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문10답 뉴스 깊이보기>유네스코 세계유산 오른 '산사, 한국의 산지승원'


7곳중 3곳은 한때 보류… 적극 교섭 펼쳐 ‘막판 뒤집기’
자연속 건축 - 스님·신도·관람객의 조화… 세계가 인정
영남지역, 규모 크고 경관 수려
충청·전라는 위압적이지 않고
낡은 고택 보는 듯 편안함 자랑
생소한 사찰인 안동 봉정사는
국내 가장 오래된 목조물 보유
산사 대부분 템플스테이 운영
증·개축 불허에 관람객 수 통제
불교계 일각에선 불만 목소리도
올해 여름 휴가에는 고즈넉함과 청량함이 가득한 ‘산사’에서 가족들과 함께 힐링의 시간을 가져보면 어떨까. 마침 지난달 30일 바레인 마나마에서 열렸던 제42차 세계유산위원회에서 ‘산사, 한국의 산지승원’(Sansa, Buddhist Mountain Monasteries in Korea)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선정돼 해당 산사를 방문할 경우 한층 의미 있는 휴가 일정을 보낼 수 있게 됐다. 이번에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선정된 산사는 통도사(경남 양산), 부석사(경북 영주), 봉정사(경북 안동), 법주사(충북 보은), 마곡사(충남 공주), 선암사(전남 순천), 대흥사(전남 해남) 등의 7개 사찰. 산사가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선정되기까지의 과정과 역사, 규모 등 각각이 지닌 특징에서부터 산사 답사 시 꼭 눈여겨봐야 할 문화재는 무엇인지, 또 주변에 함께 둘러볼 만한 답사지는 어떤 곳이 있는지 ‘10문10답’ 형태로 알아보았다.
1. 유네스코 등재 과정·의미
‘산사, 한국의 산지승원’은 지난 2013년 세계유산 잠정목록에 등재되었다. 2017년 1월 세계유산 등재신청서가 유네스코 세계유산센터에 제출된 이후, 1년 반 동안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COMOS)의 심사를 받았다. ICOMOS는 지난 5월 한국이 신청한 7곳 중 통도사와 부석사, 법주사와 대흥사 네 곳만 ‘등재 권고’하면서 나머지 세 군데는 ‘보류’할 것을 제안했다. 우리 정부는 ICOMOS 심사 결과가 알려진 뒤 7개 사찰을 한꺼번에 등재하기 위해 세계유산위원회를 대상으로 적극적인 교섭을 벌였으며, 중국을 비롯한 위원국이 모두 이에 동의하면서 막판 뒤집기에 성공했다. 유네스코 등재는 산사의 역사성, 자연환경과 건축물이 어우러진 공간배치, 스님들과 불교신도, 관람객이 함께하는 살아있는 유산으로서 독보적 가치 등이 세계인들에게 인정받았다는 점에서 의미를 지닌다.
2. 3곳은 한때 제외된 이유
봉정사의 경우 종합승원이란 타이틀을 붙이기에는 그 규모가 너무 작고, 선암사와 마곡사 모두 역사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문화재청(청장 김종진)과 주유네스코대한민국대표부(대사 이병현), 외교부(장관 강경화) 등이 합동으로 설득에 나섰다. 우선 봉정사의 경우 사찰 내에 ‘참선 수행을 위한 선원(禪院), 불교 교리를 연구하는 강원(講院), 계율 전문도량인 율원(律院)’의 세 시설을 모두 갖춘 규모의 사찰이라는 점을 적극 알렸고, 선암사와 마곡사 역시 창건연대 등을 볼 때 역사성이 부족하지 않다는 점을 강조해 받아들여졌다. 세계유산위원회는 지난해에 일본의 신사를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할 때에도 ICOMOS의 견해를 번복해 일본이 신청한 신사를 모두 세계유산에 등재한 전력이 있다.
3. 영남지역 사찰 특징
영남지역 사찰은 그 규모가 크고, 높은 산지로 경관도 수려한 편이다. 646년 신라 자장율사가 창건한 통도사는 한국 3대 사찰에 든다. 통도사 입구의 성보박물관은 국내 최초의 불교 전문 박물관으로 특히 600점에 달하는 불교 회화가 전시돼 있다. 전 세계를 통틀어 불화 부문에서 손에 꼽을 만한 규모다. 신라 문무왕 16년 의상대사가 창건한 부석사는 말할 것도 없이 우리나라 최고의 목조건축물이자 배흘림기둥으로 유명한 국보 18호 무량수전이 있는 곳이다. 소백산맥과 태백산맥의 양백지간에 자리한 풍광이 화려한 사찰로 국보가 5점, 보물 6점이 소장돼 있다. ‘봉황이 머무른다는 곳’의 의미인 봉정사는 부석사 무량수전보다 반세기 앞서 세워진 극락전이 유명하다. 부석사와 같이 배흘림 양식이 적용된 대표적인 건축물이다.
4. 충청·전라 지역 사찰
충청·전라의 사찰은 위압적이지 않고 낡은 고택을 보는 듯 편안하다. 특히 천년고찰 선암사는 조계종-태고종 간의 오랜 ‘소유권 갈등’ 탓에 증·개축을 못해 옛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그 덕분에 ‘아제아제 바라아제’ ‘만다라’ 등 불교영화의 촬영지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해우소’의 큰 규모 때문에 유명하기도 하다. 대흥사는 임진왜란 때 승군(僧軍)의 총본영으로, 서산대사는 이 사찰이 삼재가 감히 들지 못해 피해를 보지 않는다고 예언했다는데, 6·25전쟁 중에도 무사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1978년에 약 8개월간 머물면서 사시공부에 정진했다는 사연도 있다. 마곡사는 중창을 거듭하며 옛 흔적이 지워진 것이 아쉽다. 백범 김구 선생이 숨어들었던 곳으로 잘 알려져 있다. 법주사는 커다란 금동미륵불상이 유명하지만 역사성은 없다. 각종 국보들을 많이 보유하고 있다.
5. 생소한 사찰 안동 봉정사
이번에 세계유산에 등재된 사찰 대부분은 명성이 익히 알려진 곳. 그러나 안동의 봉정사는 낯설다. 봉정사는 통일신라시대 창건한 절집. 의상대사가 부석사에서 종이로 봉황을 접어 날려 보냈는데, 그 종이 봉황이 앉은 자리에다 봉정사를 세웠다고 전한다. 봉정사는 다른 절집에 비해 규모도 작고 소박하지만, 경내에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목조건축물인 극락전이 서 있다는 것만으로도 존재감이 당당하다. 극락전은 투박하고 간결한 건축미 위에 시간이 깊이를 덧칠해 한눈에도 예사롭지 않다. 극락전 앞의 소박한 삼층석탑도 극락전과 썩 잘 어우러진다. 봉정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곳이 산내 암자인 영산암이다. 봉정사 옆으로 길고 단정한 돌계단을 딛고 오르면 빼어난 미감의 누각 형태 건축물을 만나게 되는데, 그 아래로 들어가면 영산암의 마당이다. 마당에 만지송과 향나무를 심어두고 꾸며낸 정원이 특히 인상적이다.
6. 산사에서 꼭 둘러볼 곳
전남 순천의 선암사 뒤쪽에는 편백나무가 하늘을 찌를 듯 높이 솟은 숲이 있다. 절집은 조용하지만, 그보다 더 깊은 침묵을 원한다면 둘러볼 만한 곳이다. 봄이면 절집 주변 차밭의 초록이 싱그럽고, 가을이면 은목서 나무의 짙은 향기를 맡을 수 있다. 공주 마곡사에서는 한때 그곳에 은거했던 백범 김구 선생의 자취와 만날 수 있다. 백범은 일본군 장교를 죽였다는 혐의로 사형선고를 받고 옥살이를 하다 탈옥해 원종이라는 법명으로 출가, 여기 마곡사에서 수도했다. 마곡사의 중심법당인 대광보전 왼쪽의 작은 집이 당시 백범이 생활하던 ‘백범당’이다. 경남 양산의 통도사는 대개 절집만 둘러보지만, 산내 암자의 정취가 빼어나다. 통도사 부속암자는 15개이고, 울타리 밖에도 4개의 암자가 있다.
7. 답사 연계하면 좋은 곳
순천의 선암사로 간다면 조계산 너머의 절집 송광사까지 함께 둘러보면 더 좋겠다. 조계산을 넘어 두 절집을 잇는 ‘굴목이 재’는 도보여행자들에게 인기 있는 트레킹 코스다. 두 절집을 이어 걷는 산길의 거리는 8.7㎞ 남짓. 두 절의 중간쯤에 있는 보리밥집에서의 식사까지 포함하면 대략 4시간쯤 걸린다. 선암사와 송광사가 ‘세트’라면 해남의 대흥사는 미황사와 짝이다. 대흥사가 깊은 연륜으로 발길을 이끈다면, 달마산의 기암을 이고 있는 미황사는 대웅전의 수수한 멋이 일품이다. 두 절집을 비교해 살피면 여행이 한결 풍성해진다. 부석사는 영주 땅이지만 영주시청보다 봉화군청에서 가깝다. 부석사를 목적지로 삼으면서 영주와 봉화 두 곳을 다 다녀올 수 있다. 영주 소수서원과 선비촌은 물론이고 봉화 닭실마을의 청암정, 석천계곡 등과도 연계해 여행코스를 짤 수 있다는 얘기다.
8. 템플스테이 가능한가
산사는 대부분 템플스테이를 운영하고 있다. 통도사의 ‘나를 찾는 행복여행’은 시원한 솔 향기를 맡으며 걷는 ‘솔길 걷기’와 염색체험 등을 할 수 있다. ‘차문화의 성지’이기도 한 대흥사의 ‘가족 숲속마을 디디고 템플스테이’는 마음속 심리상태를 바라보고 치료하는 ‘만다라 심리 치료’, 나의 감정을 찾고 변화를 주어 새로운 나를 발견하는 ‘나의 감정찾기’ 등의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법주사는 수행자의 일상을 경험하는 프로그램, 선암사는 108배와 예불, 발우공양 등 사찰 체험과 불경의 목판인쇄인 ‘인경 체험’, 연등의 연꽃을 만드는 체험도 가능하다. 템플스테이 홈페이지(www.templestay.com) 참조.
9. 또 등재 추진중인 문화재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산사인 불국사는 석굴암과 함께 1995년 세계유산으로 지정됐고, 합천 해인사 또한 장경판전이 같은 해 세계유산이 됐다. 이와 함께 종묘(1995년), 창덕궁, 수원 화성(이상 1997년), 경주역사유적지구, 고창·화순·강화 고인돌 유적(이상 2000년), 제주 화산섬과 용암동굴(2007년), 조선왕릉(2009년), 한국의 역사마을: 하회와 양동(2010년), 남한산성(2014년), 백제역사유적지구(2015년) 포함 모두 13건의 세계유산이 있다. 내년에는 영주 소수서원을 포함한 9개 서원의 유네스코 등재 여부가 결정된다.
10. 세계유산 등재의 명암
세계유산이 되면 국제적으로 인지도가 높아져 해외 관광객의 주목 대상이 된다. 그러나 국보에 지급되는 정부 보조금이 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제약은 늘어난다. 팔리문헌연구소장인 마성 스님은 일체의 증축이나 개축 등 산사의 환경을 변경할 수 없고, 관람객 숫자를 통제하게 된다고 말한다. 이에 대해 문화재 관계자들은 세계유산은 ‘관광’이 아니라 ‘보호’가 목적이어서 감수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한편 이번에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7산사는 한국불교의 정신을 대표하지 못하며, 일관성 없이 지역적 안배를 통해 선정됐다는 불교계 목소리도 적지 않다.
이경택·엄주엽·박경일 기자 ktlee@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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