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스토리] "애는 언제 낳을 거니?"..일하는 여성은 괴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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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벌이·고소득일수록 아이 안 가져..재취업 경단녀 "월급 반토막"
남성육아휴직제 확산 필요..보육시스템도 개선해야
(서울=연합뉴스) 박성은 기자 = "만나는 사람마다 '애는 언제 낳을 거냐'고 물어봐요. 전세 대출금 갚으려면 남편이랑 앞으로 3년은 더 일해야 하는데, 그런 질문 받을 때마다 너무 스트레스예요"

결혼 1년차인 송 모(33) 씨는 최근 사교모임을 일부러 피한다고 했다. 임신 계획을 묻는 사람들 때문이다. 서울 마포구 합정동의 한 디자인 회사에서 편집디자이너로 6년째 일하고 있는 그는 "아직은 애를 가질 생각이 없다"고 못 박았다. 송 씨는 "우리 회사에서 육아휴직 후 복귀하는 사례를 한 번도 못 봤다"면서 "지금 받는 월급과 커리어를 전부 잃을 수 있는 문제라 임신을 선뜻 결정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송 씨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각종 통계에 따르면 아이 낳는 걸 늦추거나, 아예 포기하는 여성들은 매년 꾸준하게 증가하고 있다. 일과 육아를 양립하기가 어려운 탓이다. 육아로 인한 경력단절여성의 증가가 이를 뒷받침한다. 전문가들은 "생산가능인구의 급격한 감소가 전망되는 상황에서 제도·문화적인 개선을 통해 여성인력이 활약할 수 있는 고용환경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 신혼부부 36.3%는 자녀 없어…'노동시장 이탈 기회비용 커'
지난 3월 한 맘카페에는 이런 글이 올라왔다. 자신을 맞벌이 신혼부부라고 소개한 A(28) 씨는 외국계 기업을 그만두고 이직을 해야 할지 임신을 해야 할지 고민 중이라고 밝혔다. A 씨는 "현재 직장은 계약직이라 육아휴직이 없고 스트레스가 크다"며 "아기를 갖고 싶지만, 이직 후 2년 정도 더 일해야 할 것 같아 고민이 된다"고 말했다.
신혼부부 10명 중 3명은 현재 아이가 없다. 통계청의 '2016년 기준 신혼부부통계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2015년 11월 1일 기준으로 5년 이내에 혼인 신고한 초혼 신혼부부 115만1천 쌍 가운데 36.3%는 자녀가 없었다. 아이를 낳지 않는 비율은 전년 대비 0.8%포인트 높아졌다.

이는 맞벌이 부부 사이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맞벌이 부부 중 자녀가 없는 이들의 비율은 42.2%로 홑벌이 부부의 무자녀 비율(30.9%)보다 11.3% 포인트 높았다. 평균 출생아 수 역시 맞벌이 부부가 0.71명으로 홑벌이 부부(0.88명)보다 작았다.
눈에 띄는 점은 소득이 높을수록 아이를 기피한다는 것이다. 부부 소득 구간별 무자녀 비율은 1천만 원 미만은 30.2%, 1천만∼3천만 원 미만 32.8%, 3천만∼5천만 원 미만 33.5%, 5천만∼7천 만 원 미만 38.8%, 7천만∼1억 원 미만 43.2%, 1억 원 이상 44.5%였다.
박진우 통계청 행정통계과장은 맞벌이 부부나 소득이 많은 부부의 무자녀 경향에 대해 "고용이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관리직이나 고임금 노동시장에서 이탈하는 기회비용이 크기 때문에 출산에 소극적인 것 같다"고 분석했다.
◇ 경단녀 181만2천명…출산 포기 선택
실제로 출산으로 직장에서 이탈하는 여성들은 많다. 통계청이 작년 12월 공개한 '경력단절여성 및 사회보험 가입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4월 기준 직장을 그만둔 여성은 181만2천 명으로 집계됐으며, 이 가운데 57%가 육아, 임신, 출산으로 직장을 떠난 것으로 나타났다.
다시 노동시장에 진입하면 월급 감소는 필연적이다. 신한은행이 지난 3월 발표한 '2018 보통사람 금융생활 보고서'를 보면 경력단절여성 66.6%는 재취업에 성공했지만, 재취업한 3040 여성의 평균 월급은 170만 원으로 같은 연령대 비경력단절 여성(274만 원)보다 104만 원(38.0%) 적었다.

최근 관공서에 계약직으로 취직한 김 모(37)씨 역시 이에 해당한다. 6살 아이를 둔 김 씨는 "일당직이라 일수가 적은 달은 110만 원, 일수가 많은 달은 150만 원 정도 받는데 처녀 시절 월급과 비교하면 절반 수준이다"며 "주변에 아이 때문에 퇴사를 고민 중이라는 사람들에게 절대 그만두지 말라고 조언한다"고 덧붙였다.
이런 상황에서는 여성이 출산을 포기하는 게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정재훈 서울여자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작년 12월 '저출산 정책 패러다임 전환을 위한 토론회'에서 "취업 차별, 성별 임금 격차, 독박육아, 경력단절, 결혼·임신·출산·육아로 인해 여성의 고용률이 30대 후반에 급격히 떨어지는 현상이 유지되는 상황에서는 여성이 출산을 포기하게 된다"고 말했다.
출산 기피 현상이 뚜렷해 지면서 연간 출생아 수는 지난해 35만7천700 명으로 40만 명 선이 처음 붕괴했다. 올해 1분기 출생아 수는 8만 명대로 추락, 1분기 기준 역대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 "일·가정 양립지수 선진 30개국 중 28위…중기·비정규직 취약"
전문가들은 여성이 경제활동을 지속하기에 수월한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양서영 KDB산업은행 연구원은 '여성의 경력단절 문제와 해외사례' 보고서에서 "현재 한국의 일과 가정 양립제도들은 선진국 수준에 근접하지만, 중소기업·비정규직 노동자의 제도 활용 미진, 경직적인 직장문화와 과다한 업무량으로 제도 활용에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고용정보원에 따르면 육아휴직을 1년 이상 사용 후 직장을 6개월 이상 유지할 확률은 44.5%에 머문다. 이는 여성에게 부과된 육아 부담 및 복귀 후 근무환경 적응이 어려운 점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윤정혜 연구원은 설명했다.

육아휴직제도 외에도 여성이 직장과 가정생활을 병행하는 데 필요한 시간선택제, 시차출퇴근제, 탄력근무제 도입률은 각각 24.6%, 22.7%, 18.6%에 불과하다. 남성 육아휴직제도(전체 육아휴직 자 중 남성 비율 13.4%) 등의 활용 수준도 선진국 대비 저조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발표하는 일·가정 양립지수 순위는 30개국 중 28위에 그친다.
선진국에서는 여성의 경력단절을 막고 고용률을 높이는 데 집중하고 있다. 일본은 아베 내각의 위미노믹스(Womenomics)를 통해 여성 고용이 양적으로 확대되고 있으며, 네덜란드는 시간제근로 등 유연한 근무문화, 프랑스는 철저한 공보육시스템이 확립돼 있다.
양 연구원은 "시간제 근로 확산을 위해서 기업에 대한 인센티브 강화와 차별을 금지하는 법적 보완이 필요하다"며 "또한 민간어린이집의 서비스를 제고하고 민간베이비시터 시장을 체계화하면서 남성육아휴직을 의무화해 여성만이 육아를 담당한다는 인식의 전환을 유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인포그래픽=이한나 인턴기자)
junepe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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