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각제 앞세워 YS·DJ 대통령 만든 '자의 반 타의 반' 2인자

최연진 기자 2018. 6. 25. 0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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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필 1926~2018]
- 3金시대.. 애증의 정치史
JP, 1990년 노태우·YS와 3당합당.. 국회 여소야대 구도 뒤집고 YS 대통령 당선 1등 공신으로

김종필(JP) 전 총리의 타계로 '3김(金) 시대'도 그 막을 내렸다. 김 전 총리가 김영삼(YS)·김대중(DJ) 전 대통령과 때로는 정적(政敵)으로, 때로는 협력자로 할거했던 40여 년간은 '대한민국 정치사, 그 자체'라 할 수 있다. 말년의 JP는 "정치는 허업(虛業)"이라고 했지만 '3김 시대'를 거치면서 우리 정치가 한 단계 발전했음을 부정하기 어렵다.

박정희 정권의 견제와 신군부의 탄압에서 벗어나 3김이 정치 전면에 등장한 것은 1987년 대선 때부터였다. YS와 DJ 간 후보 단일화 실패로 민정당 노태우 후보에게 승리를 '헌납'한 그해 대선에서 JP는 8.1%를 얻는 데 그쳤지만 '1노(盧) 3김(金)'이란 용어가 등장했다.

다음 해 총선에서 YS, DJ, JP는 각각 영남·호남·충청권의 표를 결집시켜 여소야대(與小野大) 구도를 만들어냈다. 당시 YS·DJ는 캐스팅보트를 쥔 JP와 손을 잡고 '5공(共) 청산'을 밀어붙였다. 3김이 한국 정치를 쥐락펴락하는 시대가 열린 것이다.

세 사람 간의 애증(愛憎)의 역사도 이때부터 본격화됐다. '정치 9단'들의 현란한 합종연횡은 현실 정치에 영원한 동지도, 적도 없다는 점을 가감 없이 보여줬다.

1990년 1월 JP는 노태우 전 대통령, YS와 함께 3당 통합을 선언하고 민주자유당 창당에 참여했다. 평화민주당 총재였던 DJ는 "국민이 만들어 준 여소야대를 여대야소로 만드는 파렴치한 국민 배신 행위"라고 비판했다. 이후 1992년 대선에서 YS가 당선되고 DJ는 정계 은퇴 선언을 했다. 그러나 YS가 3당 합당 당시 '의원내각제 추진 합의'를 지키지 않자 JP는 1995년 2월 민자당을 탈당했다. 반(反)YS 세력을 규합해 자민련을 결성하고 1996년 4·11 총선에서 50석을 얻는 돌풍을 일으켰다.

DJP 연합… 한배 탄 김종필·김대중·박태준 - 1997년 15대 대선 당시 김대중(앞줄 가운데) 전 대통령이 김종필(왼쪽) 전 국무총리, 박태준(오른쪽) 전 자민련 총재와 함께 웃으며 대화하고 있다. 세 사람은‘DJP 연합’을 성사시켜 정권 교체에 성공했다. /란 스튜디오

1997년 대선을 앞두고는 DJ와 JP가 야권 후보 단일화에 합의했다. 이른바 'DJP 연합'이다. '극과 극의 만남'이란 평가에 대해 JP는 나중에 "김대중은 공산주의자가 아니라는 결론을 내렸기 때문"이라고 했다. DJ는 그해 대선에서 승리했고 JP는 국무총리에 취임했다. 그러나 DJP 연합도 JP의 숙원이었던 내각제 개헌 무산과 대북 정책에 대한 이견(異見)으로 깨지는 운명을 맞았다.

5·16 쿠데타처럼 두 번의 정권 교체에서 '설계자' 역할을 했던 JP에게는 '영원한 2인자'라는 말이 따라붙었다. YS, DJ 퇴임 이후, 2004년 총선에서 10선에 실패한 JP가 정계 은퇴를 하면서 3김 시대는 정치적으로 끝이 났다.

3김 시대를 통해 독재는 청산됐지만 3김이 우리 정치에 드리운 어둠도 간과하긴 어렵다는 지적이다. 송호근 서울대 교수는 "3김 시대에 지역주의를 기반으로 출현한 정당들은 보편성을 갖지 못했고, 제왕적 정치 문화에 '총재 문화'가 더해지면서 정치 발전을 더디게 만들었다"고 했다.

2015년 YS가 서거한 뒤 JP는 "DJ에 이어 이제 YS마저 유명(幽明)을 달리했으니 나는 세상이 평하는 소위 3김(金)씨의 마지막 생존자가 됐다"며 "3김 중 나만 혼자 이들의 회고를 남기게 될 줄은 몰랐다"고 했다. 이제 그마저도 일평생 애증이 교차했던 두 라이벌의 곁으로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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