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리뷰] '시카리오: 데이 오브 솔다도' 개와 늑대의 시간, 그 이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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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에는 '개와 늑대의 시간'이란 말이 있다.
멀리서 어슬렁거리며 다가오는 실루엣이 내가 기르던 개인지, 아니면 나를 해칠 늑대인지 분간할 수 없는 시간을 뜻하는 표현이다.
전작 '시카리오: 암살자의 도시'가 마약 밀거래에 대한 이야기였다면 '시카리오: 데이 오브 솔다도'는 사람을 거래하는 밀입국이 주요 소재다.
다만 '시카리오: 데이 오브 솔다도'는 전작 특유의 냉소적 분위기에 더해 다소나마 인간적인 온기를 형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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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김동민 기자] 프랑스에는 ‘개와 늑대의 시간’이란 말이 있다. 멀리서 어슬렁거리며 다가오는 실루엣이 내가 기르던 개인지, 아니면 나를 해칠 늑대인지 분간할 수 없는 시간을 뜻하는 표현이다. 지난 2015년 개봉한 영화 ‘시카리오:암살자의 도시’는 바로 이 ‘개와 늑대의 시간’을 더없이 사실적으로 담아낸 작품이었다. 영화 속 ‘암살자’들의 첩보 작전이 미처 동이 트지 않은 새벽녘과 어둑어둑한 늦은 오후를 배경으로 펼쳐진다는 점 만이 이유는 아니다. 누가 ‘개’이고 누가 ‘늑대’인지 종잡을 수 없는 선악 구도, 주저 없이 맡은 역할을 냉철하게 수행하는 속 모를 캐릭터들의 면면 덕분이기도 했다.
영화 ‘시카리오: 데이 오브 솔다도’는 이러한 전편 특유의 분위기를 충실하게 재현한다. 시작은 멕시코를 통해 미국에 밀입국한 테러범의 존재가 확인되면서부터다. CIA 요원 맷(조슈 브롤린)과 알레한드로(베니치오 델 토로)은 밀입국 브로커가 기승을 부리는 멕시코 카르텔의 내분을 유도하기 위해 비밀리에 멕시코 작전에 투입된다. 그들은 멕시코인으로 위장해 대형 카르텔 보스의 열여섯 딸 이사벨라(이사벨라 모너)를 납치하는 임무에 성공하지만, 예기치 않은 역습에 정체가 탄로 나 작전 중지 명령을 받는다. 홀로 멕시코에 남겨진 알레한드로는 이사벨라와 함께 국경을 넘어 미국에 돌아오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 미국과 멕시코의 차가운 현실 고스란히
“미국의 어두운 측면과 멕시코 카르텔을 생생하게 반영한 영화” (네이버:llsl****)
전작 ‘시카리오: 암살자의 도시’가 마약 밀거래에 대한 이야기였다면 ‘시카리오: 데이 오브 솔다도’는 사람을 거래하는 밀입국이 주요 소재다. 영화는 ‘아메리칸 드림’을 품고 멕시코를 통해 미국행을 감행하는 사람들, 그리고 이들을 돈벌이 수단으로 이용하는 카르텔의 모습을 의미심장하게 교차한다. 여기에는 미국이 지닌 자국민 우선주의 이면의 냉정함과 멕시코 카르텔의 무법자적 면모가 줄곧 차갑게 그려진다.
■ 형보다 나은 아우? 전편과 비교해보니
“평화와 질서가 무너진 국가가 내비치는 거대한 소용돌이. 전편을 존중하되, 인물을 좀 더 입체적으로 구축하는데 공을 들였다” (왓차: 이석기)
“감독은 시카리오라는 영화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오히려 이 영화의 스펙트럼을 확장시켰다” (네이버: sohy****)
다만 ‘시카리오: 데이 오브 솔다도’는 전작 특유의 냉소적 분위기에 더해 다소나마 인간적인 온기를 형성한다. 맷과 알레한드로의 팀워크는 여전히 몸서리쳐질 만큼이나 효율적이고 적확하게 진행되지만, 이사벨라와 알레한드로가 멕시코에 남겨진 뒤부터는 얘기가 사뭇 달라진다. 과거 멕시코 카르텔에게 딸을 잃은 알레한드로가 카르텔 보스인 아버지에게서 분리된 이사벨라를 맡는 에피소드를 통해서다. 영화 속 대결 구도의 양 극단에 선 ‘아저씨’와 ‘소녀’의 동행은 국경 지대를 배경으로 아릿한 감동과 위태위태한 긴장감을 동시에 자아낸다.

■ 귀결의 무리수…세번째 시리즈 앞둔 중간자 역할은 충분
“캐릭터들의 감정이 살아나며 전작의 비범함은 사라졌다, 하지만 가슴이 뻐근해질 정도의 수작.” (왓챠: 헤실)
“어쩌면 시카리오는 본래 이런 모습이어야 했는지도 모른다. 빌뇌브의 전작보다 더욱 시카리오의 형상에 가까워지는 것에 성공한 영화.” (왓챠: Maverick)
“전작의 질문을 스스로 답하는 듯한 느낌이 아쉽지만, 시카리오 특유의 서스펜스 압력은 상당하다.” (왓챠: Ha ma)
관객 반응처럼 영화의 만듦새는 전세계 유수의 영화제를 휩쓴 전작을 감안했을 때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지점이다. 국가와 이념이란 미명 하에 정당화되는 폭력을 날카롭게 파고들던 메시지를 용서와 연민의 익숙한 드라마로 해결하려 했다는 점에서다. 하지만 머지 않아 선보일 세 번째 시리즈를 감안하면 ‘시카리오: 데이 오브 솔다도’는 군더더기 없는 연결고리가 되기에 충분한 작품이다. 까만 밤이 지나 새벽녘이 밝아오는 ‘시카리오’의 실루엣은 이렇게 조금씩 형체를 드러내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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