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부세 개편안은 폭탄?..세수 증대 효과 낮아 '콩알탄' 혹평도
[경향신문] ㆍ재정개혁특위, 참여정부 때의 도입 취지 살렸나
ㆍ문재인 정부 추진안, 보유세 실효세율 0.18% 영향 미미
ㆍ2005년 시행 당시보다 정책 의지·효과 측면서 크게 후퇴
지난 22일 공개된 대통령 직속 재정개혁특별위원회의 종합부동산세 개편방안은 참여정부가 종부세 도입 당시 표방했던 부의 재분배와 자산불평등 완화라는 취지를 무색하게 할 정도로 미흡하다는 지적이 많다. 보유세 실효세율 상승폭이나 세수 증대 효과가 미미해 ‘콩알탄’에 그칠 것이란 혹평도 나왔다.
25일 부동산 전문가와 시민단체 등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가 추진 중인 종부세 개편안은 정책 의지나 효과 측면에서 볼 때 참여정부에 비해 크게 떨어지고 있다.
참여정부는 2005년 종부세와 함께 ‘주택 공시가격 제도’를 도입했다. 상대적으로 덜 주목받았지만 획기적인 제도였다. 공시가격 제도 도입 이전까지는 건물과 토지가 별도로 과세됐다. 가장 큰 문제는 건물이었다. 제도 도입 전 건물 과표는 시가보다 면적, 구조 등을 기준으로 정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03년 대전의 247.5㎡ 아파트 가격은 3억2000만원으로 서울 강남의 85.8㎡ 아파트(3억6000만원)보다 낮았다. 반면 재산세는 대전 247.5㎡ 아파트가 155만원으로 강남 85.8㎡ 아파트(9만원)보다 17배나 많았다. 이런 조세형평성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주택 공시가격으로 통합과세하는 방안이 채택됐다.
그러나 주택 공시가격 제도는 현재 저가 주택이 고가 주택보다 실제 가격 대비 공시가격을 의미하는 실거래가 반영률이 높아 문제가 되고 있다.
공시가격·공시지가를 조정하면 전반적으로 과표를 끌어올리는 효과가 있지만 재정개혁특위는 공정시장가액비율과 세율을 조정하는 종부세 개편안만 먼저 발표했다.
부동산 공시제도에 관여하는 국토부와 행정안전부는 재정개혁특위 논의에 크게 관여하지 못하고 있다. 정준호 강원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세금 산정의 기본인 과표의 역진성도 한꺼번에 고쳐야 한다”고 지적했다.
참여정부는 집권 2년차에 구체적인 종부세 도입 계획을 발표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국정지지율은 당시 20%로 내려앉은 상황이었다. 문재인 정부는 여건이 다르다. 정부 출범과 함께 보유세 인상이 공론화됐지만 대통령 지지율은 여전히 75%에 달한다. 각종 여론조사에서도 보유세 인상 찬성 여론이 60%를 넘는다. 복지 확대를 위해 필요한 재원을 종부세 인상 등 세수로 충당해야 한다는 주장도 힘을 얻고 있다. 조세저항에 대한 우려로 정치적 여건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재정개혁특위 안을 적용할 경우 부동산 정책의 숙원 중 하나로 꼽히는 보유세 실효세율 상승도 효과가 미미할 것으로 분석됐다. 한국의 재산세·종부세를 합친 보유세 실효세율은 0.16% 수준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0.33%)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토지+자유연구소가 재정개혁특위의 개선안으로 보유세 실효세율을 계산한 결과, 0.17~0.18%로 미미하게 높아지는 데 그쳤다. 이번 종부세 개편안을 두고 ‘폭탄론’이 제기되고 있지만 이강국 리쓰메이칸대 경제학부 교수는 오히려 ‘콩알탄’에 비유했다.
전문가들은 향후 재정개혁특위의 종부세 최종 권고안과 정부 입법과정에서 강력한 방안이 담겨야 한다고 요구했다.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어느 정부든 세제개혁은 딱 한 번의 기회밖에 없다”고 말했다.
참여정부 시절 청와대 정책실장을 지낸 이정우 경북대 명예교수는 “조세저항을 극복해 내고, 더 나은 길이 있음을 시민들한테 보여주는 것이 정부가 해야할 일”이라고 말했다.
<김원진 기자 one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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