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한 장면으로 전국은 오늘도 '곱창 대란'
'곱창 대란'이란다. 일부 가게는 곱창 재료가 떨어져서 '임시 휴업'까지 선언했다. 경남 통영에 있는 한 곱창집은 "전국 도축장에서 곱창을 구할 수 없어 장사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다"고 휴업 안내문을 붙였다. 지난 주말 서울 강남구의 한 곱창집을 찾은 직장인 우모(41)씨는 "재료 소진으로 일요일까지 문을 닫는다"는 안내문을 보고 발길을 돌려야 했다.
곱창에 무슨 일이 생긴 걸까. 전국의 '곱창 대란'은 걸그룹 '마마무' 멤버 화사(23)로부터 시작됐다. 지난 8일 방송된 MBC '나 혼자 산다'에서 화사가 '급이 다른' 곱창 먹방을 선보였다. 자신을 '혼밥 마니아'라고 소개한 화사는 대낮에 홀로 곱창 가게를 찾았다. 아무렇지도 않게 야외 테이블에 앉더니 곱창 구이부터 곱창전골, 된장찌개에 볶음밥까지 족히 3인분을 혼자 해치웠다.
방송이 끝나자마자 '화사 곱창'이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고 포털사이트의 '곱창' 검색량은 방송 전날보다 최대 730% 늘었다. 인터넷 커뮤니티에도 "2시간 기다려서 곱창 먹었다", "두 군데에서 실패하고 세 번째 집에서 겨우 2인분 먹고 왔다" 등의 '곱창 대란' 인증 글이 쏟아졌다. 이날 '나 혼자 산다'는 시청률 10%를 기록하며 동 시간대 시청률 1위를 차지했다.
3주 가까이 이어지는 곱창 대란의 주역은 '센 언니'의 대표 주자로 꼽히는 화사다. 샐러드를 먹고 요가를 하는 등 우아한 모습만 보여주던 여자 출연자들과는 달랐다. 시청자들은 화사가 "저는 장기(臟器) 쪽을 좋아한다"면서 염통을 씹어 먹는 모습에 열광했다. 대학생 김모(23)씨는 "여자 아이돌이면 카메라를 의식할 법도 한데 혼자 야외에서 곱창을 구워 먹는 모습이 충격적이면서도 매력 있었다"고 했다.
넘쳐나는 음식 콘텐츠 속에서 '진정성'을 원하는 시청자들의 욕구와도 맞아떨어졌다. 요즘 '맛비게이션(맛+내비게이션)'으로 사랑받는 개그맨 이영자(51)와 힙합 가수 최자(38)의 맛집 추천 콘텐츠인 '최자로드'의 인기와도 맥락을 같이한다. 셋 다 의도한 먹방이 아니라 평소에 자신이 자주 가는 맛집에서 꾸미지 않은 모습을 보여줬다. 이날 방송에서 화사는 긴 머리를 한 손으로 부여잡고 곱창을 굽는 등 한두 번 먹어본 솜씨가 아니란 걸 입증해 보였다. 음식을 진심으로 즐기는 모습이 전국 곱창집을 뒤흔들 만한 위력을 발휘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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