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대선 오브라도르 압승.. 첫 좌파정권 탄생

임국정 2018. 7. 2. 2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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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파 장기집권 종지부.. 89년 만에 정권 교체

멕시코 대선에서 좌파 성향의 야권 후보인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64)가 압승했다. 우파 장기집권에 종지부가 찍히면서 89년 만에 첫 좌파정권이 탄생했다.

멕시코 선거관리위원회가 1일(현지시간) 발표한 대선 예비개표결과에 따르면 국가재건운동(모레나), 노동자당(PT) 등 좌파 정당으로 이뤄진 ‘함께 역사를 만들어 갑시다’ 연대의 후보인 오브라도르 전 멕시코시티 시장이 53.8%를 득표했다. 중도우파 국민행동당(PAN)과 중도좌파 민주혁명당(PRD) 연대의 후보인 리카르도 아나야(38)는 22.8%에 머물렀다. 집권 여당인 중도우파 제도혁명당(PRI) 호세 안토니오 미드(48) 후보의 득표율은 16.3%에 그쳤다. 이변이 없는 한 오브라도르는 오는 12월1일부터 6년 단임의 임기를 시작한다.

‘함께 역사를 만들어 갑시다’는 이날 함께 치러진 멕시코시티 시장 선거, 8개 주 주지사 선거 등 지방선거에서도 압승했다. 멕시코시티에서는 환경운동가 출신 유대계 좌파 정치인 클라우디아 셰인바움이 첫 여성 민선 시장으로 탄생했다.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후보가 1일(현지시간) 치러진 멕시코 대선에서 승리한 뒤 멕시코시티 소칼로 광장에 모인 지지자들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멕시코시티=AFP연합뉴스
선거 결과는 우파 보수 성향 정권에 대한 불만에 변화를 향한 국민의 열망이 어우러진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89년간 멕시코는 우파 전성시대였다. PRI는 1929년 창당 이후 2000년까지 장기집권했다. 2000년 PRI는 중도우파인 PAN에 권좌를 내줬지만 엔리케 페냐 니에토 현 대통령이 2012년 대선에서 승리하면서 다시 집권 여당이 됐다. 집권 기간 우파는 권력세습, 부의 불평등, 만연한 흉악 범죄, 경제 침체 등 사회문제 해결에 실패한 데다 부정부패의 고리도 끊지 못했다. 국민의 좌절감과 불만이 오브라도르 후보에게 몰표를 안겨줬다. 오브라도르는 1976년 23세에 PRI에 입당, 정계에 입문했다. 1989년 PRD로 당적을 바꾼 뒤 2000년 멕시코시티 시장에 당선됐다. 이후 2006년, 2012년 대선에 나섰지만 연거푸 고배를 마셨고 2014년에는 PRD를 탈당해 모레나당을 창당했다.

오브라도르의 성향은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과 민족주의로 압축된다. 멕시코시티 시장 재임 당시 노령연금 도입, 빈민층 지원, 인프라 개선 등의 정책을 펼쳐 ‘빈곤층의 챔피언’으로 불렸다. 멕시코 우선주의 성향과 거침없는 언사로 인해 오브라도르는 ‘멕시코의 좌파 트럼프’에 비유된다. 그는 선거운동 기간 우파 정권을 향해 “더러운 돼지”, “욕심 많은 돼지”라는 원색적인 비난을 퍼붓기도 했다.

셰인바움
오브라도르는 대선 공약으로 △부정부패 척결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나프타) 재협상 추진 △공공안전부 설립 △군대의 치안 기능 폐지 △근로자 급여 상향 △독립 검찰청 설립 등을 내세웠다. 정치인의 급여를 삭감하지만 학생과 노인을 위한 재정 지원은 확대하겠다는 공약도 내걸었다.

좌파정권 탄생에 따라 한편으로는 급진 정책 추진에 따른 우려도 제기된다. 오브라도르가 미국과의 수평적 관계 재정립을 공언한 만큼 무역·이민·국경장벽 문제를 놓고 미국과 충돌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치안과 밀접한 마약 정책도 논란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오브라도르는 단속에 투입한 군대를 철수하고 대규모 사면 등 포용과 유화를 통해 마약범죄를 줄이겠다고 선언했다.

임국정 기자 24hou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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