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코치와 감비아 선수들, 한국 프로 무대에 도전하다

류호진 2018. 6. 5. 1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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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국경 초월한 축구 사랑.. 강희규 "간절한 선수들을 지도 중"

[오마이뉴스 류호진 기자]

강희규 코치와 감비아 현지 아이들 ⓒ강희규
많은 사람들이 사랑하는 축구가 단순한 운동경기를 넘어 지구 어느 한 곳에서는 희망이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어떤 기분이 들까. 축구와 관련된 직업은 흔히 생각하는 선수와 코칭스태프 이외에도 셀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하다.

하지만 그 중에서도 오늘 소개할 사람은 축구를 통해 누군가의 삶을 바꾸는, 의미있는 활동을 하고 있는 프로 선수 출신 강희규 코치다. 그는 활동을 통해 수입을 창출하거나 어떠한 이윤을 얻는 것이 아니다. 놀랍게도 강희규 코치는 아무런 조건도, 이유도 없이 빈민국에서 축구 선수의 꿈을 꾸는 이들을 돕는다.

그러던 지난 5월 23일, 강희규 코치가 가르치던 감비아의 선수들을 데리고 한국에 방문했다. 그는 단지 가난하다는 이유로 축구선수의 꿈을 펴지 못하는 선수들을 위해 한국에서 그들의 꿈을 이루어주겠다는 뜻을 전했다. 다음은 지난 5월 26일, 안산의 모 카페에서 한국인 축구 코치 강희규씨와 나눈 인터뷰 내용이다.

- 안녕하세요,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네. 안녕하세요. 저는 성균관 대학교에서 선수 생활을 했고 한국의 실업 축구팀과 일본 시미즈 에스펄스, 필리핀 글로벌 세부 FC와 지프니FC에서 축구선수로 활동했습니다. 현재는 코치 생활을 하고 있는 강희규라고 합니다."

- 현재 정확하게 어떤 활동을 하고 계신가요?
"저는 국내보다는 해외 빈민국을 다니면서 선수들을 지도해주는 일을 하고 있으며, 현지의 코치들을 양성하는 활동도 하고 있습니다. 현재까지는 감비아, 탄자니아, 마다가스카르와 에티오피아 등의 아프리카 국가들, 그리고 필리핀, 태국, 아프가니스탄 등의 아시아 국가들을 다니면서 유소년 팀을 만들고 1년에 1~2번씩 방문하고 있습니다. 1년의 300일은 외국에서 50일은 한국에서, 15일은 비행기 안에서 보내는 것 같네요(웃음)."

에티오피아 선수들과 사진을 찍는 강희규 씨 ⓒ강희규
- 왜 이 일을 하시게 됐나요?
"사실 전부터 아프리카에 한 번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늘 품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정말 배낭 하나만 메고 아프리카에 가게 된 적이 있었는데,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아프리카에 있는 이들이 너무 가난해서 큰 충격을 받았고, 제가 이들을 어떻게 도와줄지를 고민하게 됐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이들이 축구를 정말 좋아하고 남성 중 90% 이상이 축구선수를 꿈꾸고 있다는 말을 들었고, 그 이야기를 듣고 지금까지 세계 각지의 빈민국에 축구단을 만드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프리카에서 축구단을 운영하다 보니, 유럽 클럽들이 아프리카 선수들에게 말도 안 되는 노예 계약을 제시하는 경우가 너무나 많았습니다. 막상 해외에 진출한다고 하더라도 성공하지 못하면 자국으로 돌아와 비참하게 사는 안타까운 모습을 보았습니다. 그 때문에 이 일에 더 관심을 갖게 된 것 같습니다.

제가 직접 보낸 것은 아니지만, 이미 감비아 선수들이 중국이나 동남아시아, 유럽에서 활동하고 있기 때문에, 저는 제가 가르치는 이들도 반드시 성공해서 그들이 나라를 다시 일으켜 세우는 일을 할 수 있었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 한국이 아닌 아프리카를 선택한 이유는?
"방금도 말씀드렸지만 솔직히 말해서는 아프리카 아이들이 너무 불쌍해서 도와주고 싶었습니다. 처음 아프리카에 갔을 때는 매일 울기만 하고 아무것도 할 수 없었습니다. 서아프리카 사람들은 능력이 없어서, 혹은 게을러서가 아니라 일을 하고 싶어도 일자리가 없고, 그러다보니 해외 원조에 의존한다던지, 구걸하며 살아가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런 그들의 일자리를 찾아줄 방법을 생각해보았는데, 그들이 좋아하고, 또 제가 잘할 수 있는 축구를 선택하게 된 것이고, 그들의 뛰어난 운동신경과 신체조건 등의 가능성을 보았습니다.

그런 이유 때문에, 여러가지 시스템이 잘 구축되어 있는 한국보다는 아프리카 선수들에게 더 많은 관심이 생긴 것 같고, 특별히 아프리카 선수들의 간절함이 한국에서보다 아프리카에서 일을 하자는 결심을 하게 된 가장 큰 계기가 된 것 같습니다. 이렇게 간절한 선수들을 지도할 수 있다는 것은 코치인 제 입장에서는 정말 큰 행운인 것 같습니다(웃음)." 

지난 5월, 감비아에서 한국에 온 7명의 선수들 ⓒ강희규
- 여러 가지 어려움이 많았을 것 같습니다. 가장 힘들었던 순간은 언제이고, 극복할 수 있었던 방법은 무엇인가요?
"가장 힘들었던 순간은 아무래도 저의 한계를 맞이했을 때인 것 같아요. 이미 일은 진행시켰는데 재정도 부족하고, 시간도 부족하고, 제가 키우는 선수들을 모두 성공시킬 수 있는 것도 아니고요. 저는 돈을 버는 직업이 있는 사람도 아니고, 따로 후원을 받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선수 생활 때 번 돈과 한국에 있을 때 중간 중간 번 돈으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그 때문에 매번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또 어려운 일이 있다면 예전에 말라리아라는 병에 걸린 적이 있었는데, 정말 죽을 수도 있겠구나 라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물론 주변에서 너무 무모하다고 비난할 때면 정말 외롭다는 생각을 하지만, 저를 통해 이 친구들이 프로 무대에 가서, 언젠가는 저와 같은 일을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극복하는 방법은 특별히 없는 것 같습니다. 단지 이 일이 옳은 일이라는 확신을 늘 가지고 있어야 할 것 같습니다. 가끔 빵 하나를 받기 위해 2시간을 가까이 맨발로 걸어오는 사람들을 볼 때면 더욱 이 일을 열심히 해야 하겠다는 생각과 함께 힘이 납니다(웃음)."

- 아프리카 선수들을 데리고 한국에 오게 되셨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활동을 하기 위함인지?
"한국의 프로 축구팀에 입단 테스트를 해보고 싶습니다. 실제로 저는 프로 무대에서 활동했던 경험이 있기 때문에 이 친구들은 한국의 1부나 2부 리그에서도 충분히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선수들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아직 검증이 안 돼 있고 또 우리나라가 감비아 선수들에 대한 정보가 많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에 구단에서 얼마나 관심을 가져주실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일단은 2부 리그나 K3 구단에 입단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혹시라도 구단 관계자 분들께서 이 글을 보고 계신다면 저희 선수들에게 관심을 가져주시길 간절히 부탁드립니다."

- 선수단에 대한 간단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선수들은 감비아에서 총 7명이 왔습니다. 이중에는 감비아 국가대표 선수들도 3명 있습니다. 솔직히 말해선 말이 국가대표지 장비조차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고, 대부분이 최빈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얼마 전 라이베리아에서 열린 서아프리카 국제 축구대회에서 감비아가 세네갈과 코트디부아르, 말리와 라이베리아 등의 나라를 모두 이기고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많이 알려지지 않아서 그렇지, 정말 좋은 선수들이 많은 나라입니다.

이번에 함께 오게 된 선수들은 많이 어리지만, 모두 굉장히 착하고 성품이 좋은 친구들입니다. 특히, 평균 신장이 190cm에 가깝고, 100m도 11초대로 뛸 정도로 신체조건과 운동신경이 정말 좋은 선수들입니다. 하지만 이들 중에서는 가족들에게 버림받은 고아도 있고, 제가 머물던 센터에 동생들이 기다리고 있는 선수도 있습니다. 실력은 있는데 정말 안타까울 뿐 입니다."

아프리카 아이들에게 희망을 전해주고 싶다는 강희규 코치 ⓒ강희규
- 감비아라는 나라는 어떤 곳인지?
"아마 한국 국민 분들께는 감비아보다는 세네갈이라는 나라가 더 익숙하겠지만, 감비아는 세네갈 안에 위치한 200만 인구의 아주 작은 나라입니다. 사실 감비아는 원래 나라가 아니라 세네감비아라는 지역이었는데, 유럽에서 세네갈을 식민지로 만들어버리면서, 프랑스와 영국이 각각 세네갈과 감비아를 나눠 차지하게 되었습니다.

또, 감비아는 미국 소설과 드라마 <뿌리>의 배경인 노예의 나라로 잘 알려진 곳 입니다. 그 정도로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국가 중 한 곳이고, 너무 가난하다보니 전쟁도 없어 비교적 평화롭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농사도 잘 안 되어 먹을 것이 많이 부족하고, 사소한 질병으로 목숨을 잃는 경우도 빈번해 정말 안타까운 나라입니다."

- 이 일을 하는데 있어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이들의 인생은 어쩌면 저를 통해 크게 바뀔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이들이 일자리를 가질 수 있게 된다면, 그들의 국가를 위해 살아가라는 점을 매번 강조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빵을 하나 사더라도, 산 사람은 빵을 먹어서 좋고, 판 사람은 빵을 팔아서 좋고, 빵을 만든 사람은 일자리가 생겨서 좋은 것이죠(웃음). 큰 규모는 아니지만 이렇게 자신들의 나라를 살리는 데에 힘쓸 것을 강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

- 향후 계획을 듣고 싶습니다.
"앞서도 말씀드렸지만, 매 순간이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살고 있기 때문에, 아직은 특별한 계획이 없습니다, 그저 매 순간 최선을 다해 살고 싶습니다."

- 마지막으로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저희 선수들에게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응원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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