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의진의 시골편지]하쿠나 마타타
[경향신문]
하루는 병아리가 엄마 꼬꼬닭에게 질문했다. “엄마. 우리는 날개도 있는데 왜 하늘을 날지 못하는 거죠?” 엄마는 질문이 끝나기가 무섭게 즉석자판기처럼 대답했다. “얀마! 하늘을 올려다봐. 시퍼렇기만 하고 먹을 게 어디 있겠니. 땅에 먹을 게 이렇게 많은데 뭐하려구 고생하면서 날아다녀.”
병아리가 난데없이 독수리 꿈을 꿀 필요는 없다. 생을 만족하고 오늘을 즐기며 사는 일이 행복 아닌가. 닭도 사람도 땅이 답이렷다. 주렁주렁 포도가 열리고 무뭉스름한 참외가 많이도 달렸구나. 귀마루 끝엔 귀꽃이 피어 있고 마당엔 두덩에 누운 소처럼 게으른 꽃들의 기지개. 근심 걱정 없이 모든 일이 잘될 거라고 장마구름 틈에서 햇살이 살짝 비친다.
아프리카 부족들이 사용하는 스와힐리어 가운데 대표 인사말이 “하쿠나 마타타!”. 상점 주인도 하쿠나 마타타 인사를 하고, 슬쩍하려는 도둑도 하쿠나 마타타 인사를 건넨다. “모든 일이 잘될 거니까 걱정하지 마.” 그런 뜻이란다. 하루에 하쿠나 마타타를 백 번 이상은 하고 잠들어야 ‘괜찮은 하루’를 보낸 셈으로 친단다. 치유 무용가 가브리엘 로스는 <기도가 땀에 젖게 살아라!>는 제목의 책을 낸 적이 있다. 아침에도 춤추고 낮에도 춤추고 밤에도 춤을 추느라 흘리는 땀방울. 나도 ‘어깨춤’이라는 아호를 가지고 살아가는데, 뜨겁게 춤을 추면서 하쿠나 마타타 소리 지르자고 지은 이름. 도망치듯 피서나 할 게 아니라 “걱정하지 말자구!” 용감하게 뙤약볕 모래사장으로 달려가 바닷물에 풍덩! 그대와 나, 우리는 더 물러서지 말자. 진짜진짜 앞으로는 잘될 거야! 그렇고말고. 잘되는 수밖에 없어.
작년 여름의 기억. 영국 리버풀에서 무명 가수들의 길거리 공연을 봤다. 콜드 플레이의 ‘픽스 유’를 청춘들이 엉켜서들 발을 동동 구르고 소리 높여 난리 부르스. 나도 픽스 유! 머리를 흔들고 뜀을 뛰면서 함께했었다. 아프리카식으로 하자면 하쿠나 마타타 인사법. 젖은 나무도 웅신하게 타들어가는 불기의 날들. 기록을 다투는 더위. 그대여! 땀에 젖게 춤을 추며 사랑하자. 여름의 꽃들과 함께 춤을 추자.
<임의진 목사·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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