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업종별 차등적용 무산..찬성 9표 vs 반대 14표
사용자위원 "단일 최저임금제 고수는 소상공인 현실 무시한 것"..11일 회의부터 불참 선언
[세종= 이데일리 박철근 기자] 내년도 최저임금의 업종별 차등적용이 무산됐다. 이에 따라 향후 인상률을 두고 노사간 격론이 심화할 전망이다.
최저임금위원회(최임위)는 10일 정부세종청사에서 12차 전원회의를 열고 사용자위원측이 요구한 최저임금의 업종별 차등적용 문제에 관한 논의를 이어갔다.
사용자위원측은 기존 주장대로 최저임금 지급주체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소상공인의 지급여력 한계를 언급하며 업종별 차등적용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반면 근로자위원측은 저임금노동자가 아직 많은 상황에서 업종별 차등적용을 시행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맞섰다.
양측의 이견이 좁혀지지 않자 결국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업종별 차등적용 여부에 대해 투표를 실시했다. 투표 결과 찬성 9표, 반대 14표로 결국 업종별 차등적용 문제는 차기 최임위 과제로 넘어가게 됐다. 이날 전원회의에 근로자위원 5명, 사용자위원 9명, 공익위원 9명 등 23명이 참석한 것을 미뤄보면 공익위원 9명 모두 업종별 차등적용 여부는 반대한 것으로 보인다.
사용자위원측은 이번 결정에 반발해 11일 열리는 13차 전원회의부터 불참키로 결정해 최임위 파행이 반복할 것으로 보인다.
◇영세소상공인 부담 가중→최저임금 근로자 고용축소
최저임금 업종별 차등적용 문제는 지난해 ‘2018년도 최저임금 결정’ 논의때도 의제로 상정됐다. 이는 최저임금의 지속적인 인상으로 임금에 부담을 느끼는 업종에 대해 인상률을 차등적용해 부담을 줄이자는 취지다.
최저임금법 4조에도 ‘최저임금은 사업의 종류별로 구분해 정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이해당사자의 신청이 있는 경우에는 최임위 심의를 통해 시행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사용자위원인 이재원 중소기업중앙회 인력지원본부장은 “저임금 노동자의 소득수준을 높이는 것도 중요하다”면서도 “결국 임금을 지급하는 것은 사업주다. 현재 최저임금을 적용하는 업종 대부분이 소상공업계인데 이들의 지급 여력이 한계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발족한 최저임금 제도개선 TF에서도 업종별 차등적용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데에는 공감했다. 다만 결론을 내리지는 못하고 다수의견과 소수의견을 정부에 제시했다.
당시 TF는 “현 시점에서 업종별 구분적용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다수의견을 제시했다. 그 이유로 “최저임금 취지상 업종별 구분적용의 타당성을 찾기 어렵다”며 “시행 첫해 외에는 단일 최저임금적용을 유지한 것이 이를 반영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업종별 차등적용을 할 경우 저임금 업종의 낙인효과가 발생한다”며 “업종별 구분을 위한 합리적인 기준이나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통계도 부재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최저임금법에 근거규정이 있고 업종별 격차가 벌어지는 상황에서 업종별 차등적용을 시행할 필요가 있다는 소수의견도 나왔다.
TF 소수의견은 “가파른 최저임금 인상은 영세 소상공인 부담을 가중시킨다”며 “이는 결국 최저임금 근로자의 고용축소를 초래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사용자위원 ‘최저임금 동결’ 고수…인상률 두고 진통 전망
최저임금의 업종별 차등적용이 결국 무산되면서 앞으로 남은 세 차례 전원회의에서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률을 두고 노사간 힘겨루기가 더욱 치열할 전망이다.
사용자위원은 지난 5일 열린 11차 전원회의에서 내년도 최저임금 최초 제시안으로 동결(시간당 7530원)을 주장했다. 근로자위원이 주장한 내년도 최저임금안(시간당 1만790원)의 69.8% 수준이다. 사용자위원측은 업종별 차등적용을 시행할 경우 인상률을 수정제시할 수 있다는 입장이었지만 이날 회의에서 무산되면서 동결 입장을 고수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동응 사용자위원은 12차 전원회의 모두발언을 통해 “과거에 최저임금 동결을 주장하면 엄청난 질타를 받았지만 올해는 동결에 대한 질타가 없다”고 말했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에 따른 고용지표 악화 등에 대해 부담이 크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업종별 차등적용의 무산으로 소상공인업계가 요구한 사업장 규모별 차등적용 주장도 힘을 잃게 됐다.
소상공인연합회(연합회)는 이날 전원회의가 열리기 전 정부세종청사 고용노동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많은 소상공인들이 임금지불능력의 한계에 이르렀다고 주장했다.
권순종 한국부동산사업협동조합 이사장은 “사업장 규모에 따른 차등적용이 없다면 지불능력을 잃은 많은 소상공인들이 최저임금을 지급하지 못해 범법자가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대준 연합회 노동환경인력위원회 위원장은 “관계당국과 최임위가 소상공인들의 정당한 요구에 응하지 않으면 더이상 의미 없는 최임위 회의에 소상공인 대표들은 불참할 것”이라며 “전국 소상공인들과 함께 최저임금 모라토리엄(최저임금 미지급) 선언 등 강력한 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소상공업계는 이날 열리는 전원회의에서 소상공인을 위한 논의가 합리적으로 이뤄지지 않으면 11일 열리는 13차 전원회의부터 불참할 수도 있다는 입장이다.

업종별 차등적용 문제에서는 우선 노동계가 승기를 잡았다. 하지만 인상률에 대한 표결을 실시할 경우 노동계가 숫적으로 불리한 상황이다.
현재 최임위에는 공익위원 9명, 사용자위원 9명, 근로자위원 5명 등 23명이 참여하고 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이 추천한 근로자위원 4명이 불참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공익위원이 노동계 의견에 절대적으로 지지를 보내지 않으면 표 대결시 사용자위원이 유리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은 이에 따라 11일 서울 영등포구 한국노총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노총의 최임위 복귀를 제안할 예정이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국회가 일방적으로 최저임금 산입범위를 확대한 것에 대해 민주노총이 분노한 것은 당연하다”면서도 “민주노총이 계속해서 최임위에 불참해 노동계의 반쪽이 빠진 채 최저임금 표결을 진행하면 피해는 고스란히 저임금 노동자들이 당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온전한 최저임금 1만원 실현과 최저임금 인상을 기다리는 저임금노동자들의 희망을 지키기 위해 민주노총의 최임위 복귀를 제안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철근 (konpol@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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