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는 처방전 내리는 로봇으로 전락할 것인가

여태경 기자 2018. 6. 12. 15:13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대화와 공감'이 진정한 치유 이끌어
'잃어버린 치유의 본질'·'의사의 감정'
'잃어버린 치유의 본질에 대하여' 표지

(서울=뉴스1) 여태경 기자 = '병원에 갔다가 병 얻어 오겠다.'

1시간여를 기다렸는데 의사와 대면한 시간은 2~3분, 이리저리 불려다니며 기계에 몸을 맡기다 보면 진이 다 빠진다.

긴 대기 시간, 비싼 의료비, 치료 결과 미흡, 과잉진료, 진료 불성실 등은 하루이틀 나온 이야기가 아니다.

과거 어느 때보다 의사들이 더 많은 질병을 치료하고 생명을 연장하고 있지만 왜 대중들의 불신은 더 높아지고 의사들에 대한 반감은 오히려 커지고 있는걸까?

환자와의 대화와 공감을 통해 진정한 치유를 고민하고 그 길을 찾아가는 의사들의 생생한 경험담이 담긴 책이 잇달아 출간됐다.

심장학계 선구자이자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버나드 라운 박사는 '잃어버린 치유의 본질에 대하여'(책과함께)에서 "이제 의료행위는 상업화되었다. 3000년 동안 내려오며 의사와 환자 사이를 신뢰로 묶어주던 전통이 이제는 새로운 관계로 대체되었다"고 말한다.

그는 "치유는 처치로 대체되고, 치료 대신 관리가 중요해졌으며, 환자의 말에 귀 기울이던 의사는 사라지고 그 자리를 의료 장비가 대신한다. 이러한 관계에서는 고통받는 인간으로서의 환자라는 존재가 잊히고 만다"라고 지적한다.

과학기술의 급속한 발전으로 초음파, 내시경, 혈관조영술 등으로 촬영된 과학적인 영상에 비해 환자가 말하는 병력은 다분히 주관적이고 비논리적인 것으로 여겨지게 됐다. 결국 환자로부터 자세한 병력을 얻어내기 위해 대화를 하는 시간은 줄어들고 의사들은 장비에 의존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버나드 라운 박사는 여전히 병력 청취가 의술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주장한다. 병력을 환자로부터 잘 수집하기만 해도 약 70%의 확률로 정확한 진단을 내릴 수 있으며 이는 현재의 어떤 검사나 기술보다 더 효과적인 수단이라는 것이다.

기계로 장기 내부까지 들여다보는 시대에 많은 의사들이, 심지어 환자들도 그의 주장을 허튼 소리 또는 감상에 젖은 이상주의라고 비판할 것이다. 하지만 버나드 라운 박사는 직류 제세동기를 발명해 심장 수술 분야에 한획을 그을 정도로 기술의 필요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그 혜택을 누려왔다. 그렇지만 그는 치유는 그렇게 간단하게 이뤄지지 않는다고 말한다. 질병은 인간과 따로 떼어놓고 판단할 수 없으며 현대 의학은 치유의 본질을 잃고 있다고 이 책은 경고한다.

'의사의 감정' 표지

뉴욕대 의과대학 교수이자 뉴욕 벨뷰 병원에서 20년 넘게 일한 다니엘 오프리는 '의사의 감정'(페가수스)에서 의사와 환자 간 '공감'의 중요성에 대해 이야기한다.

아무리 최신식 의료기기가 도입되고 정교한 의료기술이 사람들의 찬사를 받는다고 해도 의료의 기본은 의사와 환자, 두 사람의 상호작용이다. 사람과 사람의 상호작용에서 가장 핵심은 공감이며 의학이라고 예외가 아니라는 것이다. 질병과 죽음은 의료의 일부분이고 그것에 슬픔을 느끼지 못하는 의사는 처방전을 발급하는 로봇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그는 의사들은 치료와 치유의 구분을 잘 받아들이지 않지만 환자들은 본능적으로 그 둘을 구분한다고 지적한다. 대다수의 의사들은 큰 질병이 제거되는 것만으로 성공했다고 생각하지만 환자들은 그것이 치유의 일부이며 대단히 중요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라고 말한다.

오프리는 이 책에서 의사들이 의료현장에서 느끼는 두려움과 분노, 공감과 애정, 희망과 절망 등 감정들에 초점을 맞추고 감정이 의료현장에서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자신의 경험을 통해 풀어내고 있다.

haru@news1.kr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