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밤 잠 못 드는 그대에게, 열대야 불면증 극복하는 법
여름은 늘 반갑지 않은 불청객과 함께 찾아온다. 늦은 새벽까지 높은 온도와 습도가 유지되어 깊이 잠들지 못하거나 자주 깨는 열대야 불면증이 그것이다. 열대야는 낮에는 30℃가 넘고 밤 기온이 25℃ 이상의 기온으로 유지되는 현상이다.
열대야에 불면증이 심해지는 이유는?
열대야에서는 수면 중 자주 깨거나 잠 들었어도 뇌가 깨어 있는 듯한 얕은 수명 상태가 지속된다. 왜 기온이 올라가면 잠이 안 오게 될까? 우리 몸이 잠이 들기 위해서는 체온이 0.3도 정도 떨어져야 한다. 침실 온도가 높으면 체온을 떨어뜨리기 어렵다. 체온을 낮추기 위해서 피부 바로 아래 혈관을 확장시켜서 피가 밖으로 돌게 하고, 또 혈액순환 속도를 높이기 위해서 심장이 빨리 뛰게 된다. 그 결과 교감신경이 흥분하게 되고 깊은 잠을 자기 힘들어진다. 열대야가 지속될 때는, 실온을 수면을 취하기에 가장 좋은 온도인 섭씨 18~20℃ 범위로 조절해주어야 하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불면증은 잠이 잘 오지 않는 것으로 생각하지만 잠을 자기까지 오래 걸리거나, 자다가 5번 이상 깨는 경우, 전체 수면시간이 6시간 이내로 짧은 경우 등도 모두 포함된다. 이런 증상들이 지속될 경우 피로로 인해 삶의 질이 떨어질 뿐만 아니라 자고 일어나도 개운하지 않고 수면을 취해도 회복되지 않는 만성피로 증후군, 집중력 저하, 불안 장애, 우울증 등 심각할 수면 질환으로 발전할 확률이 높다. 특히 코골이가 심할 경우 수면무호흡증과 같은 수면장애로 수면 질이 떨어져 무더운 낮을 견디기도 힘이 들고 집중력저하와 급격한 피로감이 동반되어 잠 때문에 건강을 해치기 쉽다.
불면증의 증상과 위험성
평균적으로 건강한 성인은 7~8시간, 소아청소년은 9~10시간 정도의 잠이 필요하다. 밤에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해서 혹은 잠을 자고 나서도 개운함을 느끼지 못하고 그 결과 낮 동안 활동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증상이 4주 이상 지속된다면 불면증이라고 진단하고, 3개월 이상 지속되면 만성 불면증으로 진단한다.
불면증은 잠의 질을 떨어뜨리고 낮에 졸음을 유발해 삶의 질을 떨어뜨리고, 업무 집중 방해, 교통사고 등을 일으키는 원인이 되므로 정상적인 수면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여름철 불면증을 피하고 숙면을 취하기 위해 피해야 할 것과 편한 숙면을 위한 행동요령에 대해 알아본다
숙면을 위해 피해야 할 3가지
카페인 함유 음료
카페인이나 니코틴 등 각성작용을 하는 음식과 물질은 피해야 한다. 신경을 긴장시키는 카페인을 섭취하면 불안감, 메스꺼움, 수면장애 등 다양한 부작용을 일으킨다. 쉽게 잠이 오지 않는 것은 물론 얕은 잠을 자게 된다. 커피 외에도 녹차, 홍차, 일부 피로 회복제, 초콜릿, 코코아 등에 카페인 혹은 유사 물질이 들어 있으므로 주의하도록 한다.
술
잠이 잘 오지 않을 때 술을 마시면 금방 잠이 든다는 이들이 있다. 하지만 알코올은 뇌를 자극하고 근육의 긴장을 떨어트려 수면 질을 악화시킨다. 잠은 금방 들더라도 얕은 잠을 자게 하며 혈중알코올농도가 떨어지면서 잠을 깨도록 만들기 때문에 자주 깨게 된다.
과격한 운동
근력운동이나 유산소운동을 하면 교감신경이 흥분하기 때문에 쉽게 잠을 이루기 어렵다. 또, 운동 중에는 혈압과 맥박이 상승하고 각성호르몬인 코르티솔이 증가하므로 과격하게 운동을 하는 것은 금물이다. 이는 운동 자체가 자극이 되기 때문인데, 수면장애가 있거나 잠을 잘 자지 못하는 사람이라면 오전에 운동하는 것이 좋고, 저녁에 운동한다면 적어도 잠들기 4시간 전에 하는 것이 좋다.
여름밤 숙면을 위해 지켜야 할 것은?
덥고 갈증이 난다고 해서 수박이나 음료 등을 많이 먹지 않도록 한다. 특히 잠들기 전에 수분을 과도하게 섭취하면 이뇨 작용이 촉진돼 깊은 잠을 이룰 수 없다.
더위를 식히려 잠자리에 들기 전 찬물로 샤워하는 건 도움이 되지 않는다. 체온이 올랐다가 떨어질 때 잠이 잘 오기 때문에 미지근한 물로 샤워하는 것이 좋다. 찬물로 샤워를 하면 일시적으로 시원함을 느낄 수는 있지만 피부 혈관 수축으로 체표면적이 줄어들어 체온을 낮추는 효율이 더 떨어지기 때문이다.
침실 기온은 22℃ 정도를 유지한다. 습도 관리 또한 중요한데, 50% 내외로 유지하는 것이 좋다. 또한 밤늦게까지 조명을 켜두는 것은 숙면을 방해한다. 저녁 9시 이후에는 실내조명을 최대한 어둡게 하도록 한다. TV나 컴퓨터 등에서 나오는 빛은 특히 좋지 않다.
잠들기 2시간 전쯤 족욕이나 반신욕을 하면 큰 도움이 된다. 몸의 긴장이 풀리기 때문. 따뜻한 우유를 한 잔 마시는 것도 좋다. 자기 전 잠깐 명상의 시간을 갖는다거나 머릿속의 잡생각을 일기로 정리하면서 마음을 진정시키고 긴장을 풀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만성 불면증 치료하는 ‘인지행동치료’란?
위와 같은 방법으로는 해결되지 않고 불면증이 심하고, 겪은 기간이 오래됐다면 이런 노력만으로 개선하기는 어려우므로 전문 병원을 찾아 수면 전문의의 진단을 받아보는 것이 좋다.
불면증으로 고통을 겪다 보면 수면제를 찾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수면제 효과는 일시적일 뿐, 불면 증상을 근본적으로 해결해주지는 못한다. 당장은 수면에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자주 복용하다 보면 내성이 생겨 더 많은 양을 복용해야 하고, 결국은 약에 의존하게 돼 수면제를 끊을 경우 불면 증상이 더욱 심해지게 되는 것이다. 약이 불면증을 개선하는 근본적인 치료법은 아니므로 증상이 오래 지속되거나 심하다면 수면 클리닉을 찾아 전문적인 진단과 치료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
만성 불면증에 대한 가장 효과적인 치료는, 잠에 대한 생각을 바꾸고 잠에 도움이 되는 행동을 늘리는 ‘인지행동치료’이다. 미국, 유럽, 호주, 일본 등에서는 약물치료에 반응하지 않는 불면증에 인지행동치료를 시행하는데, 불면증을 근본적으로 치료하고 재발을 방지하는 효과적인 치료이다.
<글 = 하이닥 의학기자 신홍범 원장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신홍범 하이닥 건강의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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