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상] "한국 왜 이렇게 잘해?"

민학수 논설위원·스포츠부 차장 2018. 6. 29. 0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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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독일의 월드컵 경기 도중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직장을 다니는 '축알못(축구를 잘 알지 못하는)' 처제가 아내에게 문자를 보냈다. '지금 스포츠 바. 아침에 일어나서 전반전 0대0인 걸 알고 달려왔어.' 현지 시각 오전 8시 좀 넘어서였다. '한국 왜 이렇게 잘해' '손흥민이 뭘 잘못했다고 옐로카드야, 나쁜 ××' '멕시코 사람들이 전부 내 자리로 몰려와서 한국 응원해'…. 추가 시간 한국의 두 골이 터지자 '눈물 나네. 정말 이긴 거야?'라고 했다.
▶내기에서 돈을 잃고도 이렇게 기쁜 적이 있나 싶다. 경기 전 한국이 2대0으로 이길 확률보다 독일이 7대0으로 이길 확률이 높다는 스포츠 베팅 업체들 전망이 많았다. 동료 기자들끼리 스코어 맞히기 내기를 할 때는 축구 담당 기자를 거친 사람일수록 독일이 서너 골 차로 이기는 쪽에 걸었다. 한국 승리에 거는 '애국 베팅'은 아무래도 '독일 전차 군단'의 무서움을 모르는 쪽이다.


▶싸이의 '강남 스타일'을 멕시코 국가(國歌)로 하기로 했다는 가짜 뉴스가 나돈다. 멕시코 국기에 손흥민 얼굴을 그려넣은 패러디 동영상이 수없이 쏟아진다. 스웨덴에 지고도 한국 덕분에 16강에 올라간 멕시코는 한국인 찾아내 헹가래 치기, 공짜 식사 등 은인 대접에 나섰다. 영국 BBC는 "한국 승리로 독일을 제외한 전 세계가 즐거워하고 있다"고 했다.
▶월드컵 예선에서 중국, 카타르에도 졌던 한국이 세계 1위 독일은 어떻게 이겼을까. 슈팅 등 각종 지표를 모두 뒤졌는데 '달리기'에서 앞섰다. 스웨덴과의 1차전에서 103㎞, 멕시코와의 2차전에서 99㎞를 뛰었던 대표팀은 이날 118㎞를 달렸다. 독일 선수들보다 3㎞ 더 뛰었다. '욕받이 수비수'로 불리던 김영권은 "동료들이 못 뛰는 부분이 있으면 그것까지 더 뛰려는 마음이었다"고 했다. 이렇게 11명이 조금씩 더 뛰면서 기적을 만들었다.
▶그러나 앞서 두 경기 지는 걸 보고 박지성은 "10년, 15년 이후를 내다보는 대대적인 구조 개선을 하지 않으면 다음 월드컵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되풀이될 것"이라고 했다. 한국은 월드컵에 나온 팀치고 기본기가 달리고 반칙도 많고 전술 능력도 떨어진다. 독일에 한 번 이겼다고 이런 문제들이 저절로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4년 뒤 세계인들이 한국의 승리를 더 이상 '이변'과 '기적'으로 받아들이지 않도록 지금부터 하나하나 바꿔나갔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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