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니스 황제' 페더러, '25년 스폰서' 나이키 결별 후 유니클로 입었다
2일(현지 시각) 영국 런던 윔블던의 올잉글랜드클럽 센터코트에서 열린 시즌 세 번째 메이저대회인 2018 윔블던 남자단식 1라운드에 ‘테니스 황제’ 로저 페더러(37·스위스·2위)는 흰색 테니스복을 입고 등장했다. 상의의 왼쪽 가슴과 소매, 반바지 끝단엔 빨간 네모가 새겨져 있었다. 빨간 네모 안에 흰색으로 쓰여진 건 ‘UNIQLO.’ 지난 25년간 ‘나이키(NIKE) 맨’으로 코트를 누빈 페더러는 이날 일본의 패스트패션(SPA) 브랜드 유니클로 옷을 입고 있었다.
페더러가 오랜 시간 스폰서 관계를 지속했던 나이키와 결별한 뒤 선택한 테니스 의류업체가 유니클로란 점은 서양 중심의 스포츠 산업이 재편되고 있다는 사실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백인 귀족 스포츠로 출발한 테니스에 아시아계 중저가 캐주얼 브랜드가 등장했기 때문이다.
페더러는 3억달러(약 3363억원)에 유니클로와 10년간 스폰서십 계약을 맺은 것으로 전해졌다. 페더러는 아마추어였던 1994년 나이키와 5년 계약을 맺었다. 이후 10년 짜리 계약을 두 번 연장해 지난 3월로 계약 기간이 끝났다.
페더러는 “윔블던 1회전에서 승리한 것과 유니클로와의 계약 모두 매우 기쁜 일”이라며 “새 스폰서십 덕분에 테니스를 더 잘 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올해 메이저대회인 호주오픈 2연패를 달성한 페더러는 윔블던에서 통산 9번째 우승에 도전한다.
유니클로 창업자인 야나이 다다시 회장은 이날 “유니클로는 로저 페더러를 새 ‘글로벌 브랜드 홍보대사’로 맞이해 영광으로 생각한다”며 “페더러는 역사상 가장 훌륭한 챔피언 중 한 명이며, 우리는 세상에 긍정적인 변화를 만드는 목표를 함께 하고 있다”고 했다.
테니스 팬들에게 나이키는 떼려야 뗄 수 없는 브랜드다. 나이키 상품 중 페더러의 이니셜 ‘RF’가 새겨진 제품은 농구선수 마이클 조던의 ‘조던화’만큼 인기를 끌었다.
페더러는 유니클로와 손잡은 이후로도 나이키 테니스화는 계속 신는다. 페더러는 “새로 계약한 유니클로가 테니스화를 생산하지 않아 기존에 사용한 나이키 테니스화를 계속 신는 것으로 잠정 결정했다”며 “누구에게나 기회는 열려 있다”고 했다. 나이키가 아닌 다른 회사의 테니스화를 신을 수도 있다는 뜻을 내비친 것이다.

일본 캐주얼 의류 브랜드 유니클로는 한때 테니스 세계 1위였던 노박 조코비치(31·세르비아·22위)를 2012년부터 2017년까지 후원하면서 글로벌 스포츠 용품 업체로 도약했다. 광고회사 베이커스트리트의 밥 도프먼 전무는 “다른 브랜드보다 상대적으로 테니스 의류 시장에 늦게 진출한 유니클로는 대형 스타를 모델로 기용하고, 그 선수들이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면서 테니스 팬들에게 브랜드 노출이 많이 됐다”고 했다.
특히 유니클로는 2020년 도쿄 올림픽을 세계적 브랜드로 다시 한 번 도약할 기회로 보고 있다. 은퇴가 가까운 페더러가 출전한다면 홍보 효과가 상당할 것이란 판단이 깔렸다.
존 베르트하임 ‘스포츠일러스트레이터’ 테니스 전문기자는 “페더러의 은퇴 시기가 다가오면서 오히려 페더러에 대한 언론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며 “그만큼 유니클로의 투자 효과도 커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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