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CK 데뷔하는 그리핀 조규남 대표-김대호 감독, "판을 뒤흔들겠다"

남정석 2018. 6. 4.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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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CK 서머에서 가장 큰 화제를 모으고 있는 그리핀의 '타잔' 이승용, 조규남 대표, 김대호 감독(왼쪽부터). 일산=남정석 기자 bluesky@sportschosun.com

'게임 체인저', 즉 게임의 판을 흔드는 새로운 플레이어의 등장은 늘 반갑다.

다소 정체돼 있던 '리그 오브 레전드' 판에 새롭게 등장한 '그리핀'에 팬들이 열광하는 이유일 것이다.

그리핀은 지난 4월에 열린 '리그 오브 레전드 챔피언스 코리아'(이하 LCK) 승강전에서 MVP와 콩두 몬스터를 모두 꺾으며 LCK 서머 시즌 진출을 확정지었다. 이미 LCK의 하부리그인 '리그 오브 레전드 챌린저스 코리아'에서 14전 전승을 기록하며 엄청난 화제를 모았던 그리핀에게 LCK 스프링 시즌에서 9~10위에 그친 MVP와 콩두는 말 그대로 적수가 아니었다. 이들의 행보는 이미 다음주 개막하는 서머 시즌 상위권 진출에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첫 LCK 진출만에 상위 5위팀에게만 주어지는 포스트시즌 출전은 물론 내친 김에 우승까지 도전하겠다는 목표는 다소 당돌해 보이기까지 하다. 하지만 이들의 실력을 알고 있는 사람들에겐 결코 허언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오랜만에 등장한 '괴력의 팀' 그리핀이지만, 이를 구성하고 있는 멤버들은 결코 '초짜'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리핀이라는 팀을 만든 사람은 한국 e스포츠 1세대 지도자인 조규남 대표이다. 조 대표는 CJ엔투스의 전신인 G.O.라는 '스타크래프트'팀을 만들어 강 민 서지훈 이재훈 박태민 등을 키워내면서 2010년까지 감독으로 활동했다. 이어 6년만에 다시 e스포츠로 복귀, 지난 2016년 12월 그리핀을 만든 후 2017년 챌린저스 코리아 서머 시즌부터 본격적으로 코치진과 선수를 보강하고, 그해 10월 최종적으로 선수 라인업을 완성했다. 김대호 감독과 더불어 다른 팀 지도자들이 차세대 최고의 정글러로 꼽고 있는 '타잔' 이승용을 영입한 것도 바로 이 시기다.

LCK 서머 시즌 준비에 한창인 지난달 23일 경기 일산의 그리핀 연습실에서 만난 조규남 대표와 김대호 감독, 이승용은 조심스러우면서도 큰 자신감을 감추지 않았다.

조 대표는 "주전 대부분이 솔로랭킹에서 모두 탑 클래스를 달릴 정도로 말 그대로 '원석'과 같았다"며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말이 있는데, 개성이 강한 선수들을 원팀으로 만들어내는데 거의 9개월이 걸린 것 같다"고 말했다. CJ엔투스 시절에는 선수들과 나이 차이가 10살 정도로 '형님 리더십'이었다면, 이제는 아들뻘인 선수들에게 '아빠 리더십'으로 다가서는 것이 달라진 점이라 할 수 있다. 김대호 감독은 "선수단 관리와 운영부터 마인드 컨트롤까지 모든 분야에서 큰 스승님의 역할을 해주신다"고 말했다. 이승용 역시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자상하게 챙겨주시며 연습과 경기에만 몰두하게 해주신다. 멘토이면서도 때로는 부모님과 같다"고 말했다.

사실 조 대표는 선수들에게 엄하기로 유명했다. 특유의 '시크'한 자세는 CJ엔투스 선수들에게도 그대로 이어졌다. 하지만 프로 의식과 경기에 대한 진지함은 남달랐기에 e스포츠를 대표하는 지도자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조 대표는 "개인전인 '스타크래프트'와 팀전인 '리그 오브 레전드'는 팀 운영이나 선수 관리 등에서 상당히 달랐다. 하지만 1년 6개월여 선수들을 지도하다보니 큰 틀에선 비슷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제 비로소 팬들에게도 자신있게 선보일 팀을 만들었다. 다만 아들뻘인 20대 초반의 선수들과 생활을 해서인지 예전보다는 부드러워진 것 같다"며 웃었다.

조 대표의 말대로 그리핀의 자신감은 남다르다. 김 감독은 "물론 처음으로 나서는 LCK이지만, 우리 선수들의 실력이 떨어진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조심스럽기는 하지만 5강에 들어 플레이오프는 물론 시즌 우승까지도 한번 도전해보겠다"고 당차게 말했다. 이승용 역시 "큰 무대 경험 부족을 얘기하고 있지만, 경기에만 주로 집중하는 스타일이기에 크게 개의치 않는다. 충분히 자신이 있다"고 강조했다.

사실 이렇게 얘기를 하는 배경에는 그리핀의 뛰어난 스크림 성적도 한 몫 한다. 그리핀은 온라인상이긴 하지만 LCK의 대부분 팀들과의 연습 경기에서 대등한 성적을 기록중이다. 김 감독은 "정확한 전적을 얘기하기는 조심스럽지만, 상위팀과의 스크림에서도 젊은 패기로 밀어붙이며 결코 주눅들지 않는다. 연습이기는 하지만 실전에서도 그대로 이어질 것이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게다가 대부분 선수들이 솔로 랭킹에서도 1000점대를 넘으며 최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이승용은 "개인 기량이 뛰어나야 팀 경기에서도 실력 발휘를 할 수 있기에 랭킹 관리도 게을리 할 수 없다"고 말했다.

과연 그리핀이 '사고'를 칠 수 있을까. 이에 대해 세 사람은 "성적도 성적이지만, 기존 판을 재밌게 뒤흔들어낼 그리핀의 반란을 기대해달라"고 힘줘 말했다. LCK 서머 시즌을 바라보는 또 하나의 재미가 될 것은 분명해졌다.
남정석 기자 bluesk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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