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값 명품 시계·가방 잡아라" 3000명 몰렸다
11일 오전 10시 경기도 일산 킨텍스. 경기도청의 압류품 공매(公賣) 시작을 앞두고 행사장 앞에 200여 명이 길게 줄을 서 있었다. 1000만원 이상 세금을 체납한 악성 체납자 161명으로부터 압류한 소유품을 싼값에 판매하는 자리다. 공매장에 들어온 시민들은 곳곳에 전시된 시계와 가방 등 명품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명품 가방 앞에 선 한 20대 여성은 "전부 반값밖에 안 된다"며 눈이 휘둥그레졌다. 이날 하루 3000여 명이 행사장을 찾았다.

경기도청은 악성 체납자로부터 밀린 세금을 받기 위해 2015년부터 압류한 명품 가방 등을 강제 매각하고 있다. 이날 경매에 부쳐진 명품은 가방 110점, 시계 33점, 귀금속 297점 등 총 505점. 경기도청이 당초 압류한 명품은 총 625점이지만, 이 중 120점이 가짜로 판명 나 이 자리에는 나오지 않았다.
◇다이아 박힌 롤렉스 시계, 88올림픽 기념 순금 잔도
이날 최고 감정가 물품은 1050만원짜리 금색 롤렉스 시계였다. 시계 테두리에 다이아몬드가 수십 개 박힌 것으로, 새 상품은 2000만원이 넘는다. 높이 20㎝짜리 88올림픽 개최 기념 순금 잔(盞)은 1988년 구입 당시 정가보다 140만원 싼 540만원에 경매에 나왔다. 한 60대 여성은 "금 한 냥에 130만원밖에 안 한다. 빨리 와!"라며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다. 이날 금 한 냥 시세는 190만원이었다. 로열 살루트 38년산은 55만원에 팔렸다. 양주는 21년산 이상부터 압류 대상이 된다.
공매 상품 가격은 신상품의 50~60% 수준이었다. 505점 감정가를 모두 합한 금액은 2억500만원. 대부분 보증서도 함께 들어 있었다. 보증서 없는 상품이 가짜로 확인될 경우, 감정 평가 업체가 감정가의 200%를 보상한다.
공매로 나온 상품을 만져보는 것은 금지돼 있다. 참가자 대부분은 스마트폰을 손에 들고 해당 상품의 가격을 인터넷으로 검색하기 바빴다.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으면 자동으로 가격이 검색되는 앱을 사용하는 20~30대도 많았다.
◇18%는 체납자 가족 품으로
오전 11시, "입찰서를 작성하라"는 안내 멘트가 흘러나오자 '반값 명품'을 차지하려는 참가자들의 '눈치 싸움'이 시작됐다. 감정가 230만원짜리(정상 판매가 360만원) 루이비통 몽테뉴 가방 앞에선 한 모녀(母女)는 "입찰가 250만원 쓰자"고 귓속말을 했다.
입찰 참가 개수 제한은 없었다. 낮 12시까지 입찰서를 제출한 참가자 중 최고 금액을 써낸 사람을 낙찰자로 선정하는 방식이었다. 낙찰자들은 현장에서 신분을 확인한 후 계좌 이체를 하거나 현금을 내고 물건을 가져갔다. 오후 2시, 낙찰자 발표가 시작됐다. 참가자 장모씨가 연속해서 15개를 낙찰받자 참가자 사이에서 탄성이 터졌다. 입찰가가 똑같은 경우 제비뽑기로 낙찰자를 결정했다.
최고 감정가 공매품이었던 롤렉스 시계는 한 50대 남성이 1360만원에 낙찰받았지만 주인은 찾지 못했다. 낙찰자가 "자세히 보니 시계가 국내에서 재가공된 것"이라며 대금을 지급하지 않고 떠났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최고 낙찰가는 698만원에 팔린 88올림픽 개최 기념 순금 잔이 차지했다.
공매로 나온 명품 505점 중 464점(92%)이 판매됐다. 지난 2015년 70%였던 판매율은 매년 늘고 있다. 경기도청 관계자는 "경기 불황으로 공매장을 찾아 명품을 구매하는 사람이 늘어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중 82점(약 18%)은 체납자의 배우자 등 가족에게 다시 돌아갔다. 체납자 본인은 공매에 참여할 수 없지만, 지방세징수법에 따라 체납자 가족들에게 공매 물건의 우선 구매권이 있기 때문이다. 경기도청은 이날 공매를 통해 161명이 체납한 세금 15억원 중 2억4900만원을 회수했다. 오태석 경기도청 세원관리과장은 "세금 안 낸 사람은 끝까지 추적해 받아낸다"며 "해외 출국 금지 등 다양한 방법으로 미납 세금 징수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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