국제성모병원과 함께 임산부 배려석에 공항철도 캐릭터 '나르' 인형을 비치했다. 이용객들은 "인형을 치우고 앉기 민망해 자연스럽게 자리를 비워두게 된다"며 서울지하철에도 적용하기를 희망한다.

하지만 교통공사 측은 서울 1~8호선에 적용하기에는 무리라는 입장이다. 하루 평균 800만명이 이용하는 대중교통으로 열차 내 혼잡도가 높아 인형의 효과도 높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서울지하철 전동차는 총 3551량으로 대전(48량)에 비해 42.3배나 많다. 인형 위생관리나 훼손 문제, 곰인형이 방화 소재로 악용될 문제도 우려한다.

다만 임산부 배려석 비워두기 문화 확산을 위한 일시적인 캠페인으로 시행할 가능성은 열려있다. 서울교통공사 관계자는 "1~8호선에 전면 시행은 어렵지만 공항철도와 국제성모병원의 캠페인과 같이 인형 제작이나 협찬 등 내·외부 조건이 맞으면 일시적인 캠페인으로 시행해 보는 것은 검토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junoo5683@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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