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DMZ내 궁예도성 남북 공동발굴 실현될까

강구열 2018. 7. 13.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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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청, 남북관계 훈풍타고 준비작업

분단 70년, 너무 많은 것이 달라진 남북한이지만 그보다 훨씬 긴 시간을 공유해오고 있어서 같은 민족임을 느낄 수 있다. 5000년의 역사는 남북한을 하나로 묶는 가장 강력한 근거다. 아직 구체적인 성과가 나오고 있진 않지만 남북 관계가 개선되면서 학술·문화재 교류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는 것은 당연지사. 전문가들은 학술·문화재 교류가 “동질성 회복의 기초이며 남북 교류 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잡음이 가장 적은 분야”라고 입을 모은다.

이에 따라 한반도를 두 동강 내며 분단 현실을 가장 선명하게 보여주는 비무장지대(DMZ)의 평화적 활용 방편으로 DMZ 내 유적, 유물 조사·발굴을 바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남한에는 없고, 북한에 산재하는 문헌, 유적, 유물의 직접 조사와 관련 자료의 공유 등이 조만간 실현되지 않겠냐는 기대도 높다. 

일제강점기의 조사에서 궁예도성 터에는 당시에 만든 석등 등의 유물과 함께 궁예묘로 전해지는 터가 확인되었다. 비무장지대(DMZ)에 있는 궁예도성 터에 대한 발굴 조사는 ‘DMZ 평화지대화’의 좋은 소재가 될 것이란 기대가 높다.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지뢰에 갇힌 궁예도성 조사 가능할까

12일 문화재청에 따르면 DMZ에는 총 35건의 문화재가 산재해 있다. 이 중 파주 경의선 구 장단역 터 등 3건은 등록문화재로, 한강 하류 재두루미 도래지 등 4건은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관리되고 있다. DMZ 내 문화재 중 가장 큰 관심을 받는 것은 철원 궁예도성이다. 후삼국 시대를 주도했던 궁예가 건국한 태봉국의 도성으로 905년 조성했다. 내성과 외성을 이중으로 두른 네모난 모양의 토성으로 현재 확인되는 유적 면적은 외성을 기준으로 97만7000㎡다.

출입이 극히 제한된 곳이라 직접적인 조사가 힘든 상황인데, 일제강점기에 작성된 자료에는 성곽의 흔적과 함께 석등, 석등대좌, 석탑 등이 남아 있는 것으로 되어 있다. 또 궁예묘로 전해지는 곳도 존재하며, 신증동국여지승람에는 철원의 향교터가 왕건이 이곳에 머물 당시의 사저였다는 기록도 전한다.

발굴조사의 요구는 크지만 현실화되기에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궁예도성은 남북방한계선에 걸쳐 있어 남북한 당국의 합의는 물론 DMZ를 관리하는 유엔사령부의 동의가 있어야 조사가 가능하다. 안전하고, 지속적인 조사를 위해서는 DMZ 내의 지뢰 제거도 필수다. 남아 있는 유적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폭파로 지뢰를 제거하는 기존의 방식을 지양해야 한다는 점 또한 만만찮은 과제다.

지금은 희망사항에 머물고 있는 게 현실이지만 문화재청은 일단 조사의 당위성이 큰 만큼 준비 작업은 일단 시작한다는 방침이다. 올해 북한 문화재조사 전담기구 설립을 위한 조직 및 예산을 협의하고, 이달 중으로는 관련 연구소의 TF팀을 구성한다는 계획이다. 계획대로만 된다면 내년에는 드론이나 위성 등을 이용한 지형 측량과 문화재 확인 조사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남북역사학자협의회 신준영 사무국장은 “궁예도성은 DMZ의 평화지대화라는 측면에서 굉장히 좋은 소재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생태계 보존도 워낙 잘 되어 있는 곳이라 문화재 조사가 잘 이루어진다면 복합문화유산(문화유산과 자연유산의 특징을 동시에 충족하는 유산)으로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되는 것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밝혔다. 

북한 지역에 산재한 고구려 고분은 조사가 안 된 것들이 많아 남북한 학술교류의 우선 대상으로 꼽힌다. 사진은 북한이 국보유적 12호로 지정해 관리하고 있는 ‘대성산 고구려 무덤떼’.
문화재청 제공
◆남한엔 없고, 북한엔 있는 유적·유물

학술·문화재 교류가 성사될 경우 남한 연구자들이 제한적으로 접근했거나, 아예 볼 수 없었던 각종 문헌, 유적, 유물을 활용해 우리 역사 연구의 폭을 크게 넓힐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특히 현재 북한 지역에 존재했고, 북한 지역이 중심이었던 고조선, 고구려, 발해, 고려 관련 자료에 대한 남한 학계의 욕구는 상당하다.

대표적인 것이 고구려 고분이다. 고구려 고분은 세계유산으로 등재되어 있어 상대적으로 잘 알려져 있고, 자료 공유도 되고 있지만 접근을 못하고 있는 부분이 훨씬 많다. 고구려 고분은 4000∼5000기 정도가 남아 있는 것으로 전해지는데 이 중에 발굴된 것은 100여기 정도에 불과하다. 남한에는 없는 발해 유적도 함경도에 있다. 또 개성을 수도로 했던 고려 관련 유적, 유물에 대한 관심이 크다. 한신대 안병우 교수는 “2015년에 만난 북한 학자가 평양에서 대화궁(묘청의 서경천도 주장과 함께 평양에 세워졌던 궁궐) 터를 발굴했다고 해 깜짝 놀란 적이 있다”며 “남한 학자들은 문헌으로만 알고 있던 것이라 발굴 보고서를 부탁했었는데 아직까지 못 받고 있어 아쉽다”고 말했다. 한성대 정호섭 교수는 “남북한의 역사 인식에서 차이가 적은 분야부터 우선순위를 두고 협의해 나가는 것이 좋을 것”이라며 “고조선이나 고구려 역사는 세부적인 차이가 있긴 하지만 큰 틀에서는 이견이 크지 않다. 기존의 학술 교류도 이런 부분을 중심으로 했었다”고 말했다.

강구열 기자 river910@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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